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크러쉬, “누군가의 아픔을 해결해줄 순 없어도 공감해주고 싶었죠”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3년에 걸쳐 정규 2집의 흐름과 이야기를 좀 더 확실하게 다듬었다는 싱어송라이터 크러쉬./ 사진제공=피네이션

싱어송라이터 크러쉬가 지난 5일 약 5년 6개월 만에 정규 2집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rise)’를 발매했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얼론(Alone)’ ‘위드 유(With You)’를 포함해 12 트랙이 담겨 있다. 크러쉬가 3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온 앨범이다.

크러쉬가 정규 2집을 구상하게 된 건 3년 전 여름, 해가 뜨기 전과 후의 경계로 나눠진 한강을 보고나서였다. 그는 해가 뜬 동쪽과 뜨기 전 서쪽의 중간에 서서 자신의 인생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생각했다고 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랙들이 배열된 앨범을 만들어보자는 힌트도 얻었다. 앨범을 만들며 누군가의 아픔을 해결해줄 순 없어도 공감해주고 싶었다는 크러쉬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는 하루라는 주제를 잡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의 분위기를 열두 곡에 나눠 수록한 앨범이에요. 주제를 확실히 잡으니까 앨범 속의 이야기들도 더 확실해졌죠.”

크러쉬가 정규 1집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를 낸 것은 2014년이다. 정규 2집을 내기까지 걸린 5년여 동안 크러쉬는 꾸준히 싱글과 EP 등을 발매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크러쉬는 “정규 2집은 여러 작업물을 발표하면서 가야 할 길과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집중해서 완성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스스로 가야 할 길에 대해선 답을 얻었을까.

“제가 가야 할 방향을 완전히 찾았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아직 찾아가는 과정에 있죠.(웃음)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는 크러쉬의 취향과 성장이 완성도있게 표현된 앨범이다. 크러쉬는 3년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1980~90년대 소울, 재즈 뮤지션들의 LP들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LP에 적힌 녹음 방식, 쓰인 악기 등을 연구하고 정규 2집 편곡을 실험적으로 시도했다.

“재즈 뮤지션이나 팝 프로듀서들이 많이 썼던 ‘쥬피터 식스’라는 신디사이저, ‘펜더 로즈’라는 전자 피아노, 이펙터(전자 악기) 등을 구매했어요. 빈티지 신디사이저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뛰어나다고 생각하거든요. 레트로 음악에 더 잘 묻어나기도 하고요.”

아직 음악도, 삶도 여행 중에 있다는 크러쉬./ 사진제공=피네이션

10번 트랙 ‘클로스(Cloth)’는 크러쉬가 공황장애를 겪었을 때 적었던 일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다. 크러쉬는 당시를 떠올리며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무대에 서는게 무서웠고 소모품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다”며 “지금은 굉장히 많이 극복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얼론’은 음악을 하면서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슬플 때 위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안식처는 역시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음악이 제게 그러하듯,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을 해주고 싶어요.”

크러쉬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래오래 음악을 하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음악적으로 방황하고 있으며 삶은 여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목표 설정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단지 스물한 살 때 자이언티 형, 그레이·로꼬 형을 만나고 같이 음악하는 게 재밌었어요. 쌈디, 다이나믹듀오 형들도 만나게 되면서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느낌이었고요. 그러다 너무 달려오기만 한 것 같아 2017년엔 쉬었어요.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이 생겼어요. 예전엔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살았는데 이젠 내일도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건강하게 하고 싶습니다.”

크러쉬는 tvN 드라마 ‘도깨비’의 OST ‘Beautiful’을 불러 알앤비 장르 팬들을 넘어 대중에게까지 유명해졌다. 그는 “아직까지도 ‘도깨비’를 못 봤다”고 했다. 뜻밖이었다.

“최근에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다 봤어요. 그때 OST의 힘이 진짜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죠.(웃음) 노래를 들으면 드라마 속 장면이 연상이 되니까요. 새로운 OST 작업은 언제나 좋습니다. ‘도깨비’는 내년 1월에 몰아서 보려고 합니다. 하하”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