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히트맨’ 정준호 “7년 만에 선택한 코미디물…거침없이 애드리브 던졌죠”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히트맨’에서 국정원 악마 교관 덕규를 연기한 배우 정준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정준호는 올해로 데뷔 26년 차에 접어든 관록 있는 배우다. 그런 그가 망가짐도 불사한 연기 투혼을 펼친다. 웹툰 작가가 된 암살 요원 준(권상우 분)이 술김에 일급 기밀을 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히트맨’에서다. 정준호는 ‘가문의 영광5-가문의 위기’ 이후 약 7년 만에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다. 2000년대 초반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 조폭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코미디’ 복귀가 더욱 반갑다. ‘히트맨’에서 국정원 악마교관 덕규를 연기한 정준호는 거침없는 애드리브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수준 높은 액션도 거침 없이 소화했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으로 설 극장가 관객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친 정준호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오니 어떤가?
정준호: ‘두사부일체'(2001)를 통해 코미디 영화를 처음 만났다. 세월로 치면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다. 당시에는 조폭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가 많았고, 상황에 맞는 슬랩스틱이나 개인기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지금은 코미디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그래서 연기자가 주고받는 대사가 조금만 늦어져도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이 가능해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연기자들과 주고받는 톤의 속도에 중점을 뒀다.

10. 암살 요원이 웹툰 작가가 됐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땠나?
정준호: 솔직히 1020세대가 보는 만화 같아서 어색하고 낯설었다. 대여섯 번 정도 읽고 나니까 머릿속에 팍팍 꽂히면서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 나중에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그러더라. 우리 영화는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10. 극 중 꿈을 좇는 준의 모습이 감독의 삶 일부분을 접목한 것이라고 들었다.
정준호: 극 중 월 50~60만 원을 받고 일하는 웹툰 작가의 짠 내 나는 모습이 감독님의 삶 일부분이라고 그러더라. 무모하리만큼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의 꿈을 열심히 좇아가는 준의 인생을 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울컥했다.

10. 실사부터 웹툰,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형식의 연출이 독특하던데, 어떻게 봤나?
정준호: 감독님이 웹툰과 실사, 애니메이션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개척했다. (분위기가) 가볍고 유쾌한 영화라 관객들에게 잘 맞을 것 같다. 가족, 친구, 연인 등이 격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개봉 타이밍도 시기적절하다.

10. 현장에서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정준호: 현장에서는 배우들 간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분위기가 좋았고 호흡도 잘 맞아떨어져서 애드리브가 많이 나왔다. 뜻하지 않게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채택되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 대본의 틀을 벗어나기도 하는데, 감독님께서 극의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강약조절을 도와줬다.

‘히트맨’ 스틸컷(위),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가장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무엇인가?
정준호: ‘식사 한번 하시죠’라는 대사가 있다. 평소 예의 치레로 많이 쓰는데, 나도 모르게 애드리브로 친 말이었다. 원래는 대사 한 마디도 없는 장면인데,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친 애드리브가 잘 맞아떨어졌다.

10. 극 초반 냉정했던 모습과 달리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정감 있는 캐릭터로 바뀐다. 덕규를 연기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정준호: 덕규는 고아들을 데려다가 암살 요원으로 키우는 국정원의 비밀 프로젝트 ‘방패연’을 이끄는 중심인물이다. 극 중 국가와 결혼했다는 대사가 있을 만큼 나라에 목숨을 바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전반부의 덕규는 조직에 충성하는 냉정한 사람 같지만, 자기가 애정을 갖고 키운 준에게 납치되면서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덕규가 극 중 가장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 같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덕규는 놀라울 정도로 망가져 가는데,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재밌는 요소가 될 것 같다.

10. 권상우와 스크린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정준호: 권상우와는 15년 전 뮤직비디오에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준이라는 캐릭터를 누가 하면 어울릴까 했는데 권상우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 준은 권상우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들을 모아서 만든 인물 같다. 강인한 체력과 액션 등 요원으로서의 여러 가지 측면과 짠 내 나는 일상의 아버지로서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준의 모습이 지금까지 권상우가 보여준 매력과 흡사했다. 권상우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권상우와는 같은 충청도 사람으로 동향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호흡이 잘 맞아떨어졌다. 선배들을 잘 배려하고 유연하게 행동하는 그의 열정에 감탄했다.

10. 극 중 강도 높은 액션을 구사하던데.
정준호: 4~5개월 정도 무술 감독님의 지도 아래 암살 요원의 액션을 배웠다. 일반적인 액션과 달리 상당히 기술적이고 강력한 특공 무술이다. 암살 요원의 특성상 무기를 많이 사용하고, 테러리스트와 대립하는 일도 잦기 때문에 고난도의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그래서 주 1~2회 정도 고강도 훈련을 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연습했다. 현장에서는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액션을 하려고 했다. 조금은 서툴더라도 연기자가 직접 해야 역할에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액션 장면은 권상우를 비롯한 출연진이 직접 소화했다.

정준호는 자식에게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의 대본을 가보로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시즌2가 제작된다는 가정하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준호: 덕규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 충청도 스타일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가 잘돼서 시즌2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10. 지난 15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어땠나?
정준호: 영화를 찍고 나면 홍보를 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거기서 숨어있던 끼를 보여주며 반전 매력을 뽐낸다. (녹화했던) 그날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3~4시간 동안 재밌게 촬영했다. 내가 가는 곳마다 항상 따라다니는 가방이 있다. 나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가방인데 (지난 방송에) 그게 공개됐다.

10. 정치 입문설에 휩쓸려 곤혹을 겪기도 했다. 진실은 뭔가?
정준호: 홍보대사를 많이 맡으면서 생긴 해프닝이다. 현재 100여 개 가까운 곳에서 홍보대사를 수행하고 있다. 지방 축제를 다니다 보면 사인회를 하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몇 시간을 소비한다. 배우로서 대본도 보고 재충전을 가지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동안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고충과 애환을 잘 들어놓았다가 윗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게 정준호식 정치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의 열정 때문인지 간혹 정치 입문을 권유받기도 하는데, 선거철만 되면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정치를 해볼까 싶은)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정리하고 연기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

10. 골프웨어부터 외식, 갤러리, 웨딩홀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연기와 병행하면서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
정준호: 솔직히 힘들다. 연기라는 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인데, 공교롭게도 촬영과 사업이 겹치면 연기에 집중해야 될 때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되도록 촬영 현장에서는 사업과 관련한 일들을 자제하고 있다. 처음에는 연기와 사업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해서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그때 연기와 사업을 병행한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후회도 많이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수백 명의 직원과 일하면서 노하우 아닌 노하우가 생겼다. 작품에 들어가면 모든 직책을 전문 CEO들에게 맡기고 연기에 집중한다.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면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두 가지의 일을 병행하는 게 장점이 되기도 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경험을 캐릭터에 잘 승화시키면 여유가 생긴다. 일반적인 배우들이 바라보는 인물의 해석과 내가 보는 캐릭터의 분석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런 장점을 잘 살려서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다.

10. ‘히트맨’의 매력은?
정준호: 무모하리만큼 처절하게 살아가는 가장의 아픈 인생과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따뜻함이 들어있는 영화다. 설 연휴에 온 가족이 모여서 보기 적절한 것 같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감독님의 열정과 노력을 느낄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생소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현실에서 다루기 힘든 장면들을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재탄생시켰다는 점을 미리 알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