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퍼디난드, “애초에 프란츠 페르디난트보다 유명해질 생각이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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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출신의 록밴드 프란츠 퍼디난드는 ‘1차 세계대전’의 촉발 원인이 된 사라예보 사건 당시 암살된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에서 밴드 이름을 따왔다. 데뷔 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 구글 또는 네이버에서 이 이름을 검색하면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아닌 록밴드 프란츠 퍼디난드가 뜬다. 어느덧 역사 속의 인물보다 유명해진 셈이다.

솔직히 10년 전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테이크 미 아웃(Take Me Out)’을 들었을 때는 프란츠 퍼디난드가 이렇게 대형 밴드가 될 줄 몰랐다. 그 노래만 듣고는 영국 최고의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과장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던 것. 지금은 프란츠 퍼디난드의 포스트펑크에서 이어지는 댄서블한 개러지 록이 어느새 대세가 됐다. 최근 새 앨범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를 발표한 프란츠 퍼디난드는 28일 광장동 유니클로 악스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다. 이날 프란츠 퍼디난드의 공연은 댄서블한 록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했다. 펑크(punk)의 에너지와 펑크(funk)의 그루브를 동시에 지닌 음악을 듣고 춤추지 않는 자가 없더라. 공연에 앞서 기타리스트 닉 매카시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Q.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당시 빗속에서 열광적인 공연을 펼쳤다.
닉 매카시: 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비가 정말 많이 내려서 꼭 스코틀랜드의 날씨를 가져온 것 같았다. 팬들이 즐거워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Q. 최근 새 앨범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 발매하고 월드 투어 중이다. 공연은 어떤가? 보통 투어가 2년 정도 걸린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런가? 몇 개국을 도나?
닉 매카시: 그 정도 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까지 아시아와 함께 남미, 미국, 유럽 등을 돌 예정이다. 처음 가보는 나라에서 공연하는 것이 무척 신난다. 한국에서는 인천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서울 공연은 처음이라 기대된다. 서울의 높은 타워(남산타워를 말하는 듯)에 놀러가기로 했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투어와 앨범 작업 기간을 합해 약 4년이 걸렸다. 다음 앨범 작업은 4년까지는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

Q. 이번 앨범은 프란츠 퍼디난드의 초기 사운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들은 어떤 음악을 시도하려 했나?
닉 매카시: 그런 평가가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다. 늘 그렇지만 항상 하고 싶은 댄스음악을 했다. 너무 헤비하지 않은, 펑키(funky)한 음악 말이다. 록보다는 댄스의 성향이 더 강하길 원했다. 사운드적인 면에서 지난 두 앨범과는 차이가 있다. 예전에 앨범 작업을 할 때 잼(jam)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어쿠스틱 악기로 곡을 먼저 만들고, 그 틀에 맞춰 연주를 해나가며 곡을 완성시켰다. 그 외에 이번에는 작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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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앨범인 정규 3집 ‘Tonight’에서는 신스팝의 영향도 느껴졌다. 덥 믹스 버전도 싱글로 발매해 일렉트로니카 성향도 보여줬다. 새 앨범에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나?
닉 매카시: 지난 앨범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넣은 의도가 있다. 어느 때 부터인가 우리를 따라하는 기타 밴드들이 너무 많아져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면 안 좋은 밴들의 음악도 들리고…. 그래서 그런 것을 탈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3집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또 어느 때 부터인가 라디오를 틀으면 죄다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나오는 거다. 그래서 오히려 일렉트로니카의 대가인 다프트 펑크처럼 다시 밴드로서 음악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 우리도 이번 앨범에서 보다 밴드 본연의 사운드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물론 이번 앨범에도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섞어서 만든 곡들이 있다. ‘Goodbye Lovers And Friends’와 같은 곡은 댄스음악을 본떠서 만든 곡이라 일반적인 록과는 다른 진행을 보인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부분에서 코러스가 들어온다던지.

