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아나바다 운동’이라는 말이 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내용의 줄임말인 이것은 70년대 물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시작되었으며 90년대 후반 IMF 위기를 거치며 다시 주목받았다. 적극적인 절약과 재활용의 실천이 아나바다 운동의 중심축이다. 그런데 요즘 각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 역시 이 ‘아나바다’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어 눈에 띈다.

<출발! 드림팀>마저 부활하는 마당에…

지난 2개월 사이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힘내라 힘’, ‘퀴즈 프린스’, ‘몸. 몸. 몸’ 등 새로운 코너들을 공격적으로 쏟아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는 아나바다의 가장 적극적인 활용 사례다.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들이 고기 정량을 속이지 않는 양심 가게를 찾아 나서거나 환경 미화원들을 찾아가 응원하는 내용이 방송되었던 ‘힘내라 힘’은 <일밤>의 히트 코너 ‘이경규가 간다’와 ‘신장개업’을 떠올리게 하고, ‘퀴즈 프린스’는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위험한 초대’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로부터 질병 정보와 건강 상식을 배워 본다는 콘셉트의 ‘몸. 몸. 몸’ 은 <일밤>의 ‘건강보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 ‘역사 문화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일밤>의 새 파일럿 코너로 등장한 ‘노다지’ 역시 MBC <느낌표>의 ‘위대한 유산 74434’의 아이템과 KBS <해피 선데이> ‘1박 2일’의 로드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모호한 첫 출발을 보였다.

<일밤> 외에도 과거의 포맷을 답습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적지 않다. MBC <스친소 서바이벌>은 초반 기획과 달리 남성 연예인과 일반인 여성, 혹은 연예인 지망생인 여성들의 미팅 프로그램으로 바뀌면서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과 흡사해졌고, KBS Joy <소녀시대의 헬로 베이비>는 <일밤>의 ‘god의 육아일기’를, MBC every1 <러브 에스코트>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사랑의 위탁모’를 그대로 따르는 식이다. 최근 KBS 예능국 관계자는 2001년 높은 인기를 끌었던 <출발! 드림팀>의 부활 계획을 밝혔다. <출발! 드림팀 시즌 2>에는 당시 MC였던 이창명이 또다시 진행을 맡고 ‘뜀틀의 달인’ 조성모 역시 출연할 예정이라 ‘다시쓰기’의 정석을 보여 줄 전망이다.

아나바다에도 고민은 필요하다

물론 추억의 코너들을 재활용하는 것이 모두 진부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지난 해 <무한도전>의 ‘<무한걸스>와의 미팅 특집’ 편은 <강호동의 천생연분>의 콘셉트를 패러디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아냈고, 최근 ‘1박 2일’은 KBS <가족 오락관>의 코너들을 복불복 게임에 활용하며 폐지된 장수 프로그램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를 드러내기도 했다. MBC <놀러와>나 KBS <해피 선데이> ‘남자의 자격’ 역시 올드스쿨 코미디나 포맷들을 프로그램 안에 적절히 녹이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단지 과거에 히트했던 형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변화한 방송 환경이나 시청자의 눈높이, 프로그램과의 조화를 고민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쓰는’ 코너들은 오래지 않아 도태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힘내라 힘’, ‘퀴즈 프린스’가 방송 몇 주 만에 폐지된 것이 그 예다. 사회 전반에서 과거로의 회귀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이러한 ‘포맷 아나바다’의 흐름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