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어하루’ 김혜윤 “내 연기 불만족…그런 열등감이 발전의 원동력이죠”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김혜윤,어쩌다 발견한 하루,

지난 2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여고생 은단오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윤./사진=텐아시아DB

배우 김혜윤이 놀라운 집중력과 물오른 연기력을 뽐냈다. 지난 2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에서다. ‘어하루’는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임을 깨달은 여고생 은단오(김혜윤 분)가 엑스트라 역할을 거부하고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모험을 담은 작품.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김혜윤은 두근거리는 로맨스부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까지 제대로 소화해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스테이지’의 사랑스럽고 청초한 은단오와 ‘쉐도우’의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은단오를 다르게 연기해 두 가지 캐릭터를 한 번에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어하루’를 통해 전작인 JTBC ‘스카이 캐슬’에서 예서 역으로 보여준 예민하고 까칠한 이미지를 완벽히 지운 김혜윤. 첫 주연작인데도 발성, 감정, 대사 전달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빈틈없는 열연을 펼쳤다. ‘20대 대세 여배우’로 우뚝 선 김혜윤을 지난 2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첫 주연작을 호평 속에 마친 소감은?
김혜윤: 부족한 부분도 많았는데 감독님과 스텝들, 배우들에게 의지하며 같이 잘 만들어나간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10.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김혜윤: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 같다. 특히 단오라는 인물 자체가 모든 캐릭터들을 만나고 다니며 소통하며 캐릭터라 더 힘들었다. 그만큼 분량도 많아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촬영 전부터 운동도 많이 하고 체력관리를 했는데도 후반부에 가서는 점점 힘들어졌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10. 스스로 어떤 점이 가장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김혜윤: 근본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니까 집중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대사에 실수가 많아졌다. 뒤로 갈수록 연기에 100% 집중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10. 체력관리를 위해 어떤 운동들을 했나?
김혜윤: 필라테스, PT, 수영 등을 촬영 전부터 꾸준히 했다. 단오가 심장병에 걸린 학생이라는 설정이라 안할 수가 없었다.(웃음)

10. 뿌듯한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김혜윤: 단오를 연기하면서 실제로 애교가 많이 늘었다. 이런 변화가 뿌듯하다.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을 했다는 거니까.(웃음)

김혜윤,어쩌다 발견한 하루,

단오를 연기하며 애교가 늘었다는 김혜윤./사진=텐아시아DB

10. 만화 ‘비밀’에서 설정값대로 움직이는 ‘스테이지’의 단오부터 운명을 바꾸려는 ‘쉐도우’의 단오, 만화 ‘능소화’의 단오까지 1인 3역과도 같은 연기를 했다. 어렵지 않았나?
김혜윤: 내가 복잡하게 연기하면 보는 분들이 어려워할 테니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서 ‘능소화’의 단오를 연기할 때도 굳이 다르게 연기하려 하지 않았다. ‘비밀’의 단오 모습이 자연스레 깔리도록 내버려뒀다. 각각의 다른 단오지만 어쨌든 하나의 단오이지 않나. 달라진 거라고는 말투와 시대의 계급 정도라고 생각했다.

10. 시청자들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김혜윤: 나 때문에 인생의 활력소를 얻었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삶이 피폐해서 의욕 없이 지냈는데 나라는 사람을 보고, 단오라는 캐릭터를 보며 힘을 얻었다고, 열심히 살아가는 캐릭터여서 보면서 되게 즐거웠다고 하셨다. 그런 반응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응원해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었다. 귀엽다는 반응도 좋다. 전작의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서다.

10. ‘엑스트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하나?
김혜윤: 저기서 말하는 주인공은 역할이라기 보다는 주체적 삶을 뜻한다. 단오의 목표는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다. 대사에서도 말했듯이 밥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거다. 결국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궁극적 목표인 것이다. 그런 메시지가 좋았다.

