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 “노규태는 95%의 대본, 5%의 애드리브로 탄생했죠”

[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를 연기한 배우 오정세. / 사진제공=프레인TPC

배우 오정세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얄미워도 하찮아도 자꾸 눈길이 가는 캐릭터로 만드는 매력이다. 같은 대사여도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힘을 가졌고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애드리브를 완성하는 똑똑한 배우다. 그래서 대중들은 드라마 속 오정세는 늘 귀여워할 수밖에 없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오정세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동백꽃 필 무렵’은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오정세는 차기 군수를 꿈꾸며 허세를 부리지만 변호사 아내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노규태 역을 맡았다. 드라마 초반 큰 웃음을 담당하다 후반으로 접어들며 귀여운 모습과 조금씩 철이 드는 이야기를 더하며 ‘노큐티’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찮지만 귀여운 ‘노큐티’ 오정세를 지난 2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끝이 났다. 기분이 어떤가.
오정세 : 아쉽다. 즐겁고 행복하게 찍는 작품은 만나기 쉽지 않다. 이 행복한 감정을 누리려 하고 있다.

10.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한 계기는?
오정세 : 대본이 와서 읽어봤는데 적당히 재밌는 게 아니라 심하게 재밌었다. 재밌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해서 참 많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10.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큰 인기를 예상했나?
오정세 : 사실 나는 좋다고 말하는 시청률의 기준을 잘 모른다. (웃음) 시청률이 큰 의미를 주지도 않는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그 행복함, 연기를 하면서 느꼈던 기분 좋음과 감동, 드라마로 나갔을 때 보는 행복과 주변 반응에서 오는 감정들에서 행복함을 느낄 뿐이다.

10. ‘동백꽃 필 무렵’이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뭘까?
오정세 :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 같다. 억지 감동도 없었고 억지 웃음도 없었다. 노력도 안 했는데 감동과 웃음을 줬다. 그래서 더 매력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뭘 던지지도 않았는데 깨닫고 감동을 받았다. 대사들이 구구절절하지 않고 툭 던지는데 마음 속 어디 한 군데 울림이 있었다. 그런 게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 것 같다.

10. 대중의 인기는 체감하나? ‘동백꽃 필 무렵’으로 확실한 인지도를 얻은 것 같다.
오정세 : 잘 모르겠다. 그냥 주변 사람들이 많이 보고 관계자들이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서 잘 보고 계신다는 걸 느꼈다. 얼마 전 비가 많이 와서 지하철을 탔는데 옆에 계신 분들이 ‘동백꽃 필 무렵’을 보고 계셨다. 참 묘하더라.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보며 미소 짓고 있는 걸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가 감동을 받고 위로를 받아서 기쁘고 기분이 좋다. 시청률이 더 높거나 낮아도 행복지수는 지금과 비슷할 것 같다.

오정세는 “만취 연기는 여러 장면에서 욕심이 많았다. 이선균을 이기고 싶었는데 못한 것 같다”며 웃었다. / 사진제공=프레인TPC

10. 대본 속 노규태와 실제로 연기한 노규태의 차이점이 있나?
오정세 : 대본을 재밌게 봤기 때문에 대본 속 노규태를 95% 이상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그대로 하자는 게 목표였다. 5%는 현장에서 나오는 말이나 행동으로 제약 없이 노규태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애드리브를 넣어도 되나 안 되나 고민을 해서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본 노규태는 95%가 대본 속 노규태다. 5%는 내가 채웠다.

10. 자신이 느낀 노규태의 매력은?
오정세 : 사실 규태의 매력보다는 드라마 자체의 매력이 컸다. 임상춘 작가님은 드라마의 결말이나 큰 그림을 알고 계셨지만, 내가 처음 본 규태는 5, 6부까지의 이야기였다. 드라마 초반의 규태는 동백(공효진 분)을 괴롭히거나 갑(甲)질 하는 인물이지 않나. 그런 설정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다가가게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컸다. 잘못 표현할까봐 걱정이 컸는데 작가님이 ‘규태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초반에는 논란을 일으키지만 규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규태의 내면을 심도 깊게 표현하고 싶었다.

10. 규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본인만의 접근 방법이 궁금하다. 규태는 하찮지만 귀여웠고, 등장만으로 시선을 강탈한 캐릭터였다. 호감과 비호감으로 나눠야 한다면 호감형 캐릭터였다.
오정세 : 2% 부족한 친구, 외로운 친구로 접근을 했다. 규태가 동백 혹은 향미(손담비 분)를 사랑해서 건드린 게 아니다. 이 친구 자체가 외로운 사람이라 누군가가 건드리면 툭 가는 사람인 거다. 규태가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하면서 숙제를 푸니까 외로움이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규태의 방에 외로움에 관한 서적을 비치했다. 흰 바지를 입고도 원색 속옷을 입은 것도 그렇고 규태의 빈 정서, 2% 부족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했던 의도적인 장치였다. 양말을 거꾸로 신기도 하고 명품 셔츠 같지만 자세히 보면 실밥이 다 나왔다. 스타일리스트에게 실밥이 항상 나와있게끔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외롭고 부족한 규태가 완성됐다.

