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현장] 양준일 “내려놓으니 꿈이 이뤄졌어요”…선물 같은 지금 이 순간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양준일. / 조준원 기자 wizard333@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어.”

50대의 양준일이 20대 청년 양준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양준일은 지난달 6일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3’)에 출연해 갑자기 가수 활동을 멈추고 미국으로 돌아간 사연을 털어놓으며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20대의 자신에게 건넨 한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슈가맨3’에 출연한 이후 양준일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녹화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평소처럼 레스토랑의 직원으로 근무했으나 주변 반응이 확 바뀌었다. 레스토랑에는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가 빗발쳤고, 방송 출연과 광고 섭외 요청이 줄을 이었다. 팬카페 회원수는 5만 5000명으로 늘어났고, 주로 아이돌 가수들이 얼굴을 올리는 옥외 광고판에도 등장했다.

양준일은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팬미팅을 마련하기로 했다. 31일 오후 4시와 8시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2회에 걸쳐 팬미팅 ‘선물’을 연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기자간담회도 준비했다. ‘슈가맨3’에서 인연을 맺어 팬미팅의 사회를 맡은 작사가 김이나가 기자간담회의 진행도 맡았다.

양준일의 등장과 동시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수많은 취재진의 모습을 보고 놀란 양준일은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여러분들이 나를 아티스트로 봐주기 때문에 나 역시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면서 외면을 맞춰가는 것 같다. 더불어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져서 날개를 달았다”고 말했다. 팬미팅은 물론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도 처음이다.

양준일 팬미팅,김이나

가수 양준일(오른쪽).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991년 싱글 음반 ‘리베카’로 데뷔한 양준일은 ‘가나다라마바사’ ‘댄스 위드 미(Dance with me) 아가씨’ 등을 발표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미국 국적을 가진 교포인 그는 2집 활동 이후 비자 문제로 한국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2001년 브이투(V2)라는 예명으로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에 ‘슈가맨3’에 출연해 활동을 중단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과 더불어 남다른 끼와 재능이 재조명됐다.

양준일은 “한국을 떠나면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슈가맨3’에 출연하는 것도 망설였다. 출연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는데, 일하고 있는 음식점에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한 여성분이 ‘한국에서 난리가 났는데 지금 서빙을 하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하는 거다. 그때까지도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국에 올 때 승무원부터 많은 이들이 알아봐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적응하고 있다. 적응이 좀 됐나 싶었는데 이렇게 또 많은 취재진을 보니 충격을 받는다”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준일은 앞서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의 문화초대석에 출연해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팬들은 가수 활동을 다시 시작하길 바라며 적극 응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향후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현재 책과 음반을 낼 예정”이라면서 “책은 지금 양준일이 생각하는 걸 글로 표현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준비 중이다. 더불어 내가 과거에 낸 음반이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 곡들을 모아서 재편곡과 재녹음을 거쳐 팬들이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게 두 번째 하고 싶은 일”이라고 밝혔다.

양준일 팬미팅

가수 양준일. / 조준원 기자 wizard333@

대중들이 양준일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감히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취재진에게 ‘왜 나를 보러 왔느냐’고 묻고 싶다”고 답했다.

양준일이 ‘슈가맨3’에서 밝힌 비자 발급 과정에서 당한 일은 여러 시청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비자를 발급하는 직원이 양준일을 두고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한 이유를 묻자 그는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아니다”면서 “한국에 있을 때나 미국에서도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인들에게는 받을 수 없는 따뜻함을 내가 꼭 필요할 때 느낄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내가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 슬프지 않은 이유는 그건 현실이었고, 더 좋은 추억이 있어서다. 그 소중한 따뜻함을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준일의 팬미팅은 티켓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모두 동났다. 팬미팅 3시간 전부터 공연장 밖은 팬들로 북적였다. 연령층도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팬들이 양준일의 컴백을 응원하는 말에는 ‘미안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양준일을 좋아한 팬들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알지 못해서 미안해했고, 최근 ‘슈가맨3’를 보고 좋아하게 된 팬들은 진작 알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다고 했다.

이에 양준일은 “팬들이 내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도 그런 면에서는 똑같이 미안하다. 그때의 나는 떠날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나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는지 몰랐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지만 그 과정을 지나면서 얻은 게 많다. 한순간도 버리고 싶은 건 없다. 지금 이렇게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걸 행복으로 만들어준다”며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양준일은 다시 한번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조건이 이뤄진다면 연예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살고 싶고, 지금은 대중들이 원하는 동안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의 양준일, 그리고 지금 50대의 양준일의 모습은 모두 그가 계획한 일이 아니다. 양준일은 이 같은 상황을 돌아보며 “모든 게 지금 내 계획대로 안되고 극과 극을 달린다”며 웃었다.

‘슈가맨3’에서 화제가 된 ‘청년 양준일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양준일은 “사실 그때 ‘모든 건 완벽하게 될 거다’라는 말은 지금 이렇게 될 거라는 얘기가 아니었다”면서 “인생에서 원하는 걸 내려놓으면 잘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었다. 20대에 원하는 걸 지금의 나는 원하지 않으니까, 그때 간절히 바라는 게 영원한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 그걸 내려놓으면 마음고생을 덜할 것이란 말이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꾸고 있는 꿈이 전부가 아니다. 살면서 원하는 걸 내려놓고, 현실에 무릎 꿇을 수 있으면 새로운 게 들어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