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준, ‘오로라공주’는 잊어라! 진짜는 지금부터니까 (인터뷰)

서하준

서하준, ‘오로라공주’의 설설희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서하준(26)이라는 배우의 얼굴은 하얀 도화지같은 느낌이다.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그 얼굴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로 데뷔한 여느 다른 남자배우들과는 골격부터가 다르다. 그렇지만 부리부리한 눈이나 진한 얼굴각이라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놓인 흔히들 ‘임성한의 남자’라고 이야기되는 배우들과의 차별화가 서하준이 가진 매력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서하준의 매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 그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중 가장 시끌시끌했던 작품, MBC 드라마 ‘오로라공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배우보다는 작가의 이름이 더 강렬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기대치 이상의 것을 해냈다. 그가 맡은 설설희라는 배역은 중도에 투입돼 언제 하차할 지 모를 그런 캐릭터였으나, 결국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순간 남자주인공의 자리에 선 것은 그였다. 조연을 주연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서하준이라는 아직은 영글었다 말할 수 없는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 때문, 아니었을까?

이처럼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은 서하준은 2014년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

서하준은 드라마 '오로라공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서하준은 드라마 ‘오로라공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Q. 포털사이트 프로필을 보고 독특한 것을 발견했다. 키가 179cm라고 나와있더라. 보통은 180cm로 반올림할 법도 한데, 1cm의 크기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서하준 : 앗,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웃음). 뭐, 굳이 이유를 대자면 거짓말 하기 싫었을 뿐이다.

Q. 어느 배우가 서하준을 브라운관에서 보고 신뢰가는 얼굴이라는 칭찬을 하더라.
서하준 : 정말? 내가 알지 못하는 배우 선배가 내 칭찬을 한 것은 처음 듣는다. 너무나 기분이 좋다.

Q. 본인 생각에도 신뢰가는 얼굴이라고 생각하나.
서하준 : 노안이라고 생각하는데?(웃음)

Q. 에이, 무슨. 노안은 아니다.
서하준 : ‘오로라공주’에서 정주연과 내가 동갑이다. 중간에 투입되었기에 다들 익숙해진 상태에 들어가 자기소개를 하는데, 내 나이를 말하니 주연이가 ‘대박!’이라고 하더라(웃음). 그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노안이라는 것을.

Q. ‘오로라공주’는 워낙에 논란의 드라마였다. 임성한 작가라는 사람에 대해 이전에도 알고 있었나.
서하준 : 어머니가 ‘신기생뎐’이나 ‘아현동 마님’을 좋아하셨기에 임성한 작가님이라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이 드라마를 하게 된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 하시더라.

이제 시작인 배우 서하준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제 시작인 배우 서하준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Q. 처음에는 설설희가 그리 큰 비중의 배역은 아니었었다.
서하준 : 처음 듣기에도 작은 역할이었다. 그래서 실은 부담없이 임했다. 그런데 점점 비중이 커지더라.

Q.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서하준 :  음식점에 가면 반찬 더 주시는 경험도 했고, 환자가 서 있으면 안 된다고(설설희는 극 중반 혈액암에 걸리기도 했다)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그리고 드라마 끝나고 곧장 ‘바다가 부른다’라는 영화 촬영을 했는데 그때 어느 할머니가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주시기도 하셨다.

Q. 배우로서는 기분 좋았을 경험이었을테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논란의 드라마였다.
서하준 : 하지만 촬영현장은 늘 순조로웠다. 특히 신인배우들은 아직 배워야하는 시기였기에 드라마 안팎의 일들이 궁금하긴 하지만 이유를 궁금해할 시간은 없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배우는 것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Q.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본인의 대사가 두고두고 회자된 일도 있었는데.
서하준 : 아, 그 질문은 정말 어떤 인터뷰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 같다(웃음). 정말이지 이 정도의 파장은 미처 예상 못했다.

Q. 중간에는 암환자를 연기해야했다. 혈액암 말기로 나오는데, 혈액암의 증상은 대체 뭔가.
서하준 : 대본을 받았을 때는 사실 무슨 암인지 나와있지 않았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의 대사에 ‘림프종양 4시’라는 말이 나오더라. 찾아보니 혈액암이었다. 그때부터 연구를 했다. 구토를 하고 어지름증이 생긴다고 하더라.

