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종영]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기적 같았던 드라마

[텐아시아=우빈 기자]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캡처

오랜만에 만난 사람 냄새 가득한 드라마였다. 공효진과 강하늘의 로맨스는 설레었고, 공효진과 이정은 모녀의 사연은 가슴 아팠다. 손담비의 인생은 가여웠고, 옹산 언니들 김선영, 김미화, 염혜란 이야기는 든든했다. 지난 21일 막을 내린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야기다.

‘동백꽃 필 무렵’은 세상의 편견과 차별, 상처와 외로움을 희망과 사랑으로 안았다. 주옥 같은 대사들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고 이를 ‘맛깔나게’ 표현한 배우들의 명연기는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동백꽃 필 무렵’은 시청자들의 ‘인생 드라마’로 남게 됐다.

이날 마지막 회에서는 모든 사건이 기적처럼 해결됐고 모두가 행복을 찾았다. 용식(강하늘 분)은 의식이 없는 정숙(이정은 분)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의사는 기적이 있지 않는 이상 정숙이 깨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백은 “내 거지같은 인생에 기적은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때 덕순(고두심 분)이 동백을 찾았다.

덕순은 정은이 자살을 시도하기 전 자신을 찾아온 것을 떠올렸다. 정은은 “죽을 날 받아놓고 딸 보고 싶어서 왔다. 와서 보니 용식이도 좋지만 회장님도 좋더라. 우리 동백이 좀 품어달라. 공짜 없던 동백이 인생에 공짜 엄마 되어달라”며 “딱하다 예쁘다 품어주시면 절대 그 마음 잊을 아이 아니다. 외롭지 않게 해 드릴 거다. 걔 안아주러 왔다가 내가 참 따뜻하게 간다”고 말했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 마음이 통한 덕순은 동백에게 “네 인생 살아 네 인생. 필구니 뭐니 다 제껴두고”라고 말했다. 그는 필구를 데리고 나서며 “이제 너는 내 새끼니까 할머니가 널 영원히 지켜줄 거야”라고 말했다. 덕순은 필구를 손자로 받아들였다.

용식은 동백을 바라만 보다 옆에 섰다. 용식은 “저 그냥 옆에만 좀 있어도 돼요? 내가 보고만 있기가 힘이 드네. 저 그냥 옆에 앉아만 있으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동백은 용식에게 손을 뻗었고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 정숙을 갑자기 큰 병원으로 옮기게 됐다. 옹산 사람들의 움직임이 기적을 만든 것. 규태(오정세 분)는 국내 최대 의료장비를 갖춘 응급차를 구했고, 자영(염혜란 분)이 유명 신장내과 의사에게 정숙의 수술을 부탁했다. 옹산 경찰은 신호등을 조절해 정숙이 탄 응급차가 한 번도 신호에 걸리지 않고 병원에 도착하게 만들었다. 옹산 사람들은 한 마음으로 동백을 걱정하고 정숙의 회복을 염원했다.

동백은 정숙에게 무사히 신장을 줬고, 정숙도 건강하게 눈을 떴다. 동백이 유전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소식도 들었다. 정숙은 동백에게 사망보험금을 주지 못해 안타까워했지만, 동백은 엄마와 함께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정숙은 보험을 해지한 돈으로 까멜리아를 샀다. 동백도 꿈을 이뤘다.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던 동백은 택배보관함을 설치해 마을 사람들의 택배를 대신 받아줬다.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캡처

까불이도 잡혔다. 까불이의 정체는 흥식(이규성 분)으로 밝혀졌다. 흥식의 기침소리에 과거를 떠올린 동백은 자리를 피하려 하다 흥식에게 손목이 잡혔다. 하지만 옹산 언니들과 용식의 전화소리까지 더해지며 그의 살인 충동을 막았다. 흥식은 “사람 쉽게 동정하지 마요. 아무나 그러는 거 아니잖아”라며 가게를 나갔다. 동백은 참지 않았다. 그는 향미(손담비 분)가 애용하던 맥주잔으로 흥식의 뒤통수를 쳤다. 동백은 “네가 향미 죽였지. 이거 향미 500잔이야. 까불면 죽는다”라며 욕을 퍼부었다. 옹산 언니들도 저마다 도구를 들고 쫓아와 흥식을 때렸다. 뒤늦게 도착한 용식과 경찰들은 이를 보며 “동백이는 동백이가 지킨다”며 웃었다.

흥식은 용식을 만나고 싶어 했다. 흥식은 자신을 찾아온 용식에게 “형이 세상을 천진난만하게 봐서 비위가 상했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다.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계속 나올 거다”라고 위협했다. 이에 용식은 “나쁜 놈은 백 중에 하나 나오면 쭉정이지만 착한 놈들은 끝이 없이 백업이 된다. 우리는 떼샷이다. 너네들이 암만 까불어봐야 쪽수는 못 이긴다. 그게 바로 쪽수의 법칙이고 니들은 영원한 쭉정이, 주류는 우리”라고 비웃었다.

