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표절하고 바람펴도 당당한 유다인…자극적이고 발칙한 ‘속물들’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속물들’ 스틸컷./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미술작가 선우정은 ‘표절 1, 2, 3, 4…’라는 제목을 떡하니 붙여놓고 그림을 팔아 먹고산다. 누가 봐도 표절인데 ‘차용’이라며 앤디 워홀을 운운한다. 주변에서 뒷담화를 하고 손가락질을 해대도 당당하다.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쌍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원작자가 찾아와 사과를 요구하면 “잘못한 게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참다 못한 원작자가 험한 말을 내뱉자 앞뒤 안 가리고 그를 후려갈긴다. 변호사를 불러 소송하겠다고 해도 행동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이런 가운데 큐레이터 서진호(송재림 분)는 선우정을 찾아와 촉망받는 신인들만 참여한다는 유민미술관 특별전을 제안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그에게 접근한 이유가 뭘까? 결국 두 사람은 잠자리까지 갖게 된다.

선우정에겐 애인이 있다. 미술잡지 기자 김형중(심희섭 분)이다. 선우정은 그와 동거를 하고 있다. 아니, 그의 집에 얹혀산다는 표현이 맞겠다. 선우정과 서진호가 뜨거운 밤을 보낸 시점, 형중은 사촌 형인 관장(유재명 분)의 제안으로 유민미술관에서 일하게 된다.

한 여자의 두 남자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 상황. 잘못된 인연은 이미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선우정의 고교 동창 탁소영(옥자연 분)이 등장한다. 탁소영은 선우정이 바람 피운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이 형중을 꾀어서 이른바 ‘쌤쌤’인 상황을 만들겠다고 한다. 무슨 생각에서일까. 속내를 알 수 없는 네 남녀의 얽혀버린 인연의 끝은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까.

영화 ‘속물들’ 스틸컷./ 사진제공=주피터필름

‘속물들’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은 부조리한 미술계의 현실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신아가 감독은 지난달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주변에 작가 등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이 여럿 있다. 그들을 통해 들었던 미술계 실화들을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썼다”며 “2000년대 초반 실제로 벌어진 미술 입시 부정 사건 등 실화를 참고해 공부해서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미술계의 민낯이 드러나는 사이, 뻔뻔하고 이기적인 미술작가 선우정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캐릭터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영화계와  연극계에서 주목받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실감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영화 ‘혜화, 동'(2010)을 통해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유다인은 겉으론 당당하면서도 눈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선우정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심희섭, 송재림, 유재명 등의 깊이 있는 연기는 캐릭터마다 숨결을 불어넣었다.

영화 ‘속물들’ 스틸컷./ 사진제공=주피터필름

연극계에선 주목받은 배우지만 대중에겐 아직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옥자연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옥자연은 발칙하고 도발적인 연기로 탁소영 캐릭터를 완성해 시종 흥미를 유발한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리 신선하지만은 않다. 부조리한 현실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선에서 담겼다. 하지만 속물근성 가득한 인간들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인물들의 묘한 관계를 다소 자극적이고 발칙하게 담아내 지루함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무엇보다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은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다.

‘속물들’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