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CG·캐릭터·스토리…‘안전한 폭발’을 택한 ‘백두산’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백두산’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 하정우를 비롯해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 등 라인업만으로도 대작의 기운을 물씬 풍긴 작품답다. 영화 ‘백두산’은 관객을 현혹할 만큼 화려하고 현란한 볼거리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다만 스토리는 반전 없이 무난히 흘러간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려던 날, 잠들어있던 백두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킨다. 네 차례의 폭발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가장 위력이 센 4차 폭발을 막지 못하면 한반도는 초토화된다. 청와대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 분)은 한반도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를 찾아가 도움을 구한다. 강봉래는 백두산 근처에 인위적 폭발을 가해 마그마방의 압력을 줄여보자고 제안한다. 이 폭발에 북측 핵미사일을 이용하기로 우리 정부는 결정한다.

전역 대기 중이던 폭발물처리팀(EOD) 조인창 대위(하정우 분)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는 작전에 투입된다. 대신 만삭의 아내 최지영(배수지 분)을 무사히 미국으로 보내준다는 약속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조인창의 원래 임무는 핵미사일을 해체해 우라늄 원료를 빼내는 것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는 이 작전의 총책임자가 된다. 그는 이중스파이 노릇을 하다 체포돼 수용소에 갇혀 있는 리준평(이병헌 분)을 찾아내 핵미사일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고 백두산 아래 갱도까지 핵폭발물을 옮겨야 하는 임무까지 수행하게 됐다. 안전을 보장 받을 방법이 필요했던 리준평은 조인창이 갖고 있던 갱도 지도를 몰래 빼내 먹어버린다. 이에 조인창과 대원들, 그리고 리준평은 백두산까지 함께 가게 된다.

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은 26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라는 티가 팍팍 난다. 거대하고 화려한 스케일은 초반부터 관객들을 홀려버린다. 백두산 폭발과 지진으로 무너지는 도시의 모습이 실감나게 구현됐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를 만든 덱스터스튜디오의 작품인 만큼 기술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대목이다.

영화의 전개는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으르렁대던 조인창과 리준평은 남북이라는 경계를 넘어 재난 속에 우정을 나누고, 전우들은 서로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이들은 국가와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소재와 스케일은 도전적이었지만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은 안전하고 전형적인 길을 택한 셈이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상상력이 동원됐으니, 이 폭발을 두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한반도 주변국들의 반응을 영화에 담아내 현실감을 가미했다.

영화는 무겁고 심각한 재난 상황 속에 유머와 웃음을 섞어 넣어 분위기가 지나치게 처지지 않도록 틈틈이 환기시킨다. 다만 웃음 포인트가 자연스럽지 않고 의도됐다는 게 느껴진다.

이병헌은 영민함과 행동력을 갖춘 엘리트 요원이라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하정우는 허술한 겁보에서 완숙한 리더로 변화하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렸다. 전혜진은 고요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마동석은 어려운 전문 용어를 술술 구사한다. 배수지는 선배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에 적절히 힘을 보태 영화를 좀 더 풍성하게 하지만 임산부 역할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쿠키영상도 있는데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를 오마주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대목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