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조선로코-녹두전’ 김소현 “21살 내 모습 그대로 연기했어요”

[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동동주를 연기한 배우 김소현. / 사진제공=이앤티스토리

역시 김소현이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이야기의 개연성을 이끌고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 삼킬 땐 삼키고 터트릴 땐 터트린다. 그래서 김소현을 보면 극중  인물 자체로 느껴진다. 배우 김소현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도 김소현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로코-녹두전’은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녹두(장동윤 분)와 기생이 되기 싫은 동주(김소현 분)의 유쾌한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김소현은 조신함과는 거리가 먼 까칠한 예비 기생 동주를 연기했다. 녹두에게 서서히 스며들어 사랑에 빠진 소녀부터 밝혀진 진실에 숨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강단 있는 모습까지 모든 장면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청순한 외모, 단단하고 자존감 넘치는 눈빛까지 연기에 물이 제대로 오른 김소현을 지난 2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6개월 넘게 촬영했던 드라마가 끝이 났다. 기분이 어떤가? 
김소현 : 더울 때 촬영을 시작해서 추울 때 끝났다. 두 계절을 보내서 촬영팀, 의상팀 등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 힘들어도 같이 으쌰 으쌰 하면서 즐겁게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이라 고마움이 많이 남는다.

10. 동주는 사극에서 볼 수 없는 단발머리였다. 덕분에 원작과 싱크로율 200%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댕기머리가 익숙한 사극에서는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김소현 : 원작 웹툰 ‘녹두전’에서도 동주가 단발로 나오는데 머리카락을 자른 이유가 분명하다. 극중 동주는 양반에 팔려갈 위기에 처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다. 캐릭터의 성격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원작 속 동주와 최대한 맞추려고 했다.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똑같다는 말을 해주셔서 다행이었고 뿌듯했다.

10.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 결이 조금 다르다. 물론 그동안 밝고 명랑한 캐릭터도 했지만, 동주처럼 거침없고 터프한 캐릭터는 처음이다.
김소현 : 동주는 ‘선머슴’이다. (웃음) 사실 내가 동주와 성격이 비슷한데 동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부분은 걱정이 됐다. 동주를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지만 촬영 기간 내내 연기하기보다는 그냥 동주로 살았다. 드라마가 끝난 후 반응을 보니 시청자들께서 동주를 예뻐해주셨더라. 내가 동주와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고 좋았다.

10. 녹두전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김소현 : 감독님께 먼저 출연 제안을 받았다. ‘조선로코-녹두전’을 2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라고 하셨다. 한 작품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지 않나. 그만큼 애정을 갖고 준비하셨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감독님과 작가님이 동주를 답답하고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당당한 캐릭터로 만들 거라고 하셨다. 웹툰 ‘녹두전’을 좋아하기도 했고, 동주를 연기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믿고 출연했다.

10. 동주는 물론 무월단, 열녀단 등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렸다. 운명에 맡기거나 숨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개척해나갔다. 임예진, 백소연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 같다.
김소현 : 여성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그리고 싶어하는 작가님의 의지가 컸다. 내가 그동안 연기하면서 (여주인공에게) 느꼈던 답답함이나 아쉬웠던 부분을 충분히 이해해주셨다. 사극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동주의 감정 변화를 잘 표현해주셨다. 드라마의 전개는 빠르지만, 동주의 감정 변화는 느린 편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믿고 할 수 있었다.

김소현은 “‘조선로코-녹두전’ 언니, 오빠들과 많이 친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닌 기억이 참 많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이앤티스토리

10. 동주를 연기하면서 감정 연기에 물이 올랐다고 해야 하나, 감정을 표현하는 폭이 넓고 깊어졌다. 발전된 연기는 시청자들이 동주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김소현 : 감정 연기를 원래 집중해서 하는 편이지만, ‘조선로코-녹두전’을 찍으면서 감정 연기가 전과 다르다는 걸 느끼긴 했다. 동주가 작품 초반에는 굉장히 밝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무게가 생긴다. 로맨스 역시 그렇다. 녹두가 여장을 하고 자매처럼 지냈기 때문에 후반에 ‘남녀로서 감정이 깊어질까? 이입이 될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동주와 녹두의 이야기가 점점 풀리면서 앞에서의 밝음이 뒤에선 슬프게 느껴졌다. 그런 감정들이 잘 우러나왔다.

