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얼굴없는 보스’ 천정명 “건달 변신 만족…조연·특별출연·악역 다 하고 싶죠”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얼굴없는 보스’에서 행복한 보스가 되고 싶었던 남자 권상곤을 연기한 배우 천정명./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천정명이 달달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장착하고 돌아왔다. 피도 눈물도 없는 건달 세계, 폼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얼굴없는 보스’에서다. 천정명은 복싱을 하다 우연히 건달 세계에 빠진 상곤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리얼한 액션까지 열연했다. 고정된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는 천정명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천정명: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액션이나 누아르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동안 주로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했다. ‘상곤’ 역할은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다. 여러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 재미있게 찍었다.

10. 자신의 이미지가 바뀌길 원했나?
천정명: 변화를 추구하고 싶었다. ‘천정명은 로맨틱 코미디랑 어울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이미지가 박힌 것 같아서 고민했다. 배우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만난 작품이라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10. 액션이나 누아르 장르의 시나리오가 안 들어왔나?
천정명: 2006년에 찍은 ‘강적’ 이후 몇몇 작품이 들어왔는데, 함께 들어왔던 로맨틱 코미디 작품들이 더 재미있었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를 계속 하다 보니 액션이나 누아르 물이 안 들어오더라.

10. 건달 역할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있었나?
천정명: 흔히 생각하는 건달의 모습을 표현하려면 덩치가 커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살을 찌우려고 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이후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날카롭게 보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커지면 둔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살을 뺐다. 촬영할 당시에 14kg 정도 감량한 것 같다.

10 . 14kg을 어떻게 뺐나?
천정명: 액션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졌다. 극 중 상곤은 복싱을 하다 건달의 세계로 빠진 인물이다. 나도 원래 복싱에 관심이 있어서 조금 했는데, 영화를 위해 3개월 정도 제대로 했다. 체육관과 액션 스쿨에서 열심히 연습했더니 살이 엄청 빠졌다. (웃음)

10.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천정명: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진짜 건달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화려한 액션 같은 것들은 걷어내고 우리와 같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10. 액션이나 누아르에 갈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쉽진 않았나?
천정명: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감독님께 액션이 더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쪽으로 치우치면 스토리를 전달하기 힘들다고 하셨다. 이야기로 풀길 원하셨다.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만 그렇지 화려하거나 부유하지만은 않다더라. 그런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컸다.

천정명,인터뷰

영화 ‘얼굴없는 보스’를 준비하면서 14kg을 뺐다는 배우 천정명./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제작사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던데,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고 있나?
천정명: 사실 나도 궁금했다. 감독님께 물어봤는데 말을 아끼더라.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조직 생활을 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썼다고 들었다. 주변에도 대기업 임원급인데 어떤 이유로 다른 쪽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권상곤이란 인물은 마냥 건달의 세계를 동경해서 갔다기보다 형, 동생들과의 의리 때문에 따라간 것이다. 그렇게 봐 주면 좋을 것 같다.

10.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어떤 면에선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다. 상곤을 연기하는 데 괴리감은 없었나?
천정명: ‘왜 이럴까?’ ‘왜 건달 세계에 있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안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시나리오를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점차 인물에게 동화가 되기 시작했다. 상곤은 형, 동생들과 건달 세계에 발을 들이지만 멋지게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최대한 노력했다. 어쩔 수 없이 음모와 배신이 반복되면서 비극으로 치닫지만 그건 한 사람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10. 상곤은 전라도 파인데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천정명: 건달처럼 보이기 위해 사투리를 써야 하나 고민했다. 초반엔 연습도 했다. 하지만 사투리로 상곤의 이미지가 확 달라질 것 같아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서울말을 쓰기로 했다. 애초부터 상곤은 건달처럼 보이기보다 회사원처럼 보여야 했다.

10. 자신의 건달 연기에 만족하나?
천정명: 내가 나를 보면 어색하지만 연기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단단히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10. 부부로 호흡한 이시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천정명: 함께하는 장면이 짧아서 긴 시간 호흡을 맞추진 못했다. 몇몇 닭살 돋는 신이 있는데 재미있게 촬영한 기억이 있다.

10. 언론시사회 때 감독이 “‘조폭 우상화’는 없다”고 했지만, 상곤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 등 너무 멋있게 나온다. 

