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KBS·SBS 연기대상 말말말…슬럼프 고백부터 삶의 철학까지

2013년도 각 방송사 연기대상 시상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 구랍 31일 밤 진행된 KBS, SBS 연기대상 시상식은 장장 3시간여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KBS가 비교적 논란 없는 시상식을 치른 데 비해 SBS 연기대상은 19개 수상 부문, 총 48명(중복수상 포함)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여전히 지나치게 많은 상이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에 앞서 구랍 30일 진행된 MBC 연기대상도 공동수상 남발로 수상의 의미가 퇴색됐다. 매년 지적되는 방송사 시상식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그다지 개선된 바 없지만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배어난 배우들의 소감은 시상식을 풍부하게 해 주는 데 일조했다. 2013년의 마지막 밤을 수놓은 ‘말의 향연’을 정리해봤다.

SBS 미니시리즈 부문 특별연기상을 수상한 김미경

SBS 미니시리즈 부문 특별연기상을 수상한 김미경


“세월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겁니다. 나이는 먹는 게 아니라 괜찮은 포도주처럼 익어가는 겁니다”(이덕화) “또 한 살을 먹는데 주름살이 느는 게 아니라 연기의 깊이가 쌓였으면 좋겠습니다.”(김미경)
10.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 이덕화와 미니시리즈 부문 특별연기상 수상자 김미경은 뜻밖의 명언으로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특히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후배 연기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인 듯, 나이와 세월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피력한 이들의 이야기는 젊은 배우 위주의 연기대상 무대에 깊이감을 선사했다.

“어릴 때부터 (촬영) 현장을 다니면서,기댈 곳 없는 보조출연자나 아역들이 스태프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으면 힘을 얻는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좀 더 따뜻한 현장이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연준석)
10. 아역배우 출신 연준석은 아역, 보조출연자 등 일반적으로 촬영 현장에서 ‘소외계층’이 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KBS2 ‘상어’로 청소년연기상을 수상한 소감을 이같이 밝힌 그는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아온 내공이 비단 연기력뿐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SBS 연기대상 특별상을 수상한 조인성

SBS 연기대상 특별상을 수상한 조인성


“8년만에 시상식 무대에 서는 것 같습니다. 제대 후 첫 작품인데 계속 연기할 수 있어서 기쁘고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조인성)

10. 출연을 결정지었던 영화 제작이 미뤄지면서 군 전역 후 본의 아니게 꼬박 2년을 쉬어야했던 조인성에게 ‘연기할 수 있어 기쁘다’는 말은 그저 흔한 얘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복귀작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종영 다음날 벅찬 마음에 눈물을 펑펑 쏟았음을 고백하기도 했던 그는 이날 시상식 무대에서도 내내 다시 시작한 연기 생활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들려주었다.

“배우 생활 20년이 다 돼가는데 작년부터 연기하는 게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기운을 전달해야 하는데 거짓 연기를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배우라면 누구나 슬럼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이겨내서 건강하고 행복한 기운을 전하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소지섭)
10.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어 기뻤다는 조인성과 달리 소지섭은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연기상 수상 소감으로 “카메라가 두려웠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배우가 스스로 슬럼프 상태에 있음을 시상식장에서 고백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더구나 최근 출연작인 SBS ‘주군의 태양’이 비교적 선전했음에도 불구, 소지섭은 “거짓 연기를 한 것 같다”고 전해 일순간 시상식장을 숙연하게 했다. 수상소감이 끝난 후 이어진 박수 세례는 조용한 성장통을 겪는 30대 배우를 격려하는 듯했다.

“1997년 시트콤으로 데뷔했을 때 ‘코믹 이미지가 너무 강하면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실제로 11년의 세월이 걸렸네요. 그래서 더 기쁜 상입니다. 캐스팅의 멋진 신의 한수를 던져 준 PD와 작가에게 감사드립니다”(정웅인)
10.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악역 민준국으로 2013년의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정웅인은 역할 변신을 위해 노력했던 11년의 세월에 대해 들려주었다.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지니기 위해 고뇌하는 배우들의 마음이 새삼 느껴지는 소감이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