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이영애가 이런 작품 할까?’ 주저마세요…어떤 장르든 다 하고 싶어요”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실종된 아들을 찾는 엄마 정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영애.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굳피플

“저는 이 영화를 사회고발극으로 받아들였어요.”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 ‘나를 찾아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영애가 맡은 역할은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엄마 정연. 영화는 정연을 따라가며 아동 실종·아동 학대·이웃에 대한 무관심 등 여러 사회 문제를 보여준다. 이영애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사회에 경종을 울릴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가 엄마가 되고 나서 출연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엄마라서 이 이야기가 더 크게 와 닿았고, 아이를 찾는 정연을 연기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10. 얼마 전 ‘청룡영화상’에 시상자로 나와 여전히 뛰어난 미모로 화제가 됐다. 반응을 살펴봤나?
이영애: 무대에 오르기 위해 꾸며줬던 친구에게 ‘실검’에도 오르고 5분을 위해서 4시간 준비한 게 상 받은 것 만큼 보람이 있다고 얘기했다.(웃음) 시상식이 끝나고 집에 가는데 딸이 왜 벌써 왔냐고 하더라. 박소담 씨 싸인을 받아와야지 그냥 오면 어떡하냐고 해서 ‘네 엄마가 이영애야’라고 했더니 안 통했다.(웃음)

10. 엄마가 되고 난 후 첫 영화이다. 아동 실종과 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엄마가 됐기 때문에 더 이런 이야기에 끌린 건지, 반대로 선택하는 데 더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영애: 둘 다인 것 같다. 엄마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고 이 같은 사회의 부조리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드러내놓는다는 건 힘들었다. 또 내가 (그런 상황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 점은 주저했던 이유다.

10. 아동 학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수위 조절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이영애: 원래는 수위가 더 높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장면을 다듬고 가감했다. 이런 장면들에 예민하고 힘들어하실 분들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영화의 많은 장면이 엄마인 나로서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게 또 현실이다. 현실을 알리는 이 영화에서 필요한 장면이고 그런 점을 감안해서 봐주신다면 묵직한 울림을 가져가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0. 몸 사리지 않은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 힘들진 않았나?
이영애: 촬영 후 집에 와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여기저기 멍이 생겨 있었다. 대역 분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나도 액션스쿨도 다니면서 기본 흐름은 익혔다. 관객들이 봤을 때 대역 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액션을 흡수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오랜만에 촬영한다는 건 재밌었다. 배우로서 변화무쌍한 감정을 연기한다는 건 즐거웠다.

10. 영화에서 정연·명국(박해준 분) 부부는 아이를 잃어버린 지 6년 됐다. 아이를 잃은 부모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아이를 찾는 데만 온힘을 기울일 거 같기도 한데 부부는 일상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어떻게 해석했나?
이영애: 명국과 승현(이원근 분)이 대화를 나누는 컨테이너가 실제로 실종 아동을 찾는 협회가 사용하는 곳이다. 거기 회장님도 뵀다. 실종 아동의 부모가 가진 슬픔의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겠지만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 아마 부모들이 아이가 어디선가 살아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라고. 만약 자식이 죽었다고 알게 된다면 나도 따라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식의 생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 살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을 살고 있을 것 같다. 살아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엄마, 그런 기분을 떠올리며 표현을 절제했는데 그 분들의 심정은 가늠해 볼 수밖에 없다.

이영애는 이경미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아랫집’(2017)에도 출연했다.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죠. 그래서 흔쾌히 출연했고 재밌었어요.”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굳피플

10. 육아 등 가정에 집중하려고 연기를 꽤 오래 쉬지 않았나. 다시 연기를 하면서 두 가지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영애: 애기 아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빠 찬스를 써서 애들을 재우게 하고 놀아주게 하면서 몫을 나눴다. 부부가 좋다는 게 뭔가.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다음 작품 때도 도움을 얻지 않겠나.(웃음) 이번 영화는 애기 아빠와 시나리오를 같이 보기도 했다. 애기 아빠가 배우, 스태프들을 위해 한우도 사주고 회식도 시켜주고 선물도 주셔서 모두들 좋아해주셨다.

