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이슈] 5개월 만의 ‘프듀’ 기자회견, 시원함보단 물음표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프듀X101' 투표 조작,허민회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가 지난 30일 오후 상암동 CJ ENM센터 멀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지난 30일 CJ ENM이 엠넷(Mnet) ‘프로듀스’ 조작 사태가 터진 후 약 5개월 만에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확실한 답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예상 외로 많은 물음표를 남겼다.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된 이후 CJ ENM이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이었기에 모호함은 더욱 짙게 남았다.

이날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열린 엠넷 ‘프로듀스X101′(프듀)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에는 CJ ENM의 허민회 대표와 하용수 경영지원실장 등이 참석했다. 허 대표의 사과문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CJ ENM은 ‘프듀’ 조작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분리해서 봐주길 당부했다. 허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시청률만 쫓다가 기본 윤리를 저버리는 일은 없는지 철저하게 살피고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조작 사태가  PD들이 시청률을 올리는 데 급급하다 일탈해서 벌어진 것으로 본다는 얘기였다.

검찰에 구속기소된 제작진 일부는 기획사들을 통해 유흥업소에서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CJ ENM은 이런 과정을 거쳐 조작된 그룹들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시즌 1을 통해 탄생한 아이오아이가 대박을 터뜨리자 시즌 2, 3, 4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프듀’를 통해 탄생한 그룹은 음원, 음반, 공연 등 K팝 그룹의 모든 활동 분야에서 CJ ENM의 매출 증대에 이바지했다. 검찰 역시 공소장에서 “‘프로듀스101’은 방송에 의해 최종 선발된 그룹 멤버들의 연 매출이 수백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CJ ENM이 음악콘텐츠본부를 통해 진행하는 사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라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이날 회견에선 CJ ENM이 조작의 책임에 관해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공소장에서도 CJ ENM은 피해자로, 김용범·안준영 등 PD 3명은 가해자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꼬리자르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먼저 수사 의뢰를 한 것은) 내부 조사에 한계가 있어서 한 것이고 회사 차원에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J ENM의 내부 조사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작 사태가 불거질 당시부터 유료 투표를 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투표수 원본 데이터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 데뷔조를 가리는 원본 데이터는 ‘오디션의 명가’를 자부하는 엠넷의 대표 오디션인 ‘프로듀스’ 시리즈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CJ ENM은 “원본 데이터는 개인 PD가 갖고 있었는데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있는 데이터도 불완전해서 모른다. 문자 투표 등 외부에서 오는 자료는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프로듀스’ 시리즈가 스타 PD의 권한이 강했던 프로그램이었던 것은 맞지만 개인 PD에게 외주를 맡겨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답변한 것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노력을 안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다. 이에 대해 CJ ENM은 “그 자료가 너무 안맞고 내부적으로 (조사를) 할 수가 없어서 수사 의뢰를 한 것”이라며 “납득이 안가는 점은 이해를 부탁드리겠다”고 요청했다.

CJ ENM은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과 추후 또 다른 오디션 제작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에 대해서는 “현재 잠정 중단”이라며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안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지만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K팝의 글로벌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CJ ENM은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가 된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발굴된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K팝을 세계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우리 책임이다. (그러므로) 공정성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는 것 자체는 K팝의 글로벌화에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프듀’ 조작 혐의로 기소된 제작진과 기획사 관계자들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때문에 재판 결과가 나기까지는 CJ ENM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자회견을 연 이날 CJ의 임원인사가 발표됐다. 허 대표는 재선임된 후 첫 공식 석상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CJ ENM은 앞으로도 K팝 사업을 추진할 것”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밝힌 자리였다. 기소된 제작진 3명의 거취는 재판이 끝난 후 결정될 전망이다. 안모 PD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죄의 성립 여부,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14일 오전 열린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