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레베카’, 변함없이 완벽한 신영숙과 새 얼굴 카이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레베카’의 배우 신영숙.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배우 카이. /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신영숙은 여전히 불을 뿜어낼 기세로 관객들을 압도했고, 카이는 낯설지 않게 극에 스며들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16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 뮤지컬 ‘레베카'(연출 로버트 요한슨)에서다. 신영숙은 2013년 한국 초연 때부터 올해까지 ‘레베카’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연 중이다. 카이는 이번에 새롭게 합류했다.

2017년 이후 올해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레베카’는 미스터리한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은 남편 막심 드 윈터와 사랑에 빠진 나(I)와 그런 나를 경계하는 댄버스 부인의 갈등을 다룬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고,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1940)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레이문드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전세계 12개국, 10개  언어로 번역돼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 공연은 원작자들이 “최고”라고 인정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나(I)가 과거를 떠올리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극은 시작하고, 막심과 나(I)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경쾌하게 흐른다. 이후 맨덜리 저택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댄버스 부인이 등장한 순간부터 ‘레베카’에는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깔린다. 그렇게 2막이 열린 뒤에는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막심과 나(I), 댄버스 부인의 갈등도 정점을 찍는다.

배우 카이. / 제공=EMK뮤지컬컴퍼니

배우 신영숙. / 제공=EMK뮤지컬컴퍼니

2013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번째 시즌의 공연을 이어오는 동안 ‘레베카’는 견고해졌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싹 걷어낸 덕분에 관객이 극을 쫓아가는 데 전혀 거슬림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처지거나 엇박자가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다섯 번째 시즌이라고 해도, 2년 만의 공연 첫날인데 모든 박자가 오랫동안 맞춰온 듯 거침이 없었다.

서서히 결이 달라지는 넘버(뮤지컬 삽입곡)의 변화도 백미다. 나(I)와 막심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상쾌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멜로디와 가사로 분위기를 풀어주고, 댄버스 부인이 등장하며 2막을 연 뒤에는 을씨년스럽고 썰렁한 곡으로 가슴을 뛰게 만든다. 무대의 구성과 연출도 프랑스의 몬테카를로 호텔, 맨덜리 저택, 바닷가 앞 등 굵직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를 중심으로 움직여 피로감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매해 같은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나는데도 꾸준히 관객들에게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내는 이유다. ‘레베카’는 2017년까지 네 번의 서울 공연과 15개 도시에서 세 번의 지방 투어를 펼치며 한국에서만 517회차, 누적관객수 67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다섯 번째 시즌 역시 첫 날 공연이 매진됐다.

귓가에 맴도는 넘버와 시선을 잡아끄는 무대 연출에 이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의 맞춤옷을 입고 무대를 날아다니는 배우들이야말로 ‘레베카’를 향한 극찬의 주역이다. 그 중심에는 이번 시즌의 막을 연 신영숙과 카이가 있다.

다섯 번째 시즌까지 출석한 댄버스 부인 역의 신영숙은 더욱더 흠잡을 데 없는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등장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자태로, 싸늘한 눈빛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극중 나(I)는 물론 모두를 숨죽이게 만든다.

이번 시즌으로 ‘레베카’에 처음 합류한 카이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며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막심을 매끄럽게 표현했다. 품위 있고 자상한 모습에서 늪에 빠진 듯 절망하는 감정의 변화를 부족함 없이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극 말미에 감정을 뿜어내며 부르는 넘버 ‘칼날 같은 그 미소’도 훌륭했다.

‘레베카’는 내년 3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