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최초 골든글로브 ‘기생충’…봉준호 “언어장벽 허무느냐도 결국엔 완성도”(인터뷰)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 배우 이정은, 한진원 작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자막의 장벽만 넘으면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직후 인근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한국 매체 간담회에서다. 간담회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정은, 한진원 작가, 제작자 곽신애 대표가 참석했다.

봉 감독은 “일단 너무 기쁘다. 최초라는 것도 기쁘지만 영화가 북미에서 개봉 중인데 좋은 반응과 수상 소식이 이어지는 거니까 여러 가지 의미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앞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의) 경합이 더 무시무시한 느낌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이런 분들이 있는 상태에서, 심지어 ‘아이리시맨’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걸작이고 나도 응원하는 영화인데 상을 하나도 못 받고 돌아가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시상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받고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이다 보니까, 특히 북미 관객들이 여전히 자막 있는 영화 보는 걸 꺼린다고 하더라. 그런 장벽을, 별것 아닌 장벽이니까 그런 장벽만 넘으면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고 부연 설명했다.

할리우드 연예매체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3일 로스앤젤레스 선셋타워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파티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봉 감독과 영화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배우 송강호가 브래드 피트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송강호는 “그동안 많은 보도를 통해 듣기도 했지만 할리우드 스타, 감독님, 그리고 실제로 (할리우드 현지) 관객분들이 너무들 좋아하신다”며 “어쩌면 ‘기생충’이 한국적 요소도 있고 그런 (한국적인) 디테일한 것들을 (미국 관객들이) 이해를 할까 이런 걱정도 내심 있었는데 아주 즐겁게 그리고 놀라운 감동의 영화를 봤다고 말해줄 때는 또 놀랍기도 하고 너무 뿌듯하기도 하고 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받은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송강호와 봉 감독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다수의 작품을 같이 해오며 각별한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다른 감독과 차별화된 봉 감독만의 강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송강호는 “강점은 체중이다. 체중은 압도적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봉 감독은 “이 (골든글로브) 트로피도 되게 무겁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봉 감독이 ‘기생충’의 각본을 함께 쓴 한진원 작가에게 부모님께 한마디하라고 하자 “서른다섯에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데 빨리 나가(독립)겠다”고 말했다.

‘기생충’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가져간 배우 이정은은 “골든글로브엔 처음 참여했는데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봉 감독님을 바라보는 어떤 것이나 위상이 한국 영화를 새롭게 보게 만든 것 같다.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사실 감독상까지 받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 더 좋은 영화제가 있으니까 기대해보는 중이다”고 기쁨과 함께 아쉬움을 표했다.

‘기생충’은 이제 아카데미상(오스카)을 향한 여정을 이어간다. 송강호는 “메인은 오스카다.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와 연결되는 지점”이라며 “봉준호 감독께서 아쉽게 감독상을 놓친 불운을 오스카에서 반드시 달성하리라 생각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생충’의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미국 배급사인 네온을 비롯해 감독, 배우들은 오스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송강호는 “텔루라이드 영화제라고 콜로라도에서 돌아다니는데 텔루라이드에서 쌍코피가 터졌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오스카 시스템이 칸처럼 9명의 심사위원이 일주일간 20편의 경쟁 부문 영화를 보고 심사하는 게 아니라 한 해 동안 나온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투표권자만 8000명에 육박한다. 마치 선거운동과 같다”며 “미국 배급사나 스튜디오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치열한 경쟁과 캠페인을 한다. 우리도 엉겁결에 강제등판처럼 캠페인의 파도에 휩쓸려 들어간 느낌이랄까.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감독·배우들도 (텔루라이드) 영화제에 참가한다. 칸에서 황금종려상,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의 선물을 받은 작품이어서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즐거운 소동들이다. 소동이지만 다들 열심히 한다”고 털어놨다. 또한 “CJ나 바른손이나, 북미 배급사 네온이나 다들 이걸 목표로 달려온 건 아니지만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오스카에서도 어떤 좋은 결과가 온다면 한국 영화 산업 측면에 나름의 또 의미가 있겠다”고 은근히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에서 봉 감독을 가장 만나고 싶어한다는 기사도 냈다. 봉 감독은 “‘기생충’ 파티를 1월 3일에 했는데 ‘셰이프 오브 워터’로 유명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호스트를 하고 파티를 했었는데 많은 영화인이 왔다. 디카프리오나 오늘 상을 받은 로라 던, 그리고 에드가 라이트를 비롯한 많은 감독이 와서 성황리에 파티가 됐는데 뉴욕타임스에서 기사까지 쓸 줄이야 전혀 예상 못 했다”며 자신들도 ‘이게 뭐지’ 싶었다고 밝혔다.

제77회 골든글로브에 참석한 배우 이정은(왼쪽부터), 조여정, 송강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가 계속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정은은 “그런 노력이 봉 감독 작품 이후로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보고, 그걸 위해 많은 인적 자원, 협력, 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적 사회적 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송강호는 “수많은 명감독이 계셔서 앞으로 더 좋고 다양한 작품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감동을 줄 거다. 큰 성과, 영광을 누리지만 한국 영화 관객들의 열광적인 성원과 날카로운 예의주시, 사랑이 없었다면 이런 것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감사했다.

곽신애 대표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성공을 예상했느냐는 물음에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워낙 완성도로 가득 차 있어 구체적 상을 떠올린 적은 없지만 전 세계 누구라도 보면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리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언어장벽을 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물음에 곽 대표는 “언어는 어차피 한국어이지만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기술적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 상품을 내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결국은 완성도”라며 “언어장벽을 허무는 것도 완성도에 달렸다. 영화는 시각적 언어이기 때문에 장인정신을 가진 스태프 제작진들의 완성도가 국경이나 언어장벽을 넘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봉 감독은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직후 이뤄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자본주의에 관한 영화인데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이니 논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정치적 메시지나 사회적 주제도 있지만, 그것을 아주 매력적이고 관객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전해주는, 우리 뛰어난 배우들의 매력이 어필했기 때문에 미국 관객들의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배우들에게 고마워했다. 이어 “아까 수상 멘트할 때 정신이 없어 간결하게 서브 타이틀(자막)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 멋진 앙상블을 보여준 우리 배우들과 같이 일한 스태프, 바른손, CJ, 네온 회사 분들께 감사의 말을 다 못 했다. 마침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