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정직한 후보’ 라미란 “대놓고 웃기자는 마음으로…”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된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을 연기한 배우 라미란. /사진제공=NEW

배우 라미란이 국회의원으로 돌아왔다.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된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을 연기한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의식의 흐름대로 툭툭 튀어나오는 본심은 유쾌한 웃음을 넘어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올해로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라미란은 배우 활동에 큰 만족도를 느낀다고 했다. 다른 인물로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이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움을 겪고 싶다는 라미란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10. 지난해 개봉한 영화 ‘걸캅스’에 이어 두 번째 원톱 주연이다.
라미란: 소중하게 얻은 기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연을 맡았다는 게 쉽지 않은 행보다. 아무래도 작품이 잘 돼야 다음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10. ‘정직한 후보’를 찍을 때 ‘걸캅스’와 어떤 차이점을 두고 연기했나?
라미란: ‘걸캅스’를 찍을 때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임했다. 그래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코미디를 집어넣는 게 힘들었다. 반면 이번 작품은 대놓고 웃기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대중들이 기대하는 나의 코미디적인 역량을 최대한 끄집어낸 작품이다. 코미디 영화를 찍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10.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라미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공감하고 웃어줄지 걱정이다. 영화 관계자에게 관객들의 반응이 괜찮았다고 들었다. 작품을 관객들에게 내놓고 나면 항상 부끄럽다. 나 자신에 대한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10.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라미란: 가족들은 보지 못했다. 평소 시사회가 있어도 초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들은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언가 창피하다. 워낙 안 부르다 보니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편하게 일하고 있다.

10. 2014년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나?
라미란: 외국 작품이 원작이라 국내화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공감대가 많아서 잘 읽혔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혼자서 사건을 이끄는 장면들이 많아 부담됐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찰떡같이 리액션해준 덕에 장면들이 잘 산 것 같아 다행이다.

10. 현장 분위기가 치열했다던데.
라미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웃어줄까라는 생각에 더욱 냉정하고 진지하게 임했다. 그래서 현장 분위기가 치열해진 것 같다. 한 장면을 촬영하더라도 심각하게 고민하며 다양한 버전으로 찍었다.

10.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 역인 김무열,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 역인 윤경호, 주상숙의 할머니 김옥희 역인 나문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라미란: 김무열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김무열이) 그동안 처절하고 액션이 많은 작품을 맡아서 하다 보니까 편견이 있었다. 근데 의외로 코미디가 찰떡인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코미디를 해야 한다. 나처럼 딱 봐도 웃길 거 같은 사람보다는 전혀 웃기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해야 재밌다. 김무열에 ‘이미지를 바꿔보는 게 어떻겠나?’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윤경호는 다른 작품에서 잠깐잠깐 만났다. 이번에는 남편으로 만나게 되어 새로웠다. 나문희는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왜 ‘나문희, 나문희’ 하는지 알게 됐다. 살짝만 나와도 존재감 자체가 남달랐다. 나문희가 있었기에 주상숙이라는 인물이 그나마 덜 미워 보이지 않았나 싶다. 다들 오래 만난 사이처럼 쓱 던지면 척 받아서 자기 것처럼 만들었다. 제 몫 이상을 해준 덕에 한시름 덜었다.

‘정직한 후보’ 스틸컷. /사진제공=NEW

10.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대사나 동작에 대한 완급조절이 중요했을 것 같다. 주상숙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점은?
라미란: 크게 4단계로 분류했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현실에 찌들었을 때, 거짓말을 못 하게 됐을 때, 거짓말을 못 하게 되자 이를 받아들이고 반성할 때다. 과한 동작으로 억지웃음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거짓말을 못 하게 됐을 때 튀어나오는 진심을 말하는 점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이런 부분에 관해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완급조절을 맞춰 갔다.

10. 외적으로도 변화를 줬다고?
라미란: 정치인들이 긴 머리를 안 하기 때문에 짧은 머리의 가발을 준비했다. 되도록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게끔 하려고 했다.

10. 21대 총선을 두 달 가량 앞둔 시점에 개봉한다. 그만큼 정치에 관한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라미란: (‘정직한 후보’를) 정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짓말이라는 소재와 관련해 가장 큰 타격이 받을 수 있는 게 정치인이다. 어떤 의도나 타깃, 색깔은 두지 않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누군가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 설정은 웃자고 만든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주인공이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시기라고 본다. 나름의 메시지도 줄 수 있고 사회적인 흐름에 맞춰 홍보가 됐기 때문이다.

10. 극 중 윤경호와 격렬한 키스신이 있던데.
라미란: 완성된 영화를 보고 스릴러를 찍는 줄 알았다. 마치 목을 졸리는 것처럼 내가 욕조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윤경호가 허세 가득한 남편으로 등장하는데 설정 자체가 코믹해서 좋았다.

10. ‘정직한 후보’에 이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블랙독’ 촬영을 병행할 때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진 않았나?
라미란: 아직은 괜찮다. 영화를 찍을 때 드라마와 촬영이 겹쳤는데, 드라마 촬영을 미뤄준 덕에 영화를 마치고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다.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출연하는 장면을 조절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라미란은 직설적인 말버릇 때문에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든 적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NEW

10. 예능 출연이 배우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라미란: 라미란이라는 배우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 ‘진짜사나이’ 등에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미지가 생겼다. 감독님들이 내가 나온 예능을 보고 작품 출연을 제의하기도 했다. 예능 출연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케이스라 좋은 포맷의 예능이 있으면 나가고 싶다.

10.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라미란: 일단 이야기가 좋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이미지가 겹치는 작품이 동시에 들어오면 조심하는 편이다. ‘블랙독’과 ‘정직한 후보’를 고른 이유도 다른 결을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들이 골고루 들어와서 감사하고 다행이다.

10. 올해로 데뷔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의 배우 생활을 돌이켜본다면?
라미란: 굉장히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배우로 계속 활동하고 싶다. 잘만 되면 이만한 직업이 없는 것 같다. 나처럼 싫증을 잘 내는 사람에게는 최적화된 직업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다른 인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는 나에게 최고의 일이다.

10.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라미란: 출연했던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 그중에서 ‘소원’이라는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품을 찍을 당시 감성적일 때라 그런지 무언가 애틋하다.

10. 새해 목표는?
라미란: 새해부터 망언을 했다. 관객 수 1500만 명이 넘으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했는데 대국민 사과라도 안 하면 다행이다.

1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흥행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라미란: (‘정직한 후보’가) 예정대로 개봉한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흥행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경우) 꾸준히 관리만 하면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고 하니까 다들 몸조심했으면 좋겠다. 혹여라도 힘들게 찾아와준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