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너의 여자친구’, 소재는 신선했지만…뻔한 전개·유치한 로맨스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너의 여자친구’ 포스터. /사진제공=태왕엔터웍스

모태솔로 9888일을 맞이한 기계공학과 3인방 휘소(지일주 분), 용태(허정민 분), 창길(김기두 분). 세 사람은 대학 축제에 맞춰 로봇 동아리 부스를 운영하면서 자전거를 무료로 고쳐준다. 자전거 수리는 명분일 뿐 목적은 여자친구 만들기다. 하지만 부스에는 찾는 이 하나 없이 썰렁하기만 하다.
한편 양궁 시범을 위해 찾아온 장애인 양궁 선수 혜진(이엘리야 분)은 캠퍼스를 거닐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한다. 그러던 중 내리막길에서 전동휠체어가 고장이 나 얼떨결에 로봇 동아리 부스에 들어가게 된다. 휘소는 혜진의 전동휠체어를 재빨리 수리해주고, 혜진은 휘소에게 밥을 사기로 한다. 휘소는 자신이 자주 가는 맛집으로 혜진을 안내한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수많은 계단 위에 있는 돈가스집. 혜진은 자신을 배려하지 않은 휘소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휘소는 미안한 마음에 혜진을 업고 계단을 오른다.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밥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식사를 마친 휘소와 혜진은 계단 앞에 두었던 전동 휠체어가 없어진 걸 알게 된다.

부스로 돌아온 휘소는 전동휠체어를 보상하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지만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좌절한다. 이에 휘소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직접 전동휠체어를 만들기로 한다. 일주일 후 휘소는 혜진이 훈련 중인 장애인 양궁장을 찾아가 자신이 만든 전동휠체어를 선물한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감동한 혜진은 휘소와 함께 술을 마시기로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얽히고설키며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

‘너의 여자친구’ 스틸컷. /사진제공=태왕엔터웍스

‘너의 여자친구’는 장애인 양궁 선수와 모태솔로 공대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기 다른 트라우마를 가진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감싸주며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혜진과 휘소가 어떤 이유로 트라우마를 갖게 됐는지 뚜렷한 설명이 없다. 트라우마는 두 사람이 꾸는 악몽을 통해 드러나지만, 트라우마의 실체도 막연하게 표현돼 보는 내내 의문을 품게 한다.

장애를 다룬 여타 영화들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와 달리 이야기는 밝고 긍정적으로 흘러간다. 혜진은 장애의 불편을 딛고 씩씩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최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이장희 감독은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독의 의도가 무색할 만큼 이야기는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뻔하게 흘러갔다.

인형을 놓고 벌어진 혜진과 유도부의 싸움, 난데없이 나타난 돈가스집 부녀, 존재감 없는 로봇 동아리 부원 등 곳곳에 등장하는 설정, 배우들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은 억지 웃음을 자아내듯 유치하다. 오랫동안 아빠와 갈등을 빚어온 혜진이 결말에선 갑작스럽게 화해하며 사이좋은 부녀로 급진전되는 점도 뜨악하다. 장애인 양궁 선수라는 소재는 신선했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에 100분 동안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오는 4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