천정명: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 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면 함께 살아가기 어려워진다. 의리가 없으면 관계도 맺어지지 않는다. 상곤은 의리와 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간적인 면모를 봐 주면 좋겠다. 어떻게 하다 보니 건달의 세계로 빠졌지만 화려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쉽게 돈 벌고 좋은 차를 끌고 다니는 것 등을 보면서 10대들이 쉽게 유혹에 빠진다고 하더라. 그런 것들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10. 건달이 돼보니 어떻던가? 자신은 무엇을 느꼈나?
천정명: 군대에 처음 갔을 때 벽도 높고 철조망도 처져 있고, 헌병도 서 있고…그런 모습을 보고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적응하고 나선 편해졌지만 감옥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다른 차원이지만 교도소 독방 장면을 촬영할 때 좁고 빛도 안 들어오니 너무 답답했다. 실내 장식도 전혀 없고 벽과 바닥뿐이지 않나. 진짜 갇힌다면 심리적으로 미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되겠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10.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생각인가?
천정명: 이미지라는 게 한 번 했다고 바뀌는 건 아니다. 배우로서 롱런해야 하기 때문에 액션과 누아르만 고집하진 않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생각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하면서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10. 평소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천정명: 시나리오를 먼저 보지만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연, 특별출연 다 해보고 싶다. 사건의 실마리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 악역도 하고 싶다.

천정명,인터뷰

배우 천정명은 “조연, 특별출연 다 해보고 싶다. 사건의 실마리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 악역도 하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이승현 기자 lsh87@

10. 1980년생이니 만으로 38세다. 체력은 괜찮나?
천정명: 이 나이가 됐다고 해서 몸에 크게 변화가 온다거나 그런 건 없다. 아직은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하. 다만 주변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나고 있다. 친구들도 대부분 결혼했다. 놀 수 있는 상대가 줄어드는 것이 슬프다. 다들 부인이랑만 놀려고 한다.

10. 언제 결혼할 생각인가?
천정명: 나는 아직 생각 안 해봤다. 일에 집중하고 (연기를) 더 보여줄 때인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다.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결혼해 버린다면 제약이 될 것 같다. 역할도 한정적일지 모른다.

10.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잔소리하진 않나?
천정명: 연애는 좋은 사람이 생긴다면 할 것이다. 누나가 둘이고 내가 막내인데, 누나들은 다 결혼했다. 조카도 있다. 부모님도 결혼하면 좋겠다고 하는데 강력하게 말씀하진 않으신다. 직업이 특수하다 보니 일에 더 집중하라고 하신다. 그래야 팬들도 좋아할 거라고 하시더라. (웃음)

10. 이상형이 있나?
천정명: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더 중요한 건 이해심이 많아서 서로 배려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엔 ‘나만 좋아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닌 것 같다.

10. 최근에 ‘국민 MC’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에 도전해 화제가 됐다. 예능에서든 현실에서든 배우 외에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나?
천정명: 주짓수를 9년째 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도장에선 사범이라고 부른다. (웃음) 운동을 하면서 정체기도 있었는데, 했던 걸 계속 반복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 어느 정도 높은 레벨까지 올라왔더라. 주짓수는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극과 극인 운동이다. 운동에 빠져서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도장을 차리는 분들도 많다. 만약 나도 연기가 아닌 다른 일을 생각해야 한다면 주짓수 도장을 차려보고 싶다.

10. 운동 외에 취미가 또 있나?
천정명: 아. 요리를 좋아한다. 나중에 음식 장사도 한번 해보고 싶다. (웃음) 운동만큼 영화를 좋아해서 많이 보는 편이다.

10. 영화를 직접 연출할 생각은?
천정명: ‘이런 소재이면 어떨까?’ 구상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작업은 아직 안 해봤다. 예전에 감독 제의가 들어온 적도 있었는데 힘든 작업일 것 같아서 못했다. (웃음) 하지만 언젠가 꿈이 더 강해진다면 누아르나 액션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은 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10. ‘얼굴 없는 보스’를 볼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천정명: ‘배우 천정명’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예쁘게 봐 주시길 바란다. ‘얼굴 없는 보스’를 보고 “즐겁게 봤다”고 말하면서 극장을 나갔으면 좋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