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VIP’ 이상윤 “뭐라고 해도 변명 같겠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SBS 월화드라마 ‘VIP’에서 바람 피운 남편 박성준 역을 연기한 배우 이상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매주 월화요일 밤이면 시청자의 화병을 도지게 하던 주인공, 배우 이상윤이다. 그는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극 ‘VIP’에서 똑똑하고 착하고 예쁘기까지 한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박성준을 연기했다. 심지어 불륜 상대는 자신과 아내가 다니는 회사 내 같은 팀의 부하 직원이었다. 덕분에 이상윤은 글로벌하게 욕을 먹고 있지만 드라마를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이니 기쁘게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연기하는 자신조차 ‘박성준이 저러면 안 되는데…’ 싶었다는 이상윤. 그를 만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0. 성준이 아내 정선(장나라 분)을 두고 유리(표예진 분)와 바람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이상윤: 성준과 유리는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다. 아내의 유산, 친아버지의 죽음을 겪는 상황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혼외자식이라는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는 유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성준에게 생겼다. 그 순간이 성준에겐 숨통을 트이게 한 시간이었을 거다. 성준을 연기하는 나로서는 그 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 작품 자체가 정선의 시점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사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것이다. 내가 봐도 성준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10. 시청자들의 욕바가지가 됐다. 성준의 언행에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어떤 반응들이 있던가?
이상윤: 살벌하시더라.(웃음) 그냥 너무 싫단다. 외국 분들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hate’라고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예쁜 장나라 버리고 잘 사나 보자’ ‘정신 차려라’ ‘이상윤, 원래도 싫었는데 더 싫다’ ‘팬이었는데 이 작품 보고 싫어졌다’ 등등. ‘왜 이런 역할을 맡으려고 했는지 실망했다’는 분들도 계셨다. 캐릭터에 대해 욕을 하는 건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해 욕하는 건 둘 중 하나가 아니겠나.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드니 연기까지 마음에 안 들고 나까지 욕하는 거라면 괜찮다. 하지만 연기 자체가 별로라고 한다면 그건 내가 잘 못한 게 아니겠나.

이상윤은 “불륜녀가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초반부터 시청자 반응을 체크했다”며 “잘 감춰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10.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성준을 연기하면 욕먹겠다는 예상을 했을 텐데 그래도 이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상윤: 말이 없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속을 알 수 없고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작가님은 성준이라는 인물을 설정할 때 나를 생각하면서 썼다고 한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본을 봤다. 안 그럴 것 같던 사람이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 모든 게 밝혀졌는데도 뭔가 반전이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인물, 작가님은 그런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반응을 보면 (나를 캐스팅한 게) 먹힌 것 같다.

10. “정선아”밖에 할 말이 없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실제로도 그 대사가 많았고.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를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이상윤: 성준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건 사실인 것 같다. 뒤로 갈수록 더 어쩔 수 없기도 했다. 드라마가 ‘성준의 불륜녀가 누구지’라는 궁금증으로 중반까지 간다. 그 안에서는 성준이라는 인물이 많이 보이지 않을수록 더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했다. 후반부에도 이야기는 정선의 감정을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성준이 보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0. ‘한결 같은 표정이 싫다’는 반응도 있더라. 성준이 자신의 감정을 워낙 표출하지 않는 인물이기에 생긴 반응 같다. 동작도 크지 않은 인물인데 표정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이상윤: 불륜녀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 상대가 누구든 될 것처럼, 또한 누구도 아닌 것처럼 애매하게 표현하려 했다. 그걸 들키는 순간 재미가 없어진다. 성준은 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고, 정선이나 유리와 있을 때마저도 솔직하고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감정을 드러낼 줄도 모르고 드러내서도 안 되게 살아온 인물이라도 여겼다.

