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혁 군, 피자든 고기든 말만 해요

얼마 전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의 ‘사위, 며느리로 삼고 싶은 어린이‘ 이미지 투표에서 종혁이가 몰표를 받았잖아요? 그날 입이 귀에 걸린 종혁이를 지켜보는 이 아줌마도 어찌나 흐뭇한지 절로 웃음이 나오던 걸요. 사실 나더러 고르라 했어도 나 역시 종혁이를 뽑았지 싶답니다. 그런 걸 보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눈이라는 게 다 엇비슷한 모양이에요. 하기는 밝고 순수하지, 욕심 없지, 예의 바르지, 씩씩하지. 어느 누군들 종혁이를 마다하겠어요. 게다가 빨간 화살표들이 ‘박종혁’이라는 글씨를 향하자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어보는 모습이 어쩜 그리 귀엽던 지요. 사나이 대장부가 그렇게 귀여워도 되는 겁니까?

아줌마가 지켜줄 테니 아닌 건 아니 거라고 말해주세요

그런데 말이죠, 한 표도 받지 못한 친구가 있다 보니 종혁이의 1위 등극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더라고요. 그 친구 심정이 어떨지, 자꾸 걱정이 되지 뭐에요. 무심히 앉았다가 0이라는 숫자를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워낙 명랑한 친구인지라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긴 하드만, 그래도 나름 상처가 되지 않았겠어요? 아무리 오락프로그램이라지만 그 많은 어른들 중 단 한명도 나를 원치 않는다니, 한 소심했던 어린 시절의 아줌마였으면 눈물까지 뚝뚝 흘렸을지 모른다고요. 종혁이도 집에서 형이랑 자꾸 비교당할 적엔 많이 서운했다면서요. 그러니 그 친구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아마 짐작이 가고 남을 거예요. 어른들은 참 이상하죠? 평소엔 늘 친구 마음 상하지 않게 잘 놀라고 귀에 딱지가 않도록 잔소리를 해대면서 정작 어른들은 아이들의 기분이 어떨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으니 말이에요.

그러게요, 살다보면 어른들이 애만도 못한 일을 벌여 놓을 때가 종종 있답니다. 종혁이라면 이처럼 누군가가 상처 받을 질문 같은 건 아예 만들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때요?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식의 질문이 나오면 손 번쩍 들고 항의해줄 수 있나요? “이경규 아저씨, 역지사지로 생각 좀 한번 해보세요!”라고 말이죠. 그렇게 강력하게 말씀드리면 어른들이 잘못을 깨달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경규 아저씨가 풀썩 주저앉으며 항복할 수도 있잖아요. 만에 하나 혹시 버릇없다고 나무라는 어른이 있다면 아줌마가 피켓 들고 방송국 앞에 나가 일인시위라도 해줄 테니 걱정 붙들어 매고요!

그래도 종혁 군 50점은 너무 했어요

예전에 ’개구쟁이여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종혁이 할아버지님 박노식 씨와 아버지 박준규 씨가 함께 찍은 광고 카피가 장안의 화제였던 적이 있는데, 종혁이도 그 광고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할아버님 말씀처럼 그저 탈 없이 튼튼하게 자라 주었으면 하는 게 모든 부모님들의 소망이긴 해요. 더구나 종혁이처럼 튼튼한데다가 착하고 듬직하기까지 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죠. 그런데 말이에요, 종혁 군. 아줌마는 지난번에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5…5…. 50점이라니요!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초등학생이 50점이라는 건 좀 심하잖아요. 그건 종혁 군도 인정하죠? 머리도 좋고 순발력도 있는 종혁이가 그런 점수를 받았다는 건 노력을 아예 안했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봐요. 설마 방송 출연한다고, 인기 많아졌다고 공부 소홀히 하고 그러는 건 아닐 테고, 아마 집에 자주 온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잠시잠깐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지 싶네요. 하기야 그처럼 성격이 좋으니 얼마나 따르는 친구도 많겠어요. 그러나 초등학교 공부라는 건 말이죠, 그 나이의 어린이라면 그 정도는 마땅히 알아야 된다 싶은 걸 모아 놓은 것이랍니다. 이를테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상식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똑똑한 우리 종혁이라면 평균 점수는 받아줘야 옳은 거거든요. 예습 복습만 꼬박꼬박 했어도 평균은 너끈히 넘길 수 있었을 걸요.

게다가 공부라는 건 때를 놓치면 따라잡기가 어려워진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답니다. 왜 방학 때 일기 밀리면 개학을 앞두고 고달퍼지잖아요. 달리기 할 때도 잠깐 운동화 끈이라도 고쳐 매고 나면 앞선 친구를 따라잡기 영 어려워지고요. 친구들은 기다려주지 않고 자꾸 앞으로 치고 나갈 테고, 그렇게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나면 나중엔 따라 잡기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답니다. 아줌마가 너무 겁을 줬나요? 원래 나이가 많아지면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지는 법이니 마음 넓은 종혁이가 이해해주길 바래요. 이젠 하다하다 못해 왜 귀여운 종혁이를 붙들고 잔소리를 늘어놓느냐고 이번엔 아줌마네 아이들이 강력하게 항의 할 것 같네요. 아줌마 딸도 종혁이를 엄청 예뻐하거든요. 어쨌거나 아줌마의 한 주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종혁이에게 피자든 고기든 사주고 싶은데, 이 아줌마의 데이트 신청 받아줄 수 있나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