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LINE, 이적

이적 : “내 이름은 적입니다. ‘피리 적(笛)’입니다.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고 싶습니다.” -이적의 소설집, ‘지문사냥꾼’ 중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3년 만에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를 발표한 이적은 데뷔 19년차 뮤지션이지만, 아이돌이 장악한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고, 평단의 호평도 이끌어냈다. 여전히 그의 음악에 귀 기울이고, 박수칠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진정한 피리 부는 사나이다.

이적 텐라인

김진표 : 이적과 함께 패닉을 결성해 데뷔한 한국 1세대 래퍼. 이적은 1994년도 3인조 록그룹 A-teen에서 잠시 활동했다가 95년도 김진표와 함께 패닉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데뷔한다. 이적과 김진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형 동생 사이. 원래 솔로로 데뷔하려던 이적은 데뷔 직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진표를 끌어들여 패닉을 결성했다. 이적이 지난 5월 Mnet ‘방송의 적’에서 “김진표가 아무것도 모르던 고3때 내가 먹이고 입히며 김진표를 길러냈다”고 말하기도. 이적의 래퍼 김진표 영입은 일종의 음악적 실험이었다. 김진표가 “패닉 1집 녹음 당시 녹음실에 3일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패닉 1집은 이적의 생각이 온전히 담긴 앨범이다. 이는 장르 제한을 두지 않는 실험정신과 함께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어온 이적의 행보를 보여주는 시작이었다. 하지만 김진표도 대한민국 최초의 앨범을 만드는 등 남다른 도전 정신을 지니고 있었고, 어린 시절 재즈, 색소폰을 배우다 뒤늦게 갱스터랩에 매료된 럭비공 같은 10대를 보냈다. 이적의 실험 정신에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김진표의 영향도 크지 않았을까.

유재석 : 예능천재이자 국민MC 그리고 맹꽁이 친구 메뚜기. 유재석과 이적은 2011년 MBC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파트너를 맺어 남다른 인연을 쌓고, ‘말하는 대로’라는 명곡을 탄생시킨다. 당시 둘은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수목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적은 여행 내내 유재석의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 애썼고, 유재석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개그맨이 처음 됐는데 ‘내일 뭐하지’라는 생각에 힘들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유재석이 “내 이야기를 하면 재미없을 텐데”라고 했지만, 그렇게 탄생된 ‘말하는 대로’는 지금까지도 청춘들을 위로하는 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적은 자신 없어 했던 유재석에게 “노래라는 것은 가사 자체보다 누가 부르냐가 중요하다. 형이 부르면 감동을 줄 것이다”고 말했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데뷔부터 주목 받았던 음악천재 이적은 예능천재 유재석을 만나 진심, 진정성이라는 음악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했다. 이적은 지금도 유재석에 대해 “친하게 지내는 덕에 운동도 하고, 나쁜 마음을 먹었다가도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한다. 날 정화해주는 형이다”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거위의 꿈 : 인순이 노래가 아닌 카니발의 노래. 1997년 이적과 김동률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Carnival)이 발표한 1집 수록곡이다. 발표 당시 ‘거위의 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07년 인순이가 리메이크해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적은 “97년 당시 내 나이가 스물 셋이었다. 음악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비웃음을 생각하며 나의 고민을 썼는데 가사를 썼던 내가 부끄럽다. 진심을 담긴 했지만 마감에 쫓기 듯 썼다”며 “다른 선배들이나 해외 합창단이 부르니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노래라는 게 내가 가사를 썼다고 설치고 다닐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유재석과 함께 만든 ‘말하는 대로’가 진심이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면, ‘거위의 꿈’은 그 진심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 계기를 가져다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가사라도 부르는 이의 어떤 마음이 담겼느냐에 따라 노래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박혜란 : 이적의 어머니이자 현재 여성학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인물. 세 아들 모두 서울대로 보낸 어머니로 육아 서적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자 생활을 하다 이적을 낳은 후 전업주부로 살았던 박혜란은 여성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집에 큰 책상을 샀고, 이적은 거기서 늘 공부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따라 책을 보고 숙제도 하면서 자연스레 공부를 하게 됐다. 이적은 SBS ‘힐링캠프’에서 “어머니는 절대 ‘공부하라’는 직접적인 말보다 ‘공부는 너를 위한 거지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니다’, ‘공부하지 않더라도 수업시간에는 선생님 눈을 보라’고 말하셨다”고 밝혔다. 작사, 작곡, 소설가 등 못하는 게 없는 천재 이적을 탄생시킨 주인공다운 생각이다.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다. 참고로 이적의 형은 건축학과 교수이며 동생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 ‘신들의 만찬’ ‘여왕의 교실’ 등을 연출한 MBC 드라마 PD다.

