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 人 ③ 임시완, 힘든 고문 잘 견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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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배우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송강호, 텐아시아와 인터뷰 중)

“ ‘왜 이런 걸 택했지’ 했다. 고문당하고, 그걸 표현하는 연기가 쉽지 않다.”(김영애, 텐아시아와 인터뷰 중)

고문(拷問). 숨기고 있는 사실을 강제로 알아내기 위하여 육체적 고통을 주며 신문한다는 뜻의 단어다. 영화 ‘변호인’에서 임시완은 힘든 고문을 온 몸으로 견뎌냈다. 반쯤 나가 있는 정신이 고문의 흔적을 대신한다. 또 남자 아이돌그룹이라면, 다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식스팩’, 당연히 없다. 그의 벗은 상반신은 피멍으로 가득하다. 이처럼 힘든 고문을 잘 이겨냈다는 칭찬의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변호인’ 참여를 결정하면서 이런 반응을 예상이나 했을까.

‘변호인’에서 임시완이 맡은 역할은 국밥집 아들이자 부산대 공대생인 진우. 순수한 독서모임을 갖고, 야학에서 배움을 나누는 순수한 청년이다. 그러다가 용공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고문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허위 자백을 하는 인물이다. 출연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 안에서 임시완은 꽤 다양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순수하고 풋풋한 얼굴부터 고문의 흔적을 가득 담은 얼굴까지. 고문 받고, 반쯤 정신을 놓은 모습이 더욱 가슴으로 전해지는 건 순수한 대학생의 모습이 충분히 각인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1980년대 패션(의상과 헤어스타일), 은근히 잘 어울린다. 단지 고문에서만 힘을 줬다면, 그 감정은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을 터다. 그만큼 임시완은 자신이 가진 다양한 패를 골고루 분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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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은 드라마 ‘적도의 남자’, ‘해를 품은 달’ 등에 출연한 바 있다. 두 작품에선 모두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다. 한 편의 작품에서 한 인물 전부를 온전히 담아낸 건 처음이다. 더욱이 역할이 지닌 중요성과 무게도 만만찮다. 또 연기력이 여실이 드러나는 크디 큰 스크린과 송강호, 김영애 등 베테랑과의 호흡까지. 큰 산 하나를 넘으면, 더 큰 산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통닭 고문’, ‘물고문’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명명된 고문 보다 이 같은 것들이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임시완에겐 더 어려운 숙제이지 않았을까 싶다. 고문 장면이나 피멍의 효과는 영화적 기술의 힘을 빌린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감정과 호흡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니까. 어려운 숙제의 결과에 대해서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다.

외형적인 부분도 잘 맞아떨어졌다. 다소 마른 몸은 고문 후 피폐해진 상태를 보여주기에 딱 좋았다. 또 순수함과 초점 잃은 모습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눈빛을 갖췄다. 아이돌그룹 멤버이기 때문에 근육질 몸매와 강렬한 눈빛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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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저 잘못한 거 없는데요”

‘변호인’의 임시완 캐릭터 포스터에 적혀 있는 문구다. 아무런 죄 없이 조작된 사건으로 인해 고문을 당해야만 했던 진우다. 1980년대 당시 진우처럼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몰린 사람이나 죄 없이 고문이 시달린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평범한 이 말 한마디는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유효한 평범한 말 한마디다. 임시완은 시대의 아픔을 진정성 있게 전했고,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극 중 송우석 변호사(송강호)의 마음만 움직인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움직이게 했다.

임시완은 현재 출발선에 있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의 칭찬은 ‘최고’에 대한 게 아니라 다음 작품을 또 보고 싶다는 의미기도 하다. 연기자로서 한 걸음 더 나간, 임시완의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