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김지인 “‘어하루’ 덕분에 따뜻했던 올해…롤모델은 공효진”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여주인공의 단짝 친구이자 남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신새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지인. /서예진 기자 yejin@

얄밉지만 사랑스럽고, 못된 짓을 하는데도 어쩐지 짠하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에서 여주인공 은단오(김혜윤 분)의 단짝이자 남주인공 오남주(김영대 분)를 짝사랑하는 신새미(김지인 분)의 모습이다.

만화 속 캐릭터가 자아를 갖게 되면서 주어진 ‘설정값’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는 독특한 소재와 학원물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는 10~20대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게 했다. 재능 있는 신예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대거 발견되기도 했다. 신새미를 연기한 배우 김지인도 그 중 하나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김지인은 “지상파 드라마 출연은 처음이라 많이 떨렸고, 드라마가 높은 화제성을 기록해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이어 “악역인데도 시청자들이 예쁘고 사랑스럽게 봐주셨다. ‘어하루’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올해 가장 큰 행운”이라고 했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했어요. 웹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도, 아침드라마에 캐스팅 돼 TV에 나오게 됐을 때도 전 그냥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지상파 수목드라마에 출연한다니… 그 자체로도 뜻깊었죠. 단오의 절친한 친구라는 캐릭터에 맞게 내 몫을 열심히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본이 나오고 보니 새미 대사도 은근히 많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감독님 말씀에 충실히 따랐죠. 한 장면 한 장면 긴장하면서 찍었어요. 방영된 후에야 제가 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사진=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방송 캡처

일편단심 오남주인 신새미는 오남주가 좋아하는 여주다(이나은 분)를 질투해 그를 못살게 굴고 괴롭힌다. 친구들을 시켜 여주다를 헐뜯는 말을 쓴 쪽지를 등에 붙이고, 오남주의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여주다에게 일부러 더 으스댄다. 하지만 자아를 찾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여주다와 달리 신새미는 자아를 찾지 못한다. 자신이 ‘설정값’대로 움직이는 만화 속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스테이지’에서 신새미는 설정값대로 청순가련 여주다를 괴롭히지만 ‘쉐도우’에서는 오히려 여주다에게 당하고 만다. 김지인은 “시청자들이 새미가 자아가 있는 아이라고 오해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자아를 찾은 다른 캐릭터들이 ‘스테이지’와 ‘쉐도우’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새미는 ‘스테이지’와 ‘쉐도우’ 모두에서 일관성이 있어야 했어요. 주다에겐 못되게 굴지만 절친한 단오, 수철(김현목 분)과 있을 때는 애교도 많고 발랄해요. 그 점에서 시청자들이 새미도 자아가 있어서 다르게 행동한다고 오해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새미가 순수하고 단순하고 질투가 많은 인물이라는 걸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친구인 거죠.”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신새미의 상속녀 패션. /사진=MBC 방송 캡처

여주다만 바라보는 오남주와 그만을 좋아하는 신새미, 여주다에게 반격을 당하는 신새미의 모습은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김지인도 “너무 바보 같았다”며 신새미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남주와 새미가 대화하는 건 딱 한 신뿐인데 그마저도 남주가 새미에게 ‘정말 실망이다’라고 한다”며 신새미에게 금세 이입했다. 은단오, 안수철과 함께 있을 때 신새미의 모습을 묘사하면서는 김지인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그는 “시청자들이 수철, 새미, 단오를 ‘수세단’으로 불러줬다”고 자랑했다.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신새미와 안수철이 핑크빛 썸을 타게 되는 대목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단오와의 케미도 좋았지만 시청자들이 새미와 수철을 ‘철수세미’라는 애칭으로 불러주면서 특히 좋아해주셨어요. 수철이 도자기를 빚는 장면이 있는데 새미가 ‘너 이런 것도 할 줄 아냐’고 하면 수철이 ‘당연하다’면서 ‘네 껀데 예쁘게 만들어야지’라고 해요. 그 때 새미가 수철에게 반하려다가 자기 뺨을 치면서 ‘왜 그래’라고 하거든요. 그 장면은 제가 봐도 웃기더라고요. 호호. 단오와 하루(로운 분), 백경(이재욱 분) 등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무거운데 ‘철수세미’가 분위기를 가볍게 리프레시 해주는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그런 장면들이 귀여운 재미가 있었죠. 촬영 현장에서 현목 오빠와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을 더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의논하기도 했죠.”

