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뮤직] 아이유의 시적(詩的) 허용…어김없이 통했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아이유. / 제공=카카오엠

역시 아이유다. 새 음반을 공개하자마자 각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내놓는 음반마다 자신의 색깔과 새로운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아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드는 그가 이번에 선택한 건 시(詩)이다. ‘사랑 시’라는 뜻의 ‘러브 포엠(Love poem)’으로 돌아왔다.

아이유는 지난 18일 오후 6시 다섯 번째 미니음반 ‘러브 포엠’을 발표했다. 앞서 공개한 ‘러브 포엠’과 함께 ‘블루밍(Blueming)’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정했고, ‘언럭키(unlucky)’ ‘그 사람’ ‘시간의 바깥’ ‘자장가’ 등 6곡을 담았다.

19일 정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아이유의 이번 음반에 담긴 모든 곡이 10위 안에 들었다. ‘블루밍’과 ‘러브 포엠’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4위와 5위에는 ‘시간의 바깥’과 ‘언럭키’가 올랐다. 7위는 ‘그 사람’, 9위는 ‘자장가’이다. 지난해 10월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삐삐’ 이후 약 1년 만에 공개한 새 음반이어서 발매 전부터 팬들의 기대가 컸다. 더욱이 당초 지난 1일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의 안타까운 비보를 접한 뒤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발매를 연기해 대중들의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관심이 더욱 더 쏠렸다.

아이유는 이번 음반에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담은 곡들을 수록했다. 네 번째 미니음반 ‘챗-셔(CHAT-SHIRE)’는 스물 셋이 된 자신의 감정 변화와 더불어 소설 속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 노래를 만들었다. 네 번째 정규 음반 ‘팔레트(Palette)’는 직접 프로듀싱까지 맡아 팔레트에 물감을 채우듯 다채로운 노래를 완성했다. 이번 ‘러브 포엠’은 전체 콘셉트를 ‘시’와 ‘파란 장미’로 잡았다. 그래서 음반의 구성도 시집처럼 만들었다.

가수 아이유. / 네이버 V라이브 방송화면

아이유는 새 음반을 소개하며 “모든 문학에 정답은 없지만 그중 해석의 제한이 가장 자유로운 건 시라고 생각한다. 작품자의 순정만 담겨있다면 어떤 형태든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시적 허용(시에서만 특별히 허용하는 비문법성)된다”면서 “시인, 예술, 영감, 작품 등 내 입으로 얘기하기에는 민망한 표현에 울렁증을 갖고 있는 내가 음반 제목을 뻔뻔하게 ‘사랑 시’라고 지어놓고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이유는 여기 담은 것들이 전부 진심이어서다”라고 했다. 거짓 없이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담았기에, 시에 적용되는 허용처럼 ‘러브 포엠’이 누구에게도 왜곡되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스럽게 가닿길 바란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이유는 이번 음반에 실린 모든 곡의 노랫말을 직접 썼다. 지난 18일 음반 발매를 앞두고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멜로디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 라임과 의미까지 담으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시간의 바깥’의 가사를 만들 때 독특한 멜로디 구성을 맞추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블루밍’에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연상하게 만드는 소절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곡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모든 곡이 시 한 편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음반의 전면에 내세운 ‘파란 장미’ 역시 단순히 독특하고 예뻐서 택한 게 아니다. 아이유는 “파랑 장미의 꽃말은 원래 ‘불가능’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꽃이어서다. 이후 많이 만들어지고 사랑받으면서 ‘기적’으로 꽃말이 바뀌었다”면서 파란 장미의 이 같은 변화를 ‘사랑’에 빗대 만든 곡이 타이틀곡인 ‘블루밍’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머릿속에 아름다운 문장이 쏟아진다”는 그는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에 사랑에 푹 빠진 순간을 풀어냈다. 통통튀는 노랫말이 멜로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시간의 바깥’도 특별하다. 2011년 이민수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가 만든 ‘너랑 나’의 다음 이야기를 아이유가 새로 지었다. 배우 이현우가 출연한 ‘너랑 나’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두 남녀의 현재를 상상했다고 한다. 이민수 작곡가와 이현우도 동참해 8년 후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제목부터 ‘밤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자장가’는 ‘밤편지’의 작곡가 김희원이 멜로디를 썼다. 아이유는 지난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페르소나’의 네 번째 단편 ‘밤을 걷다'(김종관 감독)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의 가사를 지었다고 했다. 영화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꿈에 찾아와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재워준다’는 내용인데, 아이유는 꿈을 꾸는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꿈속에 찾아온 사람의 시선으로 가사를 썼다.

2009년 데뷔곡 ‘미아’부터 2019년 ‘러브 포엠’까지 아이유는 생각과 상황의 변화, 꺼내기 힘든 솔직한 감정을 노래에 담는 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덕분에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혹은 지나온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위로까지 건넸다. 이번 새 음반도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시에만 적용되는 허용이 아니라 ‘아이유 허용’이라고 해도 거리낄 것이 없어 보인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