10. 동주의 그네 장면이 굉장히 화제가 됐다. 과거의 행복과 슬픔을 이기고 앞으로 내딛는 동주의 감정 변화와 의지가 잘 표현된 장면이라 시청자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이다.
김소현 : 그런 감정 장면에서 동주의 감정을 파악하고 공감하는 글들이 올라오면 참 좋았다. 시청자들이 내가 의도한 것을 알아봐주셨구나, ‘내가 틀리지 않게 표현했구나’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웃음)

10.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는 특출난 것 같다. 슬프게 울고 행복하게 웃는다. 감정 연기의 비결도 있나?
김소현 : 오히려 나는 어떻게 해야 잘 나오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늘 배우려고 한다. 순수하게 보이고 싶어서 느끼하지 않게 담백하게 연기하려고 하는 편이다. 내가 느끼는 대로 감정을 표현해서 계산하거나 기술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연기는 부족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을 풋풋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사진=KBS2 ‘조선로코-녹두전’ 방송화면

10.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있다면?
김소현 : 초반에 나온 상의탈의 키스신. 첫 촬영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찍은 장면이라 녹두와 동주의 감정이 오르지 않아서 와 닿지 않은 것 같다.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더 잘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10. 율무(강태오 분)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능양군(훗날 인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드라마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가장 큰 반전 요소였는데,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소현 : 정말 몰랐다. 그 부분은 저에게도 큰 반전이었다. 대본 리딩 할 때도 인조 이야기가 없었다.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고 다정한 율무인 줄 알았다. 나중에 율무가 인조라는 걸 봤을 때 ‘내가 아는 그 인조라고?’ 생각했다. 율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어렵더라. 인조라는 걸 안 순간부터 율무가 싫어졌다. (웃음)

10. 상대역이었던 장동윤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소현 : 장동윤은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다. 푼수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도 많고 발랄한 스타일이라 내가 굳이 분위기를 이끌 필요가 없었다. 서로의 좋은 에너지가 잘 적용한 것 같다. 액션도 좋다. 내가 살살 밀어도 멀리 날아갔다. 너무 쉽게 밀리니까 동주가 힘이 세다고 오해하는 댓글도 있었는데 아니다. 합이 좋았다. (웃음) 소녀 감성이 있어서 연기에 대해서 말할 때 굉장히 편했다. 연기한 의도한 대로 장면이 나오면 서로 좋아하고 만족해했다. 호흡이 정말 잘 맞는 파트너였다.

10. 의도한 대로 잘 나온 장면이 있나?
김소현 : 있다. 초반에 동주가 녹두를 따라 한양에 와서 이불을 덮고 누우면서 ‘나, 너 따라온 거 아니야’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베개를 뺏고 이마를 때리는데 그게 애드리브다. 베개를 뺏으면 뺏기고, 이마를 때리면 맞는다. 그런 소소한 것들이 너무 잘 맞았다. 내 연기를 잘 받아주니까 장면 하나하나가 다 자연스럽게 나왔다. 눈, 코, 입에 차례로 입을 맞추는 장면도 좋았다. 좁은 방에서 촬영한 장면인데 감독님이 분위기를 보고 편안하게 하라는 말만 해주셨다. 그 말이 굉장히 안정감 있게 다가왔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10. 장동윤의 여장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김소현 : 예뻤다. (웃음) 처음 만났을 때 (장) 동윤 오빠가 모자를 쓰고 왔었다. 그때도 얼굴이 하얗고 작았는데 선이 곱다고 해야 하나, 여장을 하면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여장을 하니 참 예쁘더라. 선이 고와서 놀랐다. 현장에서도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10. 여장 녹두도 좋았지만, 남장 동주도 귀여웠다.
김소현 : 내가 남장하니까 꼬마 도령 같다고 하더라. 남자아이처럼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웃음)

