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방탄소년단·엑소도 고통 호소…’사생’은 팬심 앞세운 범죄

[텐아시아=우빈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의 뷔(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와 정국, 트와이스의 지효, 갓세븐의 잭슨, 엑소의 백현과 카이. / 사진=텐아시아DB

사생팬. 스타의 사생활을 따라다니는 극성 팬을 뜻한다. 하지만 진짜 팬들은 이들을 같은 ‘팬’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 일반적인 팬들은 자신의 스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늘 응원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지켜본다. 하지만 사생은 다르다.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고 피해를 입힌다. 이로 인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한 스타는 불편과 함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그룹 방탄소년단, 엑소부터 동방신기, 신화 트와이스, 레드벨벳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이돌 멤버들이 사생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전화번호를 알아내 사적으로 전화를 거는 것은 기본이고 작업실이나 집 주변을 배회하거나 침입하기도 한다. 사생에게 ‘팬’이라는 단어를 붙이긴 하지만, 스토킹 범죄와 가까운 행동은 절대 팬심으로 묶일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뷔는 지난 15일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사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뷔는 “우리가 전세기를 타지 않느냐. 사실 (일반) 비행기를 타고 싶지만, 비행할 때 우리가 타는 걸 알고 앞자리나 옆자리에 앉는 분들이 있다. 마음 놓고 못 쉬어서 많이 불편하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다.

사생에게 연예인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같은 개인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스스로 알아내기 어려울 땐 돈을 주고 거래하기도 한다. 개인 정보를 입력해 비행기 시간과 좌석, 숙소 등을 쉽게 알아낸다. 위너의 송민호는 지난해 솔로앨범 ‘XX’의 수록곡 ‘암’으로 사생을 저격하기도 했다. ‘비행기 옆자리/ 앉는 걔는 팬아님/ 항공사에 돈 주고 정보를 산다더라지/ 출국장엔 200mm 대포 전쟁이 나지/ 프라이버시, 공황장애 물물교환을 하지’. (‘암’ 가사 中)

지난 6월 방탄소년단의 정국도 사생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생방송 V라이브를 진행하던 도중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오자 “잠시 휴대폰을 내려놔야 할 것 같다”고 불쾌해했다. 그는 “저는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는다. 이 전화가 만약 팬이 건 것이라면,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는데 제 번호가 맞는지 확인 차 전화를 했다면, 바로 차단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정국은 “사생팬들이 전화를 많이 건다. 그러면 저는 그 번호들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생이 라이브 도중 전화를 거는 것은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가 진짜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정국뿐만 아니라 엑소의 수호와 백현, 레드벨벳의 조이도 라이브 방송 도중 사생에게 전화가 오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백현은 계속된 전화에 라이브 방송 진행에 차질이 생겼고 “번호를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그냥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갓세븐의 영재는 지난 10일 사생의 전화로 잠을 자지 못한다면서 “밤낮 가리는 거 없이 전화하니 잠도 못 자고 돌아버리겠다”면서 “전화 좀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가수 지코도 자신의 트위터에 “장난전화, SNS 메시지 제발 그만 하세요. 매일 15통 이상 오는데 진심으로 스트레스 받습니다. 제 음성이 듣고싶으면 공연장을 찾아와주세요. 번호 바꾸는 것도 차단하는 것도 지칩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룹 엑소의 찬열(왼쪽), 신화의 김동완과 그의 인스타그램. / 사진=텐아시아DB, 인스타그램 캡처

사생활 침해는 전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작업실과 집으로도 찾아온다. 엑소의 찬열은 지난 6월 작업실에 침입하려고 시도한 중국인 사생 2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찬열이 작업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의 도어락과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신화의 김동완 역시 집을 찾아온 사생을 신고했다. 김동완은 ‘찾았다!’ ‘집 찾느라 개고생 했네. 아는 사람이다’ 등의 낙서를 남겨놓은 자신의 우편물을 공개했다. 그는 CCTV에 얼굴이 다 찍혔다며 “재밌으라고 해놓으신 거라면 재미없게 해 드릴게요”라고 경고했다.

사생에게는 밤과 낮이 없다. 이들은 공식 스케줄도 아니고 사적으로 움직는 것도 따라다닌다. 2014년에는 백현의 친형 결혼식에 사생들이 몰리며 결혼식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백현과 멤버들이 양해를 부탁했는데도 카메라를 들이댔고, 난처함에 얼굴이 붉어진 백현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사생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생들의 지나친 행동이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트와이스의 지효는 지난 8일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에 밀려 넘어져 다쳤다. 갓세븐의 잭슨도 중국에서 사생의 차와 부딪혀 부상을 당했다. 방탄소년단도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러브 유어셀프’ 투어 공연을 마친 뒤 숙소로 가던 중 사생팬이 타고 있던 택시와 접촉사고가 났다.

사생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소속사와 팬덤들도 그들로부터 멤버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경호원의 숫자를 늘린다. 팬들 역시 사생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은 소비하지 않고 사생으로 의심되면 소속사에 즉시 신고한다.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생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사생은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형태로든 나타난다. 경호를 늘리고 법적인 조치를 취해도 잠시 뿐이다. 하나를 막으면 다음에는 둘로 늘어나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생의 행동은 불법 흥신소, 스토커와 다를 바 없는 범죄 행위다.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을 강화하고 있지만 처벌은 미약하다. 이재만 변호사는 “사생팬이 적발되더라도 10만 원 정도의 벌금 혹은 과태료에 그친다”고 전했다. 사생의 그릇된 팬심이 스타들에게 정신적 고통은 주는 것은 물론 사고까지 일으키는 만큼 보다 엄중한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