10. 실제로 데뷔 후 5년 간 단역 시절을 겪었다. 주인공을 꿈꾸기도 했을 텐데?
김혜윤: 인간인지라 어느 정도 욕심은 생기더라. 지나가는 사람 역할을 할 때는 대사 한 마디라도 있었으면 했고, 대사가 생기면 배역의 이름이 주어지길 바랐다. 이름이 생기니 고정으로 출연하고 싶었다. 나 역시 주인공을 꿈꿨다기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꿈꾼 게 맞는 것 같다.

김혜윤,어쩌다 발견한 하루,

김혜윤은 “실제 나이에 맞는 성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소망했다./사진=텐아시아DB

10. ‘스카이 캐슬’ ‘어하루’ 모두 10대 학생 역할이다. 성인 역할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김혜윤: 24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긴 하다. 그것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역할을 하기에는 나조차도 상상이 안 된다. 미지의 세계 같다. 예전에 ‘스카이 캐슬’이 끝난 뒤 누군가 나에게 다음 작품도 학생 역할이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같은 학생이어도 비슷한 캐릭터가 아니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겠다고 했다. 단오가 그렇다. 예서와는 살아온 환경도, 매력도 너무 다르다.

10. 예서와 단오 중 실제 본인의 성격과 더 닮은 캐릭터는?
김혜윤: 두 캐릭터 모두 내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다. 예서는 어렸을 적 투정부리던 나의 모습이라면 단오는 현재 성격이랑 좀 더 비슷하다.

10. 출연 배우들이 다 또래여서 현장 분위기도 편했을 것 같다.
김혜윤: ‘스카이 캐슬’에서는 선배님들의 노련함을 보고 배우는데 집중했고, ‘어하루’에서는 같이 고민해서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뒀다. 현장 분위기는 둘 다 좋았다.

10. 상대역이었던 로운과의 키 차이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0cm 이상이던데?
김혜윤: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다. 190cm이라는 키가 흔치는 않으니까. 주변에서는 ‘설레는 키 차이다’ ‘근무환경 부럽다’고 말하는데 사실 너무 힘들었다. 로운뿐만 아니라 이재욱, 정건주 등 남자배우들과 촬영을 할 때마다 항상 나무 상자를 밟고 올라가야 했다. 걸어가는 장면일 경우에는 나무 상자로 길을 만든다. 나는 무조건 높아야 했고. 남자 배우들은 항상 자세를 낮췄다. 고개도 맨날 들어야 해서 촬영이 끝나면 뒷목이 아프더라.(웃음)

10. 자신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김혜윤: 100점 만점에 10점이다.(웃음) 특히 ‘능소화’ 장면들은 연기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다.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크다.

10. 그래도 10점은 너무 적은 점수인 것 같다.
김혜윤: 내 성격이 그렇다.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열등감이 많다. 늘 철저히 계획한 대로 살아가려고 하고, 그걸 못 지키면 스스로 자책한다. 주변에서는 좀 더 여유로워도 된다고, 너무 각박하게 사는 거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 대학교 다닐 때도 출석만 하고 수업 안 듣고 나가는 일명 ‘출튀’도 한 번을 못해봤다. 엄청난 일탈 같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열등감이 마냥 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기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김혜윤,어쩌다 발견한 하루,

2019년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싶다는 김혜윤./사진=텐아시아DB

10. 연말 시상식이 다가온다. 상 욕심은 없나?
김혜윤: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신인상은 욕심 내지 않는다. 그래도 베스트 커플상은 받았으면 좋겠다.(웃음)

10. 2019년은 자신에게 어떤 해로 남을 것 같나?
김혜윤: 한 여름 밤의 꿈같다.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이, 상황이 많이 달라져있더라. 그럴수록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의 내가 변했다기보다는 체력이 지치면 어느 순간 로봇처럼 연기하는 나의 모습이 싫어서다. 연기라는 게 힘들 때도 많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지만 해냈을 때 뿌듯함 때문에 계속 하고 싶어진다.

10. 내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김혜윤: 영상 편집을 배우는 거다. 편집을 배우면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들을 빨리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훨씬 작품을 보는 눈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10. ‘어하루’를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김혜윤: 애교다. 호호. 부모님이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냐고 부담스러워 하더라. 작품을 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맡은 캐릭터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작품 전체를 보고, 흐름을 읽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