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배가본드’ 강경헌 “‘불청’ 멤버들, 내가 배우라는 걸 이제 알았나봐요”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악역인 오상미를 맡아 열연 중인 배우 강경헌./ 사진제공=PR이데아

배우 강경헌(44)은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추락한 민항 여객기 B357기 부기장 김우기(장혁진 분)의 아내 오상미로 열연 중이다. 극의 중반부부터 ‘악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상미를 몰입도 높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욕망과 분노로 가득 찬 눈빛 등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이하 ‘불청’)에서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배우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강경헌을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종영을 앞두고 있다. 250억 대작에 출연한 소감은?
강경헌: 유인식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하고 싶었던 팀과 작업해서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연출한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를 보면서 ‘미쳤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감독님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시작부터 설렜다.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좋아서 행복하다. 나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웃음)

10. 시청자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강경헌: ‘불타는 청춘’의 강경헌과 ‘배가본드’의 오상미가 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주변에서도 낯설다고 하더라. ‘그렇게 다른가?’ 싶었다.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나와 캐릭터가 혼동되지 않으면 몰입하기 더 쉬울 테니까.

10. ‘악역’ 이미지가 낯설다는 사람들이 많다.
강경헌: 사실 ‘불청’에 출연하기 전까지 어둡고 야망에 가득 찬 악역이라고 할 만한 인물을 많이 맡았다. 시청자들이 ‘불청’ 때문에 잊은 건 아닐까?(웃음) ‘배가본드’에는 ‘불청’ 출연 전에 캐스팅됐다. 감독님도 전작에서의 모습을 보고 나를 찾았을 것이다.

10. ‘불청’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
강경헌: 내가 배우라는 사실을 이제야 안 듯하다. 하하. 처음부터 배우가 아니라 인간 강경헌으로 생각하고 지냈기 때문에 낯설었나 보다. 처음엔 ‘되게 이상하다’라고 했다. 나중에는 ‘너무 멋있다’며 응원해 줬다.

10. ‘불청’에서 썸타고 있는 구본승의 반응은?
강경헌: 오빠도 배우여서 현장 분위기나 배우들에 대해 궁금해했다. ‘현장은 어떠냐’ ‘배우는 어떠냐’ 그런 걸 물어보더라. ‘우리 팀 너무 좋으니까 나중에 꼭 같이해’라고 해줬다.

10. 진폭이 큰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강경헌: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 반전이 있다. 오상미 또한 마찬가지다. 착한 사람일까 악한 사람일까 헷갈리게 해야 했다. 나 자신도 어디까지 들켜도 되는지 몰라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철저한 계산이 필요해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 정체가 들통난 후에는 마음 편하게 연기했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강경헌: 모로코에서 유가족들과 우는 장면을 찍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배우들이 열심히 하겠다며 촬영하기 세 시간 전부터 울고 있었다. 힘 빠진다고 말린 기억이 있다. 눈물 나니까 서로 쳐다보지 말자고 했다. 그때의 바다, 하늘 등 아름다운 풍경, 그 낯선 곳에서 막 쏟아지던 감정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제시카 리와 싸우는 장면, 남편 김우기와 머리채 잡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모습은 처음 보여드린 거여서 나도 흥미로웠다.

SBS ‘배가본드’에 출연 중인 배우 강경헌. 그는 “‘불타는 청춘’ 멤버들이 드라마를 보고 낯설어 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PR이데아

10. 제시카리와 대립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문정희와의 촬영은 어땠나?
강경헌: 정희와 원래 친하다. 작품을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로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드디어 만나는구나’라며 많이 기대했다. 연기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인데도 오랫동안 맞췄던 것처럼 편했다. 정희가 못된 역할을 워낙 얄밉게 잘 해줘서 저절로 감정이입이 됐다. 싸우는 장면을 위해 연습을 많이 하면서 동작을 맞췄는데 쉽지 않았다. 목 조르고 발로 차면서 수시로 괜찮냐고 물어봤다. 하하. NG 없이 잘 찍었다. 다음날 둘 다 몸살이 나서 서로 위로했다. (웃음)

10. 극 초반에 선보인 스페인어 대사도 화제가 됐다. 원래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았나?
강경헌: 전혀 몰랐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땐 도대체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더라. 아무리 따라 하려고 해도 잘 안 됐다. 인사말부터 시작해서 발음하는 걸 어느 정도 배우고 계속해서 연습했다. 자다가 잠꼬대하듯 말하고 양치질 하면서도 계속 말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볼 텐데 ‘뭐라고?’ 이러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몇 마디 안 되지만 열심히 했는데 잘 한 건지 모르겠다.

10. 예전부터 이승기의 팬이었다던데 함께해보니 어땠나?
강경헌: 팬이었다. 콘서트에 간 적도 있다. (웃음) 워낙 열심히 한다. 선후배도 잘 챙기고 성실한 친구다. 에너지가 좋은 배우다. 함께해서 즐거웠다.

