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권, ‘스타가 봉인가 VS 자영업자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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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35명, 퍼블리시티권 소송 패소 불복 ‘항소’

영세상인 울리는 퍼블리시티권 소송 빈번

스타들은 스타들대로, 영세상인들은 영세상인대로 퍼블리시티권을 두고 불만이 많다. 퍼블리시티권이 뭐길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걸까.

퍼블리시티권은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 등 본인의 초상을 타인이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리다. ‘상업적, 재산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 및 성명권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1990년대부터 보호가 입법화 되면서 퍼블리시티권이 재산권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국내 실정은 다르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장동건, 송혜교, 김남길, 걸그룹 소녀시대, 원더걸스, 에프엑스, 그룹 슈퍼주니어 2AM, 2PM 등 35명이 자신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올린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성형외과의 손을 들어줬다. “실정법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없다”는 게 이유다. “성형외과가 이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연예인들이 패소판결을 받은 이유다.

흥미로운 사실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재판부의 판결이 매번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가수 손담비와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유이가 병원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며 잇따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당시 손담비는 인터넷 블로그에 동의 없이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서울 마포구의 M 병원장 박모 씨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은 인정하지 않고 초상권 침해부분만을 인정했다. 반면 애프터스쿨 유이의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진혜 판사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성명, 초상에 대해 인격권이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은 인정 된다”며 서울 서초구의 C 한의원장 신모 씨에게 5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재만 변호사는 “퍼블리시티권 보장의 필요성은 있지만 현재 대법원이 명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아 재판부마다 판결이 들쑥날쑥하다”며 “향후 계속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함부로 쓰여 져서는 안 될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심각 일”이라고 덧붙였다.
송혜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들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인터넷에 무턱대고 올렸다가 소송에 휘말리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 소속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일부 법무법인들이 합의금을 받아 낼 목적으로 퍼블리시티 전문 소송에 뛰어들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별 생각 없이 연예인 사진을 가게에 내걸었다가 낭패를 보는 미장원이나 안경점 같은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기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합의금 500만원을 내라고 요구받은 신수동의 모 안경집 주인은 “피해를 보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퍼블리시티권이 무엇인지 개념도 모르고 당하는 일이 많다”며 “시정명령 같은 경고조치도 없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을 대신해 돈을 받아내는 업체들에 대해서 “파파라치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범위와 처벌 수위 등의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연예인들과 자영업자 모두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퍼블리시티권의 허술한 점을 악용해 돈을 버는 일부 전문업체들인 셈이다. 몇 년째 끊이지 않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마련 없이 뒷짐만 쥐고 있는 것은 법원의 직무유기가 아닐지. 피해예방을 위한 법률적인 근거마련이 시급하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 텐아시아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