10. 그래도 너무 심하게 표현하지 않는 인물에 답답한 적은 없었나?
이상윤: 어디에선가는 드러났으면 좋겠는데 그것조차 없어서 성준이 어떤 생각인지, 어떤 마음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긴 했다. 감정이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알게 하면서 참는 연기를 보여줘야 할지, 아니면 시청자들에게까지 감정을 숨긴 채 참는 연기만 보여줘야 할지가 어려웠던 점이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속에 감정은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사진=SBS ‘VIP’ 방송 캡처

10. 장나라와 부부 연기를 해본 소감은?
이상윤: 부부 연기를 했다기엔 너무 초반부터 깨졌긴 하다.(웃음) 나라 씨가 연기를 잘하는 분이라 덕을 많이 봤다. 연기하는 상대방을 많이 배려해준다. 반면 나는 도움을 많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 나라 씨가 화를 내면 나는 주로 가만히 듣고만 있다. 대화가 오고가면서 더 연기가 수월해지시도 하는데 나는 말없이 있고 나라 씨는 혼자서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 미안했다.

10. 촬영하면서 상황에 몰입해서 장나라마저도 실제로 분통 터져 했던 장면이 있었나?
이상윤: 정선과 유리가 건물 옥상에 갇히게 된 상황이 있다. 비까지 오게 됐는데 옥상문을 연 성준이 정선이 아니라 유리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연기할 때는 리허설 때 얘기해놓은 대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나라 씨가 진짜 열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잠깐 여기로 가야 할지 저기로 가야 할지 멈칫 할 때 나라 씨가 기다려줘야 하는데 그 전에 나라 씨가 먼저 지나가버려서 NG가 난 적이 있다.

농구를 좋아하는 이상윤은 다음달 10일 방송을 시작하는 SBS 농구 예능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10. 배우들은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거나 하면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하던 예능에서 하차하기도 한다. ‘집사부일체’는 2년간 꾸준히 해왔는데,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있나?
이상윤: 딱히 기간을 정해놓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특별히 걱정할 부분이나 문제 될 부분이 없다면 길면 2년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하다 보니 어느새 2년이 됐다. 멤버들이 많으면 (그만둬도)괜찮을 지도 모르는데 4명인데두 멤버들 각자 서로 너무 다른 개성을 갖고있어서 하나라도 빠지면 빈자리가 클 것 같다. 또 멤버들끼리 점점 친해져가고 있기도 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도 않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10. 특별히 걱정할 부분이나 문제될 부분이라는 건 어떤 건가?
이상윤: 예능을 오래한 연기자가 본업인 연기로 돌아갔을 때 ‘예능의 모습 때문에 몰입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도 있다. 나는 연기자인데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지 않나. 혹시라도 그렇다면 과감하게 예능을 그만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드라마 속 분노 유발 캐릭터 때문에 예능 속 나를 안 보겠다고 하시니 한편으로 다행이다.(웃음) 반대의 경우는 연기자에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썩 내가 바라는 방향은 아니라서 피하고 싶다.

10.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해 한 일 중 뿌듯했던 게 있다면?
이상윤: 소속사 식구들과 연극한 게 올해 가장 행복했다. 같은 회사 소속인 민성욱 형과 사석에서 연극을 해보자고 처음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더 많은 배우들이 한 명씩 한 명씩 합류하게 됐고 이왕 하는 김에 자선 공연으로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 지난해 말에 장소와 시간을 잡고 올해 초부터 준비해서 지난달 공연했다. 처음 얘기가 나오고 3~4년이 걸린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가?) 매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배우들끼리도 돈독해지고 연기에도 도움이 되고 기부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다.

10. 계획했는데 하지 못해서 아쉬운 일이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상윤: ‘집사부일체’를 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돼서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그런데 올해 좀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는데 손가락을 다치면서 멈췄다. 그것도 어느새 1년이 지났더라. 최근에 ‘집사부일체’에 나왔던 사부님을 통해서는 무용 같은 걸 하면 쓰지 않던 신체 부분들을 깨워서 몸을 더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몸을 다 쓸 수 있게끔 만드는 운동이나 무용 같은 걸 해보고 싶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