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입니다> vs <결못남>

KBS 연중기획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다큐 노사상생, 해법을 묻는다> KBS1 화 밤 10시
화요일 밤 10시는 원래 <시사기획 쌈>의 시간이지만, 28일은 쌍용차 사태를 의식한 듯 KBS-노동부 공동 연중기획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다큐가 방송됐다. 노사상생의 해법을 다뤘다는 다큐는 쌍용차 평택공장의 참사 위에 대량해고, 신뢰붕괴 등 비장한 키워드를 낙인찍은 뒤, 개점휴업 상태가 된 대리점과 협력업체의 하소연을 곁들여 사태의 핵심을 ‘공멸적 노사관계’로 요약했다. 그 해법으로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직원 만족도를 높여 생산성을 높인다는 모 연구기관의 조사결과를, 근거로는 “민노총 전위대에서 직원복지의 대변인으로 선회한” 인천지하철공사 노조와 “투명한 회사경영과 복지 확대로 불신을 해소한”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제시했다. 일부 대기업의 노사상생 이면에는 단가인하 압력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시종일관 노동자들을 잘 관리해야 할 노동력(인적자원)으로 다루던 다큐의 결론에는 “노사갈등은 선진화의 마지막 고비요, 노사관계 정상화는 선진국 진입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전문가 인터뷰가 배치됐다. 노사관계가 잘돼야 회사도 국가경제도 융성한다는 주장은 결과론적으로 옳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만들 힘도 없는 다수 노동자들에게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의 경험이 얼마나 와 닿을지가 의문이거니와, 선진국 진입을 위해 노동자를 후히 대접하자는 주장은 감정과 자존심을 가진 ‘인간’에 대한 모욕처럼 들린다. 게다가 다큐 첫머리에 삽입된 쌍용차 사태는 초반 5분 이후 어떠한 분석도 대안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으니, 심층적이지도 일관되지도 않았던 방송시간 50분이 허무했다.
글 김은영

<결혼 못하는 남자> KBS1 오후 9시 55분
조재희(지진희)의 역사적 첫 키스는 참으로 어정쩡한 자세에서 이뤄졌다. 병원 진료실에서 “오랜만에 봤으니 싸우지 말자”는 문정(엄정화)의 친절한 말에 생애 처음으로 여자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댄 후 어쩔 줄 몰라 하는 재희의 모습은 자신의 진심 때문에 화가 나서 고백하던 문정의 그것처럼 로맨틱하지 않아서 더 공감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장면이다. 세 개로 분할된 화면에서 재희를 사이에 두고 문정과 유진(김소은)이 그를 떠올리며 애틋해하는 모습은 조금씩 이 드라마가 남성들의 판타지에 접근한다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며칠 동안 밥도 안 먹을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그래서 사회적 인정을 받는 까칠한 독신남이 별다른 작업 없이도 두 명의, 이젠 재희를 포기한 기란(양정아)까지 합치면 세 여자의 마음을 얻는 진행은 어떤 면에서 드라마의 모든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야 마는 <트리플>의 세계보다 더 판타지적인 것이다. 그것도 보고 싶어서 기다렸다는 말보단 “어제 초밥 못 먹었잖습니까”라는, 책임지지 않아도 될 말로 퇴근한 애인과 데이트할 수 있다는 건 다분히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해서” 행복해 보인다는 문정의 말은 더 정확히 말해 그렇게 자기 원하는 대로만 살면서 심지어 연애에서까지 능력자가 된 조재희에게 같은 남자 시청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다. 물론 이건 캐릭터에 대한 ‘열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진이 재희의 품에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어떻게든 남은 2회 분량을 이끌기 위해 삼각관계를 만드는 것이 걱정되는 건 드라마에 대한 우려다.
글 위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