옹산은 행복했고 평화로웠다. 동백의 삶도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옹산 사람 그 누구도 동백을 편견을 가진 채 보지 않았다. 정숙은 동백에게 “야금야금 행복해야 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백은 “행복하자고 기를 쓰고 하나. 행복은 음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백은 “나는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과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라고 생각했다.

용식은 동백을 만나기 위해 달렸다. 용식은 “동백 씨 후레쉬 같다. 빛이 난다”며 웃었다. 동백이 “내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묻자 용식은 “환장해요”라고 대답했다. 동백은 “용식 씨를 만난 게 기적일까”라고 말했고 용식은 “동백 씨는 복권 같은 거 믿어요?”라고 되물었다. 동백은 “아니요. 나는 나를 믿어요”라고 답했다. 그 말에 용식은 환하게 웃으며 “나도요. 나도 너를 믿어요”라며 입을 맞췄다.

용식은 소박하고 작게 살았던 동백을 위해 큰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도록 계획을 짰다. 종렬(김지석 분)은 두 사람을 찾아와 통장을 건넸다. 그는 “얼마를 써도 500만 원이 계속 충전될 거다. 필구가 메이저리그 갈 때까지 서포트하겠다”고 말했다.

동백과 용식은 결혼했고 향미의 본명을 딴 ‘황고운’이라는 딸도 얻었다. 성인이 된 필구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필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기자회견을 했고, 그 모습을 용식과 동백이 TV로 지켜봤다. 용식은 동백이 또 운다며 놀렸고, 동백은 “이번 생이 다 기적같다”고 행복해했다.

◆ 모두가 존재력 甲, 배우들의 美친 연기력

‘동백꽃 필 무렵’은 흔히 말하는 ‘연기 구멍’이 없었다. 주연배우 강하늘, 공효진부터 김지석, 손담비, 오정세, 고두심, 염혜란, 김선영, 김강훈, 이정은 등 조연까지 모두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매 회 시청자들의 몰입하게 했다.

공효진은 편견과 트라우마 속에 갇혔 있었지만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동백을 표현하기 위해 표정과 말투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드라마 초반에는 눈치 보는 표정, 기어들어가는 말투로 동백을 표현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당당하고 환해진 표정과 힘이 들어간 말투로 동백의 캐릭터를 세심하게 표현했다. 강하늘은 황용식 역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눈빛, 동백에게만 자상한 모습,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충청도 말투 등 연기가 탁월했다. 아역 배우 김강훈의 연기도 기가 막혔다. 철이 일찍 든 아이의 모습을 천진난만하면서도 성숙하게 보이도록 연기했고, 김강훈이 울면 같이 울고, 웃으면 같이 웃는 흡인력 강한 연기를 펼쳤다.

향미 역의 손담비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은 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느릿한 말투와 맹한 표정 등 연기뿐만 아니라 염색하지 않은 지저분한 머리, 다 벗겨진 매니큐어 등 사소한 스타일도 신경을 써 몰입도를 높였다. 염혜란과 오정세는 코믹한 치정 로맨스로 웃음을 안겼다. 평범한 대사도 맛깔나게 살리는 두 배우의 호흡은 캐릭터의 매력뿐만 아니라 인물 간의 케미도 빛나게 만들었다. 김선영은 거침없는 언변과 샘 많은 성격이지만 속은 따뜻한 박찬숙 역으로 ‘따뜻한 걸크러시’라는 호칭을 얻었다. 거침없는 말로 동백의 마음에 비수를 꽂으면서도 다정한 표정, 걱정하는 말투로 내심 동백을 생각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연기했다.

◆ 매회가 명대사…임상춘 작가의 美친 필력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임상춘 작가의 주옥 같은 대사에 있다. 자존감을 높여주고 따뜻한 응원이 되어주는 대사는 드라마 속 인물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힘이 됐다. 주인공의 로맨스가 설렘을 줬다면 엄마와 딸의 대사, 엄마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들은 눈물 버튼이 돼 시청자들을 울렸다. 편견, 외로움, 사랑, 모성, 부성, 결혼 등 현실을 제대로 꿰뚫은 대사들은 누군가에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됐다.

임상춘 작가는 작품 속 모든 인물의 삶에 숨을 불어 넣었다. 드라마 속 주·조연의 비중과 위치에 관계없이 모든 캐릭터의 삶을 조명하고 모두에게 이야기를 담았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집중했고, 인물의 희로애락에 같이 울고 웃었다. 뻔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았다. 소시민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찬 대사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뺏길 수밖에 없었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용식의 말들, 가슴 아리게 만든 향미의 대사, 딸에 대한 희생과 사랑을 제대로 보여준 정숙의 대사 등은 한 줄 한 줄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시청자의 가슴 속에 박혀 함께 울고 웃게 했던 대사는 ‘동백꽃 필 무렵’을 ‘인생 드라마’로 만들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