10. 작품마다 애드리브나 소품 등 장치를 많이 세우는 편인가?
오정세 : 고민을 하는 편이긴 하지만 ‘동백곷 필 무렵’은 유독 심하게 고민했다. 대본이 완벽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애드리브와 소품이라고 생각했다. 보이든 안 보이든 한 끗 차이가 큰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 소품 하나, 애드리브 한 줄에도 많은 고민을 한다. 세심한 노력에 늘 감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 성격도 꼼꼼한 편인가?
오정세 : 꼼꼼하지 않다. 근데 연기만 하면 꼼꼼해진다. ‘동백꽃 필 무렵’은 더 꼼꼼하게 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그때 이렇게 할 걸!’이라는 후회를 갖고 싶지 않았다. 작품에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선을 지키며 규태를 만들고 싶었다.

‘동백꽃 필 무렵’ 스틸컷 . /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10. “왜 드리프트를 탔떠, 드리프트는 빼박이지” 등 노규태의 대사들이 화제가 됐다. 이런 부분도 애드리브인가?
오정세 : 내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의식적으로 대본대로 했다. ‘드리프트 탔떠’도 정확하게 대본에 적혀있었다. 내가 추가하거나 바꾼 부분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기억나는 애드리브는 취조실 장면이다. ‘아내를 사랑합니까?’라는 질문에 ‘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라는 대답이 적혀있었다. 대본만으로 너무 만족스럽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자니 구구절절하고 안 넣자니 찝찝했다. 결국 했는데 그 대사가 ‘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였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는 동백의 까멜리아 입간판에 적힌 문구다. 규태가 동백이와 까멜리아를 통해 성장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동백이로 인해 아내 자영(염혜란 분)과 화해하고 마음을 치유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 임상춘 작가의 반응도 궁금하다.
오정세 : ‘너무 좋아요. 최고예요’ 해주셨다. 뭘 하든 우쭈쭈 해주신다.

10.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오정세 : 코믹이든 악역이든 조연이든 어떤 색깔이 입혀지는 것은 불편하다. 규태는 규태로 칭찬을 받고 싶고 다른 작품에는 그 캐릭터로 칭찬을 받고 싶다.

10. 상대역이었던 염혜란과 호흡은 어땠나?
오정세 : 염혜란 배우는 10년 전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에서 처음 봤다. 내가 관객으로 있었는데 그때도 너무 매력 있다고 느꼈다. 10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했는데도 마음이 열린 상태였다. 염혜란 역시 마음을 열어놨더라. 불편함 없이 편하게 연기했다. 염혜란은 보는 이에 따라 강하게 보일 수 있지만 여린 배우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나면 아쉬운 마음에 다시 찍고 싶어 하는데 염혜란은 다시 찍자고 하지 않는다. 자신으로 인해 촬영이 길어지는 걸 불편해 한다. 강단 있으면서 여린 친구다.

10. 염혜란과도 주고받은 애드리브 연기가 있나?
오정세 : 자영이가 규태의 코를 잡는 것도 애드리브다. ‘깡 있으면 해 봐’라고 할 때 볼을 꼬집어야 하나, 머리를 만져야 하나 고민하다가 코를 잡았다. 근데 또 코가 잡히니 깡이 생기더라. 내가 용식(강하늘 분)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는지 ‘네가 먼저 했다’라는 대사를 했다. 용식이가 그 대사를 할 때 재밌게 봤는데, 현장에서 오마주처럼 했다.

10. ‘네가 먼저 했다’라는 대사를 한 후 시청자들한테선 용식이 아니라 규태가 원조라는 반응이 많았다.
오정세 : 그래서 걱정했다. 95%의 대본과 5% 추가라고 하지 않았나. 5%에 검열을 많이 했다. 동백이와 용식이가 부러워서 오마주로 따라 했는데 규태의 욕심으로 보일까 걱정했다. (강) 하늘이한테 내가 이 대사를 했는데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좋다고, 편집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과한 욕심 때문에 드라마 흐름에 방해가 될 거면 편집해 달라고 했는데 괜찮았나 보다. (웃음)

배우 오정세는 “롤모델은 없다.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특정한 작품 속 한 캐릭터를 롤모델로 삼는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프레인TPC

10. 스스로 생각하는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작품인 것 같나?
오정세 : 모든 인물과 소품에 의미를 두고 관심을 갖게 한 드라마. 예를 들어 동백이의 휴대폰에 뜬 ‘황씨’도 새로운 까불이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사실 황씨는 아들 필구(김강훈 분)에게 미안해서 그렇게 저장한 이름이다. 이름 하나부터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시선이 가고 관심이 갔던 드라마였던 것 같다.

10. 영화 ‘극한직업’의 테드 창도 사랑을 받았고, 규태까지 사랑을 받았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인기가 많아서 배우로서 올해가 뜻 깊을 것 같다.
오정세 : 행복을 느끼려고 하고 있다. ‘극한직업’도 보너스 같은 작품이었다. 5명 중 하나를 못 해서 테드 창을 맡았다. 두 장면만 나왔는데도 사랑을 받으니까 행복했다. ‘동백꽃 필 무렵’도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고 하지만, 웰메이드 작품이 나온 것 같아 행복하다. 많은 분들이 그 작품 해줘서 고맙다, 감동과 위로를 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인사를 하고 있다. 내가 찍은 작품이지만 작품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 만든 사람도 위안을 받은 작품이기에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