청마해 여우빛④박지수 “범을 할퀴는 고양이처럼, 도전적으로”(인터뷰)

박지수

박지수가 한복을 입고 텐아시아 독자에 새해 인사를 전해왔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 몇 년 전부터 방송가와 충무로의 캐스팅 담당자들이 종종 하소연하듯 전하는 얘기다. 연기력 출중한 ‘쓸 만한’ 20대 여배우들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신예들은 제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스스로를 갈고 닦고 있다. 올해는 생동감을 뜻한다는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 숨은 땀방울을 흘리며 누구보다 힘차게 달릴 준비 중인 네 명의 20대 여배우들에게서 한 해 계획과 소망을 들어보았다.

박지수는 지난 해 영화 ‘마이 라띠마’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마이 라띠마’는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유지태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 유명 배우의 연출작에서 주연을 낚아챈 것은 박지수의 시점에서는 철저히 홀로의 힘으로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예종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던 그는 반복되는 우연의 힘으로 독립영화 등에 출연하게 되면서 연기를 접했고, 모델로 배우로 이력을 쌓아가던 그는 ‘마이 라띠마’ 오디션을 통과하면서 프로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매서운 눈빛과 고집스런 입매 탓일까. 장부의 기질이 느껴지는 박지수는 2013년 청룡영화제에서 고대하던 신인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녀 인생에서 오래도록 또렷한 기억으로 남을 순간이 또 추가되었다. 청마해, 젊음과 역동성을 상징하는 푸른 말을 타고 더 거친 정글 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신인 여배우 박지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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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는 지난 해 ‘마이 라띠마’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고, 올해는 데뷔작을 뛰어넘어야 할 과제를 부여받았다

Q. ‘마이라띠마’에서 태국 이주여성인 마이 라띠마라는 인물의 정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힘들 것 같다.
박지수 : 마이 라띠마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타국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말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그래서 외로움을 느끼는 캐릭터였다. 나는 당시 소속사 없이 혼자 작업을 했는데, 온전히 홀로 부딪힌 점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 도움이 됐다. 처음 접하는 현장은 낯설었지만 내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배우는 입장에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Q. 스스로 만들어낸 결실인만큼 뿌듯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박지수 : 그녀는 어눌한 한국말을 사용한다. 머릿속으로 천천히 만들어 입 밖으로 그녀만의 한국어를 꺼내는데, 어느 순간 마음에 쏙 들 때가 있었다. 그때는 뿌듯했다.

Q. 이번 작품으로 프로들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첫 작업을 했다. 그런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떤 생각이 들었나.
박지수 : 그 이전에는 줄곧 학생신분이었고, 졸업하고 나서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졸업하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Q. ‘은교’ 오디션을 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영화로 데뷔한 김고은은 한예종 선후배 지간이기도 하고.
박지수 : 내가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아니었고, ‘은교’는 신인 여배우를 찾다찾다 나에게까지 메일이 왔다. 내가 모델활동을 하다보니 프로필이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 ‘마이 라띠마’ 역시도 같은 과정으로 오디션을 보게 된 것이고.

Q. ‘은교’의 은교도, ‘마이 라띠마’의 마이 라띠마도, 모두 구슬픈 사연이 있는 캐릭터다. 그런 느낌이 당신에게 감지되나보다.
박지수 : 눈빛에서 그런 면이 있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우수에 찬 눈빛은 배우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우울한 아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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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는 태국여자 마이 라띠마를 연기했고, 대다수 관객은 그녀를 태국여자라고 생각했었다

Q. ‘마이 라띠마’ 오디션에서 만난 유지태 감독은 어떤 인상을 전해줬나.
박지수 : 사실 나는 전화로 오디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유지태 감독’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는 ‘설마 내가 아는 유지태일까?’ 했었는데 맞았다. 작품이 더욱 궁금해졌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아 읽는데 마음이 너무 아픈 이야기였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웠고. 하지만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직접적으로 티칭을 하시지는 않으나,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두고 조언을 해준다. 초반에 가장 도움이 많이 됐던 조언은 ‘연기할 때 내 것만 하지 말고 상대방 말을 듣고 그 말을 생각한 다음 반응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기를 해보신 분인만큼, 어떻게 디렉션을 줘야 상대가 이해를 할 수 있는지를 탁월하게 아시고 계셨다.