10. 녹두와 동주의 케미가 유독 좋았다. 메이킹 영상이나 SNS에서도 사이가 좋은 게 드러나서 썸 타거나 사귀는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낳을 정도였다. 로맨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없는 칭찬이었을 것 같다.
김소현 : 장동윤 배우도 녹두에 몰입했고 나도 동주에 이입된 상태였다. 둘 다 동주와 녹두의 로맨스를 잘 살리고 싶었고, 욕심도 많았다. 동주와 녹두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랐기 때문에 둘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들이 너무 좋았다. 그런 관심들도 드라마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따라온 거라 생각하니 굉장히 뿌듯했다.

김소현은 “아직은 쉬고 싶지 않다. 촬영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게 좋다. 일하면서 힐링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 사진제공=이앤티스토리

10. 아역시절부터 꾸준히 연기 잘 한다는 말을 들었고, 유독 사극에서 더 특출났기 때문에 ‘사극 여신’ 수식어도 있다. 잘하고 바른 이미지와 수식어가 부담감 혹은 책임감으로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김소현 : 아역부터 해왔기 때문에 ‘소현이는 알아서 잘 하잖아’라는 말을 하신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을 만나 연기하는 건 늘 새롭고 어렵다. 그런 수식어들에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어색하다. ‘사극 여신’이나 여러 수식어들이 앞으로 내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다.

10. 2008년 데뷔했으니 11년차 배우이지만, 겨우 21살이다.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을 것 같다.
김소현 :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가 많다. 스스로 이미지에 갇혀있다고 해야 하나, 나는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았다. 엄마가 어릴 때부터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혼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늘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성인이 된 후 편해졌다. ‘조선로코-녹두전’에서는 언니, 오빠들이 많아서 투정도 많이 부렸다. (웃음) 이번 작품에서는 어른스럽게 행동하거나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편했고 자유로웠다. 21살 김소현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10. 성인 연기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 같다.
김소현 :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어도 성숙한 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성숙하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모습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좋다. 오히려 더 하려고 하거나 어정쩡하게 연기하면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조선로코-녹두전’의 동주는 아이 같기도 하고, 성숙한 모습도 있다. 따지지 않고 동주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시는 것 같다.

10.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김소현 : 액션. ‘조선로코-녹두전’의 무월단 언니들처럼 액션을 하고 싶다. 단복을 입고 액션 장면을 찍는 걸 보니까 너무 멋있었다. 현대극, 사극 다 좋지만 사극 액션을 하고 싶다. 몸 쓰는 것에 자신은 없는데 맡겨주시면 열심히 잘 할 자신은 있다.

10. 연말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다. 기대하는 상이 있나?
김소현 : 베스트 커플상. (웃음) 동주와 녹두가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무월단 언니들도 받았으면 좋겠고 앵두(박다연 분)도 받았으면 좋겠다. ‘조선로코-녹두전’이 상을 받을 사람이 많은 작품인 것 같다. 저보다는 고생한 배우들이 상을 많이 받았으면 한다.

10. 연기 외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김소현 : 조용히 혼자 할 수 있는 게 성격에 맞다.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예능 프로그램처럼 즉흥적인 건 불안하고 어렵다. MC도 가끔씩 좋은 기회가 오면 해보고 싶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메모하는 걸 좋아해서 훗날 책을 한 번 쓰고 싶다. 자전적인 이야기는 재미가 없으니까 소설을 쓰고 싶다.

10. 어떤 배우로 불렸으면 좋겠나?
김소현 :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내 연기를 진정성 있게 느끼셨으면 좋겠다.

10.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인가?
김소현 : 롤모델은 따로 없다. 제 자신조차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롤모델보다는 저 자신을 많이 알아가려는 시기인 것 같다. 확실한 내 자리를 찾으면 그때 롤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