Q. 닉 매카시는 보컬 알렉스 카프라노스와 함께 프란츠 퍼디난드 대부분의 곡을 함께 만든다. 작곡을 할 때 나름의 비법이 있다면?
닉 매카시: 나와 알렉스가 곡을 쓸 때 한 명이 멜로디가 있고, 다른 한 명이 가사를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합치는 과정에서 마술과 같이 새로운 음악이 나올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곡을 쓸 때 가끔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어보곤 한다. 가령, ‘난 존 레논이야, 난 데이빗 보위야’라고 생각하고 곡을 쓰면, 정말 그들처럼 쓰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비트나 이미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물론 그들을 똑같이 따라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가진 오리지널의 느낌은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아티스트들이 곡을 만드는 방식이 다 다른데, 프란츠 퍼디난드는 혹시 춤추면서 음악을 만들기도 하나?
닉 매카시: 하하 그럴 때가 있다. 춤추듯이 몸을 흔들며 합주를 하다가 ‘아 이때다’ 싶을 때 녹음 버튼을 누르고 레코딩을 시작한다.

Q. 밴드가 결성된 지 이제 10년이 훌쩍 지났다. 최고의 순간, 최악의 순간을 꼽는다면?
닉 매카시: 하하,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공연이 최고의 순간이 될 거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아무래도 첫 계약이 성사됐을 때, 그리고 처음 몇 년간 인기가 점점 높아질 때가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최악의 순간은…. 잊고 지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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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란츠 퍼디난드, 그리고 스트록스 등의 개러지 록 스타일이 최근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예전에 섹스 피스톨즈, 너바나가 그랬듯이 프란츠 퍼디난드가 록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들의 생각은 어떤가?
닉 매카시: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다고 말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글쎄 아마도? 사실 잘 모르겠다. 우리가 주변 밴드들에게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대세는 아닌 것 같다. 아직 섹스 피스톨즈, 너바나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말이다.

Q. 지난 2004년 ‘Take Me Out’이 나왔을 때 프란츠 퍼디난드는 최고의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본인들은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을 했나?
닉 매카시: 당연히 몰랐다. 그런 건 미리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프란츠 퍼디난드를 결성하기 전에도 밴드활동을 했었고, 즐겁고 좋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거나, 무언가 맞지 않았던 거겠지? 그런데 프란츠 퍼디난드로는 일이 척척 진행이 됐다. 스코틀랜드로 이사를 가지 않았다면 이런 성공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독일에서는 밴드들이 앨범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닉은 독일에서 성장함) 그런데 영국에 오니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있더라. 그래서 계약을 하고 ‘500장 정도 팔았으면 진짜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정말 믿겨지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Q. 1차 세계대전의 촉발 원인이 된 사라예보 사건에서 암살된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에서 밴드 이름을 따왔다. 이제는 프란츠 퍼디난드가 프란츠 페르디난트보다 유명해지지 않았나?
닉 매카시: 사실 그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다. 구글 검색에서 프란츠 페르디난트보다 앞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기한 것이 내년인 2014년이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암살된 지 100주년이 된다는 것이다. 즉,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이기도 한데, 내년에 오스트리아 공연을 와달라는 연락이 쇄도를 하고 있다.(웃음) 하지만 밴드 이름은 단지 이름일 뿐, 사실 우리는 역사적, 정치적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세계 정치에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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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한국 대중음악을 들어봤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고 말이다.
닉 매카시: 요새 케이팝이 유명해졌지만, 사실 영국에서 한국음악을 듣기는 어렵다. 우리 드러머 폴 톰슨의 아이는 하루종일 ‘강남스타일’만 듣더라. 폴은 한국 록에도 관심이 있다. 폴에게서 한국의 60~70년대에 커다란 사이키델릭 신(scene)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폴이 그 시절 한국 록 앨범들을 몇 장 가지고 있다. 구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이베이’를 통해 한글을 복사해 붙여넣기를 해서 앨범을 구입해야 했다. 한글을 읽을 줄 모르니까. 그렇게 구한 한국의 사이키델릭 음반을 폴을 통해서 몇 장 들어봤는데 사운드가 매우 좋았다.

Q.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닉 매카시: 초대해줘서 정말 고맙다. 이번에 한국을 둘러봤는데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데 다음 휴가는 한국으로 와야겠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공연사진제공. 나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