극 중 신새미가 백화점 그룹의 상속녀인 만큼 커다란 귀걸이, 사복 같은 교복 블라우스 등으로 다른 캐릭터들보다 치장도 화려했다. 김지인은 “평소에는 검정 맨투맨 티셔츠에 검정 추리닝 바지 등 편하게 입는 걸 좋아해서 일할 때 아니면 언제 입겠느냐는 생각도 했다”며 미소 지었다. 신새미라는 인물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그는 전 작품을 할 때보다 체중도 5kg을 줄였다.

“귀가 늘어날 정도로 블링블링한 귀걸이, 베레모 등으로 발랄한 분위기를 내려고 하니 낯간지럽기도 했어요. 평소 ‘힙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스타일링을 하고 현장에 가면 그 때부터 진짜 새미가 된 기분이 들었죠. 드라마를 하면서 새미의 스타일이 제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많은 분들이 얘기해주셔서 여성스러운 원피스에 도전해보려고 하나를 샀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어색해서 못 입겠더라고요. 하하. 중요한 미팅 갈 때 입으려고 옷장에 다시 잘 넣어뒀어요.”

또래 배우들이 많아 촬영 현장이 더 활기찼다는 김지인. “저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점심으로 무얼 먹느냐’였어요. 하하. 서로 맛집을 추천하기도 하고 같이 밥 먹으러 가기도, 또 너무 한곳으로 쏠리지 않게 나눠 가기도 하는 게 재밌었어요.” /서예진 기자 yejin@

어릴 적 TV를 보면서 춤과 노래 따라하기를 좋아했다는 김지인은 진로를 고민하던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배우로 데뷔하기 전 4년간 가수 연습생도 했다. 하지만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춤과 노래는 자신이 취미로서 더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고, 연습생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한다. 김지인은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다가 대사를 따라하기도 하고 연구해보기도 하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연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7년 광고를 통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그 해 웹드라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웹드라마 ‘한입만’, KBS ‘차달래 부인의 사랑’, MBN ‘레벨업’ 등에 출연했다. 배우로 데뷔해서는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 같다고 하자 김지인은 “그렇다. 행운이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라는 한 사람을 보고 캐스팅 해주신다는 생각에 여러 방면으로 더 노력했어요. 지금의 소속사에서도 저를 믿고 뽑아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임감도 커지고 더 많은 성과를 내보이고 싶어서 노력했죠. ‘한입만’이라는 작품은 제게 큰 발판이 됐어요. 그 후에 여러 작품을 계속해서 만나고 ‘어하루’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돌아보면 다 행운이죠. 2017년 데뷔해 짧은 시간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김지인은 본받고 싶은 선배 배우로 공효진을 꼽으며 “선배님이 나온 작품은 다 챙겨봤다”고 했다. “선배님의 패션부터 연기 스타일까지 다 닮고 싶어요.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꿨죠. 선배님이 작품 속의 인물로서 대사를 하고 행동을 하는데도 그게 선배님 본연의 모습처럼 느껴져요. 저도 그렇게 김지인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어떠냐고 하자 김지인은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과 응원에 감격스러운 듯했다.

“더운 여름부터 6개월 정도 촬영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즐거운 일도 있었고 걱정도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시니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려움도 있지만 제가 더 노력하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년이 기대되요. 아직 다음 작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반기에는 뵐 수 있도록 오디션도 많이 보고 자기관리도 열심히 할 거예요.”

김지인은 “새미를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이 ‘찰떡이다’라고 칭찬해주셨다”며 “건방지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대체불가 배우’가 되고 싶다. ‘쟤라서 이 역할을 해낸 것 같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