Q. 남들이 찾아보지 않은 세세한 것까지 치밀하게 연구하는 성격인가보다.
서하준 : 당연하다. 내가 하는 일인데!

서하준은 우연히 본 공연을 계기로 배우로의 자신을 꿈꾸게 된다

서하준은 우연히 본 공연을 계기로 배우로의 자신을 꿈꾸게 된다

Q. 실제로 경험해본 임성한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서하준 :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분이다. 제 연기를 보고 난 뒤 고쳐야 할 점을 전화로 굉장히 부드럽게 말씀해주신다.

Q. 결말로 가는 과정이 마지막 순간까지 논란이 됐다. 여주인공 오로라(정소민)가 황마마(오창석)와 설설희, 즉 전 남편과 현 남편 모두와 함께 하겠다고 했던 대목 때문이다. 그런 비상식적 결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서하준 : 솔직히 말해, 남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대본을 구현해내는 배우의 입장에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마마 형과는 형제의 우애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마마 형이 설희의 목숨을 살려준 적도 있고. 그렇게 접근해서 연기했다.

Q. ‘바다가 부른다’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았나.
서하준 : 냉소적인 성향의 수영선수다. 가족관계에서 오는 아픔 때문에 냉담한 성격을 가진 인물. 수영선수 역을 하느라고 몸을 만들어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 시간이 생길 때마다 운동을 해야했다. 그렇지만 드라마 촬영기간과 준비기간이 겹쳐 생각한 만큼의 몸이 안나왔다. 그 점은 아직도 아쉽다. 드라마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마자 새벽에 출발해 아침부터 영화를 찍었을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었다.

Q. 처음에 배우를 하게 된 과정이 남다르더라. 뮤지컬 ‘라이온킹’을 보며 배우라는 세계에 동경을 가지게 됐었다고.
서하준 : 학창시절 처음 접한 뮤지컬을 본 순간, 굉장히 궁금해졌다. 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기억에는 커튼콜을 본 순간이었다. ‘그 무대를 즐겨야하는 것은 관객인데, 무대 위에 저들은 왜 저렇게 기뻐하나’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들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막연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에 이끌려 연기 입시학원으로 갔다.

Q. 부모님이 황당했을 법도 한데.
서하준 : 전혀. 오히려 어머니는 응원을 해주셨다. 아마도 금방 포기할 줄 아셨나보다.

Q. 연기 입시학원이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의 기억은 어떻게 남아있나.
서하준 : 아우, 처음에 학원을 갔는데 열 아홉 살 아이들이 땅바닥을 뒹굴며 ‘아도네스여!’라고 외쳐대고 모든 비운을 다 짊어진 듯한 인생을 연기하더라. 오글거리기도 하고 ‘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환경에 적응이 되고, 내 나름의 승부욕이 발동이 걸리면서 어느 순간 똑같이 그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Q. 점점 흥미를 느꼈었나보다. 연기의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던가.
서하준 : 굉장히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고전에 빠졌다. 처음에는 오글거렸는데(웃음). 또 그동안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본다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고 다른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더라.

Q. 원래도 예능 쪽에 재능이 있었나.
서하준 :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하기 전에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었다. 밴드부는 아니었지만 내가 학교 밴드부의 보컬로 노래를 한 적이 있었고 꽤 반응이 좋았다. (그의 노래 실력은 ‘오로라공주’에서도 증명이 된 바 있다)

서하준은 현재 한 분 한 분 인사드리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서하준은 현재 한 분 한 분 인사드리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Q. 진지하게 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은 순간 가족들의 반응은?
서하준 : 감사하게도 지지해주셨다. 그즈음 내 시기가 꽤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고. 지금 그때 받았던 응원과 지지의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어 참 좋다.

Q. 홍콩에서 모델일을 한 이력도 있던데.
서하준 :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에서 연락이 왔다. 같이 일해보자고 하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사기꾼인 줄 알고 ‘당신들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간다면 생각해보지’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진짜 오더라. 영어를 잘 하는 사촌형과 신라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반신반의 했는데,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더라. 무엇보다 그 에이전시가 다니엘 헤니나 매기 큐가 소속된 곳이었다. 한달 만에 홍콩행을 결정했다.

Q. 하지만 홍콩에서의 생활은 길지 못했다.
서하준 :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언어적인 문제도 있었고. 결국 귀국해야만 했다.

Q. 후회는 없나.
서하준 : 결과적으로는 없다. 하지만 이제 홍콩을 놀러 한 번 가보고 싶다.

Q. 앞으로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서하준 : 지금 내 위치에서는 배역을 고를 수 없다. 한 번이라도 더 많은 삶을 살아보고 경험을 쌓은 다음, 내게도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니 현재로선 더 많은 삶을 살아보는 수밖에.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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