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해치지않아’, 동물원 우리 안에서 바라본 인간 세상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해치지않아’ 포스터.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JH로펌의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는 정규직을 꿈꾸며 재벌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기 바쁘다. 어떻게든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 근무한 지 8개월이 됐는데도 수습이라는 게 창피해 사법연수원 동문회에도 못 나간 지 오래다. 그러던 중 JH로펌의 황 대표(박혁권 분)에게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만한 제안을 듣게 된다. 망해 가는 동물원 동산파크를 살리라는 것. 새 원장으로 부임해 3개월 안에 동물원을 정상화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것이다. 태수는 황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인생 역전을 꿈꾼다.

출근 첫날, 동물원은 허전하기 그지없다. 동물들은 은행 빚을 갚기 위해 팔려나갔고, 직원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그만둔 상태다. 남은 것이라곤 직원 세 명과 북극곰 까만코를 포함한 동물 몇 마리가 전부다. 직원들은 새로 온 원장 태수에게 경계심을 갖지만, 전임 서 원장(박영규 분)은 동물원을 망하게 만든 걸 자책하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한다.

새 원장의 환영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태수와 서 원장은 그만둔 직원이 박제된 가짜호랑이를 들고 가는 걸 보게 된다. 다음 날 태수는 우연히 서 원장의 방 안에서 동물 탈을 쓴 사진을 보고,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언가를 기획한다. 이후 태수는 남아있던 직원들을 불러모아 동물의 탈을 쓰고 사람이 동물 행세를 하며 위장 근무할 것을 제안한다.

‘해치지않아’ 스틸컷.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치지않아’는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가짜를 진짜로 믿게 만든다는 사고방식과 동물 없는 동물원이라는 설정이 신선하다. 영화는 동물을 대하는 관람객들의 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 부동산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 등 다양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표현했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따뜻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사건을 이끄는 속도감이 부족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이야기가 늘어져 아쉽다. 특히 그만뒀던 직원들까지 몰려와 동물원 재개장 75일을 기념하는 축하 파티, 진짜 북극곰을 가짜인 줄 알고 달려드는 황 대표 등의 설정은 뜬금없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원작의 색깔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웹툰에서 나왔던 동물들이 대부분 영화에 등장해 원작의 색깔을 살렸다. 작품에 나오는 인형 탈들은 실제 동물이라고 느껴질 만큼 정밀하게 만들어졌다. CG로 구현한 까만코 또한 불편한 감 없이 자연스럽다. 원작에 있던 코끼리는 영화에 빠졌는데, 구현할 방법을 못찾은 걸까.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한몫했다. 콜라 먹는 북극곰의 안재홍, 옆 모습을 볼 수 없는 사자의 강소라, 고개 숙인 기린의 박영규, 흥이 넘치는 고릴라의 김성오, 자이언트 나무늘보의 전여빈 등이 유쾌한 케미를 뽐내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약간은 부족할 법한 인물들의 특성이 1인 2역을 통해 개성 있는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긴장감 떨어지는 전개가 아쉽지만 신선한 소재로 빚어낸 인물들의 케미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사람과 동물 간의 관계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오는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