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 강렬하고 뜨거운 신념의 충돌…특별한 이유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제공=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가 강렬하고 뜨거운 ‘신념’의 충돌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나의 나라'(극본 채승대·윤희정, 연출 김진원)는 앞선 방송에서 ‘1차 왕자의 난’이라는 커다란 변곡점을 지났다. 인물들의 신념과 욕망, 감정이 쏠린 ‘왕자의 난’은 감각적인 연출과 뜨거운 열연으로 호평을 얻었다. 특히 등장인물이 각자 꿈꾸는 ‘나라’에 관한 통찰로 ‘왕자의 난’이 갖는 의미를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열린 ‘나의 나라’의 기자간담회에서 김진원 PD는 “사극은 이 시대에 왜 그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나의 나라’는 서휘와 남선호, 한희재를 비롯해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이 어떤 생각과 욕망을 가지고 나아가느냐가 서사의 핵심 줄기”면서 “거대하고 명분 있는 큰 욕망이 소박하고 개인 욕망을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역사가 기록하는 ‘1차 왕자의 난’이지만, 극 중에서 그려진 이 역사적 사건은 인물의 서사가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이었다. 이방원(장혁 분)과 이성계(김영철 분)의 갈등을 넘어 서휘(양세종 분), 남선호(우도환 분), 한희재(김설현 분), 남전(안내상 분)이 그 길을 선택한 이유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이방원, 남전의 나라와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나라는 ‘왕자의 난’이라는 사건 안에서 치열하게 불붙었다. 역사적 거인들의 ‘대의’나 그 시대를 살아간 민초들의 ‘소의’에 경중을 두지도, 가치를 평가하지도 않았다. 선과 악의 대립이나 권력을 위한 욕심만이 아니라 신념의 충돌로 그려낸 ‘1차 왕자의 난’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질문과 울림을 남겼다는 평이다.

◆ 서휘·남선호·한희재 소박한 신념 하나, 소중한 이를 지킬 수 있는 나라

서휘와 남선호, 한희재는 대의라는 이름 아래 소중한 이들을 잃어야 했다. 서휘는 그에게 나라였던 누이 서연(조이현 분)의 잔인한 죽음을 목도했고, 얼자인 남선호는 남전의 아들이 되기 위해 어머니의 목숨값을 치렀다. 남전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고, 서휘를 잃을뻔했던 한희재도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자 신덕왕후 강씨(박예진 분)를 선택하고 이후에는 이화루의 행수가 되면서 자신의 힘을 길렀다. 격변의 시대, 가장 소중한 이들을 잃어야만 했던 세 사람에게 ‘나라’는 결코 거창한 신념이나 명분이 아니었다. 복수를 위해 이방원의 대의에 동참해 목숨을 건 서휘와 남전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성계의 칼이 된 남선호는 적으로 맞섰지만, 진짜 목적은 서로의 너머에 있었다. 이성계의 길목까지 막아섰던 한희재의 결단에도 절박한 진심이 있었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소박한 욕심을 이루려던 세 청춘. 역사가 기록하지 않았으나 가장 뜨겁게 마음을 울린 세 남녀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군분투와 다르지 않았다. 끝까지 멈추지 않고 기어이 길을 내는 세 사람의 마지막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 아비에게조차 버려진 이방원, 살아남기 위한 선택 ‘버려진 자들을 위한 나라’

1차 왕자의 난은 이성계를 만나고 나온 이방원의 포효로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가 버려졌다. 그 시작이 어찌 됐건, 끝이 어떠하건 살아라. 너희들 모두가 살아남으라”는 이방원의 외침은 선언이자 절규였다. 조선 건국 과정에서 이성계의 뜻을 살펴 피바람의 선봉에 섰으나, 이성계는 끝까지 믿음이 아닌 시험으로 이방원에게 상처를 남겼다. 어린 세자 방석을 왕위에 올려 쥐고 흔들려는 대신들의 모습에서 고려의 마지막을 본 이방원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살기 위해 이방원은 ‘혁명’을 선택했다. 앞서 장혁은 “버려진 자들의 나라를 세우려는 개혁 군주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이방원을 설명했다. 그가 이성계와의 관계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감정적인 측면에 주목했다고 밝힌 것처럼, ‘나의 나라’의 이방원의 모습에는 거친 외양과 처절한 내면이 자리하고 있다. ‘왕자의 난’을 이끌던 장혁의 이방원은 확실한 신념으로 흔들리지 않는 초석 위에 아비와 나라에 몇 번이나 버림받은 상처를 쌓아 감정선을 덧입혔다.

◆ 신하들의 나라, 그 중심에 서려던 남전! 대의를 위해 소의를 짓밟았던 행보의 끝

왕이 아닌 신하들의 나라, 폭군이 나타나도 무너지지 않는 나라를 꿈꾸던 남전의 세상은 1차 왕자의 난을 기점으로 무너졌다. 한 사람의 성군이 아니라 여럿의 신하들이 통치하는 나라를 꿈꾸고, 그 중심에 서려던 남전의 ‘대의’는 시대를 앞서 나간 발상이었다. 왕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권력을 쥐려는 이방원을 비웃으며 ‘갓 쓴 왕’이 되려던 남전의 신념은 수많은 이들을 짓밟으며 사사로운 욕망으로 변질돼 갔다. 가족마저 도구로 여기고, 숱한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그는 마지막까지 “난 그저 신하의 나라를 꿈꾸었을 뿐이다. 그 꿈은 누구의 허락도 간섭도 필요 없는 오직 나만의 것”이라고 당당히 외쳤다. 그러나 아들 남선호마저 부수려던 그의 신념은 사죄도 속죄도 없는 최후를 맞았다.

1차 왕자의 난으로 힘의 판도가 뒤집혔다. 이방원이 권력을 장악한 가운데 동복형제 이방간(이현균 분)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이방간을 이용해 이방원을 치려는 남선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방원의 칼 서휘와 이방간의 곁에 설 남선호는 다시 한번 대립각을 세울 전망이다. 시대의 격랑에도 자신의 ‘나라’를 찾아 쉼 없이 달리는 이들은 어떤 끝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