10. ‘배가본드’는 화려한 캐스팅부터 화제였다. 23년 차 배우지만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강경헌: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다니’라고 생각했다. 벅찼다. 대본 리딩때부터 현장이 반짝반짝 빛났다. 다들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싶었다. 백윤식 선생님은 가만히 앉아 계셔도 포스가 남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열심히 지켜봤다. 팬의 마음으로.

10. ‘불청’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처음에 등장했을 때 반응이 엄청났다. 예상했나?
강경헌: 상상도 못 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처음엔 ‘톱스타였던 분들이 출연하는 건데, 난 톱스타가 아닌데’라고 생각해서 나가도 될까 싶었다. 촬영할 때도 조심스러웠고 방송을 볼 때도 실수한 건 없었나 마음 졸이며 시청했다. 첫 출연 이후에 다음날 밤까지 실검 1위에 올라있더라. 실검 1위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도 처음 알았다.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밖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라며 격하게 표현해주셔서 또 놀랐다. 흔치 않았던 경험이어서 두렵기도 했다. ‘밖에 나가도 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웃음)

10. ‘진작에 예능에 출연할 걸’이라는 생각은 안 했나?
강경헌: 안 했다. ‘불청’이라 가능했다. 모두가 너무 편하게 대해줬고 콘셉트도 없어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 ‘되게 착한 프로그램이네’라고 생각했다. 하하. 당시엔 내가 막내였고 언니 오빠들이 워낙 사랑해주고 예뻐해 주니 더 예쁘게 나왔다.

10. ‘불청’엔 언제까지 출연할 생각인가?
강경헌: 계속하고 싶다. 하지만 계속하려면 솔로여야 되지 않나. 어떤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웃음) 훗날 내가 큰 언니가 돼서 10살 어린 동생들 챙겨주면 마음이 좀 그럴 것 같다. 멤버들끼리 모이면 ‘결혼’에 대한 답이 없다. 못해본 사람들끼리 모여있다 보니. 하하.

10. ‘불청’ 멤버들과 연기로 호흡한다면 어떨까?
강경헌: 절친인 문정희와도 작품에선 처음 만났다. 처음엔 낯설줄 알았는데 굉장히 편하고 좋았다. 친한 사람들이랑 연기하면 더 잘 맞지 않을까 싶다. 최성국 오빠와는 남매로 호흡하면 진짜 ‘현실 남매’로 보일 것 같고, 김광규 오빠랑은 부부로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웃음)

배우 강경헌이 “SBS ‘불타는 청춘’ 첫 출연 당시 뜨거운 반응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PR이데아

10. 결혼 생각은?
강경헌: 오픈 마인드다. 안 하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런데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멀리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생각하고 때를 기다리려고 한다.

10. 어떤 배우자를 원하나?
강경헌: 함께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이 좋다. 미래의 남편이 취미 생활을 해도 나랑 할 때 제일 즐거워 하면 좋겠다. 단짝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10. 자신은 뭘 좋아하나? 취미가 있나?
강경헌: 운동을 좋아해서 자주 한강에 간다. 세 시간씩 걷는다. 요리도 좋아한다. 방송을 보다 맛있는 걸 보면 똑같이 만들어서 먹는다.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도전하는 편이다. 초콜릿도 만들어 보고 비누도 만들었다. 수화, 승마도 배워봤다.

10. 정작 연애할 시간이 없겠다.
강경헌: 연애는 아무리 바빠도 할 수 있다. 사랑의 힘은 특별하지 않나. 하하.

10. 데뷔한 지 23년이 됐다. 나름대로 슬럼프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떤가?
강경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어렸을 때 우연히 본 연극 이후 연기에 빠졌고, 나도 극단에서 한길만 바라보고 걸었다. 1996년에 탤런트로 데뷔해서 자신만만하게 출발했는데 자만했던 것 같다. 현실에 부딪히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인가?’ ‘과연 재능이 있나’라며 많이 고민했다.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레 힘을 얻었다. 잘 되고 안 되고,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연기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됐다. 내 욕심에 안 찰 때도 있었지만 내려놨다. 그랬더니 한결 편하더라. 오히려 힘이 빠지면서 연기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됐다.

10.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
강경헌: 철이 안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화내면 못생겨지고 주름이 생긴다. 나도 무표정하면 나이 들어 보인다. 밝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어리게 보시나 보다. (웃음)

10. 화를 안 내는 편인가?
강경헌: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분노를 폭발시킨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받은 만큼 돌려줘도 시원하지 않다. 어떨 땐 더 크게 돌아온다.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다 괜찮다고 할 순 없지만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얘기하지’라며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다. 내가 맡은 배역을 분석하듯 사람을 분석한다. 이해하고 나면 마음이 풀린다. 신기하다.

10.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강경헌: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다 바치는 그런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인간의 감정 중 가장 깊고 큰 것이 사랑이지 않나. 강하고 정의롭고 사랑에 뜨거운 사람을 맡아 보고 싶다.

10. 배우로서 목표는?
강경헌: 체력이 닿는 한 끝까지 연기하고 싶다. 사람들이 ‘그때 그런 배우가 있었지. 참 좋은 배우였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