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블랙머니’, 금융자본주의의 이면을 들추다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블랙머니’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서울지검 검사 양민혁(조진웅 분)은 사건 앞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빈다. 그래서 별명이 ‘막프로’다. 담을 뛰어넘어 용의자를 잡을 정도로 열정이 충만하고 수사에 거침이 없다.

어느 날 그에게 위기가 닥친다. 자신이 담당했던 피의자가 자살한 것. 피의자는 여동생과의 문자 메시지에 담당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수치심을 느껴 자살했다는 글을 남긴다. 졸지에 성추행 검사로 몰린 양민혁은 누명을 벗기 위해 피의자 자살 사건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대한은행의 회계팀 직원이었고, 금감원 은행검사국 최민규 차장(류승수 분)과 내연 관계였음을 알게 된다. 최 차장은 피의자보다 먼저 교통사고로 사망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연이은 죽음에 의심을 품은 조진웅은 이들이 자산가치 70조원의 은행을 하루 아침에 1조 7천억 원에 넘어가게 한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피의자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님을 직감한다.

양민혁은 대한은행 단순 매각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사 서권영(최덕문 분)을 찾아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자 한다. 그러던 중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김나리(이하늬 분)가 서권영을 찾아와 그 자리에 있던 양민혁을 만나게 된다. 양민혁은 김나리에게 접근해 스타 펀드가 대한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음을 밝히며 도움을 요청한다. 김나리는 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공조를 펼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블랙머니’ 스틸컷.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블랙머니’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실제 가치보다 헐값에 사서 제값 받고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는 ‘론스타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한 금융당국 책임자들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해 헐값 매각에 기여했다는 의혹을 파헤친다. 영화에서 외환은행을 대한은행으로, 론스타를 스타 펀드로 설정한 점이 실화를 금세 떠올리게 한다.

금융문제에서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지리한 법정 다툼까지 겪어온 사건을 다루는 만큼 영화는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대다수 관객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는 사건을 다루다보니 이야기는 설명하듯이 전개된다. 수없이 등장하는 경제 용어와 복잡한 인물 관계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극 중 양민혁을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 검사로 설정해 사건을 쫓아가도록 한 것은 이런 관객들을 배려한 설정이다.

작품에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은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정지영 감독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양민혁스러워서 깜짝 놀랐다”고 한 조진웅은 양민혁 그 자체다. 양민혁을 따라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함께 공감하며 분노지수가 높아진다. 특히 마이크를 잡고 선언문을 낭독하는 장면은 대중의 심경을 대변하며 속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한다.

이하늬가 전작들에서의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이하늬는 사명감과 목표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김나리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풀어냈다. 이경영, 강신일, 최덕문, 김남규, 허성태 등 장면마다 등장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 또한 볼거리 중 하나다.

영화는 ‘론스타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에 “론스타는 2012년 11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외한은행 매각 지연의 책임을 물어 46억 79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투자자와 국가 간 국제소송이 진행 중이며, 만일 정부가 패소할 경우 5조4300억 원의 배상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자막을 남겼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이렇다 할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이야기가 끝나 공허함이 남기는 하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오는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