장기하 : 서울대 사회학과 8년 후배이자 현재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 ‘달이 차오른다 가자’ ‘싸구려 커피’ ‘그렇고 그런 사이’ 등 장기하 특유의 창법과 재미있고 공감되는 가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 밴드 결성 초기부터 이적과 인연이 닿았던 장기하는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실제로 ‘방송의 적’에서 이적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이적과 장기하는 서울대 사회학과, 싱어송라이터, 김병욱PD 시트콤, 같은 방송사 같은 시간 라디오 DJ, ‘무한도전’ 가요제 참가 경력까지 같다. 심지어 음악적 행보까지 비슷하다. 장기하는 “실험적이고 극도의 예술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대중가요를 만들고 싶다”고 음악적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적도 데뷔 18년 동안 패닉, 카니발, 긱스, 솔로 활동을 통해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때마다 히트곡이 탄생했다. 이적과 장기하, 사운드는 다르지만 음악적 소신마저도 닮은 둘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평행이론?

다행이다 :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 1, 2위를 다투면서도 프러포즈 노래로도 1, 2위를 다투는 이적의 노래. 이적은 자신의 발표한 노래들 중 베스트3로 ‘달팽이’, ‘하늘을 달리다’와 함께 ‘다행이다’를 꼽으며 “‘다행이다’로 가수 이적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아내를 위해 만들어져 의미를 더하는 ‘다행이다’는 이적의 감성적이면서 대화하듯 부르는 보컬이 가사 속에 담긴 진심과 어우러지는 곡이자 솔로 이적의 정체성을 확립한 곡이기도 하다. 패닉 1집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가수 생활을 시작한 이적이지만, ‘그땐 그랬지’나 ‘하늘을 달리다’가 큰 인기를 끌었음에도 1집 ‘달팽이’의 아성을 넘어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달팽이’는 이적만의 진짜 색깔을 옅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이다’의 성공으로 진짜 색깔을 인정 받은 이적은 ‘다행이다’가 수록된 솔로 3집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로 2008년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최우수 음반(팝), 최우수 노래 등 4개 부문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적 스스로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으로 “내가 (가수를) ‘몇 년 더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정서적인 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존박 : 엄친아에서 국민 바보 ‘덜덜이’가 돼버린 같은 소속사 후배 가수. 존박은 Mnet ‘슈퍼스타K2’ 당시 잘생긴 얼굴과 함께 젠틀한 매너, 그리고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주목 받아 엄친아, 훈남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그러나 진짜 존박의 모습은 이적과 함께 출연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Mnet ‘방송의 적’에서 드러났다. 입술을 살짝 벌리고 이가 드러낸 채로 멍한 표정과 함께 끔벅거리는 큰 눈은 존박을 단숨에 예능샛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적은 ‘방송의 적’으로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습격’에서 보여줬던 시트콤 연기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주인공 이적보다 서브 주인공 존박의 인기가 더 높아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적은 존박을 “눈엣가시다. 이상하게 거슬린다”며 “섭외도 자꾸 같이 되고, 콤비인 줄 안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아주 끈끈한 사이다. 존박은 이적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으며 “장르도 넘나들고. 가사도 잘 쓰는 적같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고도 말한 바 있다. 이적은 최근 예능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트렌드에 따르는 예능인의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음악에서만큼은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완성도 있는 음악을 내놓는다. 이는 오히려 음악적으로 자신을 바라봐준 ‘이적바라기’ 존박과의 콤비였기에 음악과 예능을 넘나드는 이적의 활약이 균형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Who is next

2004년 이적과 김동률이 함께 출연한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 100회 특집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전도연

글,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MBC, KBS, Mnet, 뮤직팜,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