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시동’, 멋진 세단보다 달달거리는 오토바이도 타는 재미가 있는 법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시동’ 포스터. /사진제공=NEW

영화 ‘시동’이 연말을 상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웃음을 준비했다. 이병헌 하정우 주연의 ‘백두산’, 한석규 최민식 주연의 ‘천문:하늘에 묻는다’에 비하면 박정민과 정해인을 주축으로 하는 캐스팅 라인은 약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춘 배우들의 케미가 제법 맛깔난다. 때론 묵직한 이야기보다 소소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도 필요한 법이다.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하는 말썽꾸러기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 학교를 자퇴한 그는 엄마 정혜(염정아 분)의 애정 어린 잔소리와 따끔한 손맛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단돈 1만원을 들고 무작정 군산행 버스를 탄다. 배고프던 차에 발길 닿는 대로 도착한 곳은 장풍반점.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을 만나게 된다. 택일은 마음 좋은 사장 덕에 장풍반점 배달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택일과 절친한 친구인 상필(정해인 분)도 학교를 그만두고 취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동네 친한 형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파이낸셜, 이름은 그럴싸한 사채업체에 막내로 들어가게 된다. 돈 받는 심부름거리 정도로 생각했던 그는 아찔한 경험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서야 이 일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 ‘시동’ 스틸. /사진제공=NEW

영화 ‘시동’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외모부터 설정까지 만화적 판타지가 가미돼 개성이 넘친다. 마동석은 육중한 몸집, 험상궂은 인상과 상반되는 핑크색 티셔츠, 도트 무늬 바지, 단발머리 등 깜찍한(?) 스타일로 호기심과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의욕만 앞서고 뭘 해도 어설픈 순진한 반항아 택일, 상필의 모습은 밉지 않고 사랑스럽다. 배구 선수 출신인 엄마 정혜와 사람을 기절하게 만드는 거석이 형의 매운 손맛에 휘청거리는 택일의 모습은 폭소를 터지게 한다.

영화는 감동을 굳이 질질 끌어서 눈물을 쥐어짜내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표현이 서툴던 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꺼내보일 때 관객을 눈물 짓게 하는데, 이를 곧 다시 유쾌한 웃음으로 바꿔놓는다.

영화는 ‘하고 싶은 일’과 ‘어울리는 일’ 등을 언급하며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 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돈, 명예, 가족 등 일을 하는 목적과 가치는 각기 달라도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답을 녹여내긴 했지만 더 명확한 답을 찾는 건 관객들의 몫이다.

코믹한 대사와 무겁지 않은 분위기는 웃음 타율을 높이는 요소다. 주요 캐릭터 외에도 다뤄져야 할 인물의 이야기가 많다는 점은 궁금증을 자극하지만 영화에 다 풀어놓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택일은 군산에, 상필은 서울에, 두 친구가 떨어져 있다 보니 둘보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초점이 갈 때가 있어 전개가 느슨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대세 청춘 배우 박정민과 정해인을 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즐거운 일이다. 두 사람을 비롯해 출연 배우 모두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영화에서 택일이 군산에 내려가 처음 만나게 되는 인물인 경주 역을 맡은 신예 최성은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실력을 보여준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