10. 사전제작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2017)도 하고 예능에도 가끔 얼굴을 내비쳤지만 영화는 14년 만이다. 스크린에 나오지 않았던 14년은 어땠나?
이영애: 돌아보면 20~30대 때는 작품의 성패를 떠나 원없이 했다. 다양한 역할도 해보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나만 아는 작은 역할도 열심히 했다. 30대 후반이 되니 여기서 더 하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정을 꾸려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정이 단단히 뿌리내리도록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14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가정에서) 내 역할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 분명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세월의 속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난 것 같다. 지금도 늦으면 늦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시 또 (연기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한다.

10. 사실 우리 사회에서 ‘경단녀’가 다시 일을 하게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일에 대한 애착도 더 커졌을 것 같다.
이영애: 30대 초반 일에만 집중할 때 그런 생각을 한 적 있다. 내가 한동안 일을 못하더라도 돌아왔을 때 자리가 남아있을 수 있도록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자고. 벌써 오래전 일인데 이렇게 다시 왔을 때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니 그 뿌리가 잘 내려졌나 싶기도 하고 예전에 했던 생각이 실현됐나 싶기도 하다. 배우로서 내 일을 찾은 데 감사하고 전보다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영애는 이번 영화 출연을 통해 “다시 배우 이영애를 찾았고 결혼 후 내가 가졌을 또 다른 감성을 찾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굳피플

10. ‘산소 같은 여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처럼 당돌한 캐릭터도 하고 ‘친절한 금자씨’에서처럼 섬뜩한 캐릭터도 했다. 영화에서는 더 다채로운 시도를 한 것 같다. 대본을 볼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나?
이영애: 해보지 못한 캐릭터, 새로운 시도, 그리고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이다. 혹은 전체적인 흐름, 주제 의식, 그리고 대본의 구성, 탄탄함 등이다. (이번 영화는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갖고 있으니 주제 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0순위가 그러하다. 하지만 영화는 재미와 오락성도 있어야 한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 폭넓게 생각하고 있다.

10. 그렇다면 일상에서 이런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발견하는지, 또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영애: 일단은 기도를 통해 노력한다. 아이들이 자기 전에 함께 기도하는데 기도 제목이 ‘세계의 평화’다.(웃음) 두 번째는 ‘한반도의 평화’, 세 번째는 ‘가정의 평화와 건강’이다. 가정과 전 세계가 평화로워야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도 걱정해야 하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리멸렬하지 않도록 우리가 작은 것부터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10.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것도 화제가 됐는데 이 역시 새로운 도전의 일종인가?
이영애: 재미삼아 했다.(웃음) 예전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하면 너무 뜬금없지 않나. 영화 홍보도 할 겸 해서 겸사겸사 시작했는데 그것도 좀 늦어졌다. 마음이 급하니 갑자기 사진을 몇 장씩이나 올리고 초보 티를 냈다. 초보인데 어떡하겠나. 배워가면서 살살 해보려고 한다.

10. 40~50대 여배우가 주연하는 작품이 많지는 않다. 좋은 배우들도 많은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체감한 적 있나?
이영애: ‘이영애가 할까?’ ‘육아로 바쁠텐데’라고 생각하셔서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은 적 있다. (기회를)주시면 달라질 수 있다. 하하. 트렌드에 따라 비슷한 영화들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나를 찾아줘’처럼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 20대 위주가 아니라 40~50대를 내세운 작품도 늘린다면 관객들이 볼 수 있는 폭도 넓어질 것이다. 배우와 제작자도 이러한 노력을 함께해야 할 것 같다.

10. 톱스타로서 오랜 시간 연예계 생활을 해왔다. 최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 한 마디 건넨다면?
이영애: 20~30대를 지나고 돌아보니 그 시기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이제 좀 알겠다. 그 과정을 잘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 사라져가는 후배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거울을 통해 내 눈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주변에 휩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돌아가기엔 힘들고 먼 자리에 와 있는 경우도 있다. 중간 중간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10. 앞으로 꿈이 있다면?
이영애: 배우로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고 가정도 잘 챙기면서 쭉 나가고 싶다. 또 사회적으로도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