Q. 이 영화에 욕심이 굉장히 많았다고 들었다. 오디션을 보고난 뒤 바로 돌아가지 않고 기다렸었고, 그 길에서 만난 감독, 스태프와 함께 식사를 했었다고.
박지수 : ‘마이 라띠마’의 경우,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지 않았고 최대한 간추린 상태에서 소수만 오디션을 봤다. 당시 나는 점심시간에 오디션을 봤었고, 스태프 중 한 분이 ‘식사 같이 하고 가시죠’라고 하더라. ‘내가 가도 되는 자리일까’ 애매했었지만 함께 했다. 뜻밖의 자리였다. 나중에는 ‘남아있길 잘 했었나’ 싶었던 것이 당시 유지태 감독님이 내 영화 취향을 물어보셨었고,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Q. 어떤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나.
박지수 : ‘이터널 션사인’, ‘더 파이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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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가 보여줄 또 다른 얼굴도 기대된다

Q. 원래 한예종에서는 무대미술을 전공했다. 연기자로 전향한 계기는.
박지수 : 호기심이 생기면 도전을 하는 성격이다. 모델의 경우, 내가 먼저 하고 싶어 지원했었는데 그 이후에 사진이나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이 왔었다. 그러다 독립영화 출연으로까지 이어졌고,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배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공간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기는 했다. 관심사가 사람이다보니 연기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나를 찾아주셨던 ‘마이 라띠마’는 내게 ‘연기는 장난이 아니다. 진지하게 임하자’라고 마음 먹은 계기가 됐었고.

Q. 살가운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주연 여배우이긴 하지만 아마도 가장 막내였을테고, 낯선 현장이었을지라도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는 면이 필요했을텐데.
박지수 : 주변에서 나를 ‘조용하다’라고도 ‘털털하다’라고도 이야기 한다. 가장 친한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가장 여성스러워’라고도 하고. 분위기를 타는 성격인 것도 같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야할 것 같을 때는 다가간다. 그렇지만 이번 현장에서는 살갑게 다가가지 못한 면이 있긴 하다. 배우는 입장에서 조용히 듣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잘 보이려 억지로라도 애교떠는 아이들도 있는데 넌 너무 덤덤한 것 아니니’라는 말씀을 하시긴 하셨다(웃음).

Q. 처음 접한 연예계라는 세계에서 어떤 느낌을 전해받았나.
박지수 :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마인드콘트롤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게 되는 것 같다. 대중, 관객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라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그런 점은 연기를 전공한 이들보다 비 전공자들이 더 잘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나. 경영을 전공하거나, 그림을 공부하거나 했다면 다들 자신의 전공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

Q. 그렇다면 배우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라는 생각을 해보았나.
박지수 :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라는 사람조차 신인상을 받고 났더니 주변의 말들이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라. 나는 변한 것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아는 여느 유명 배우들도 다 같은 사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아닐까 싶다. 그런 것을 보면 그냥 다 평범한 직업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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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박지수의 자태는 모던과 고전 사이에 놓여있다

Q. 신인 여배우들에게 ‘나를 동물에 비유하자면’이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있다.
박지수 : 아, 나의 경우는 고양이를 닮았단 말은 많이 듣는다. 고양이는 때로는 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심지어 범과 함께 있어도 가끔 고양이가 할퀴기도 하지않나. 내 안에 내제된 도전정신이 그런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Q. 이번 설 연휴 계획은?
박지수 : 늘 그러하듯, 가족들과 서울에서 보낼 것이다. 명절에 서울은 텅텅 비어있다.

Q. 그렇다면, 끝으로 올해 소망은?
박지수 : 작년의 기운을 이어받아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 올해 최소 영화 하나, 드라마 하나를 하고 싶다. 현재 이것저것 검토 중인데 다양하게 들어와서 다행이다. 사극, 현대물, 웹툰 원작 등등.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