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나우(44)] 서동현, 올라갈 일만 남은 ‘다음 세대 아이’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의 막내로 입단한 래퍼 서동현(빅나티)./ 사진제공=하이어뮤직

싱잉이든 트랩이든 붐뱁이든, 힙합 장르마다 랩 스킬이 좋은 래퍼들은 많다. ‘랩을 잘하는’ 래퍼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얼마나 독창적이면서 매력적인 플로우를 가지고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런 흐름은 Mnet ‘쇼미더머니8’(이하 ‘쇼미8’)에 출연한 서동현(빅나티)을 주목하게 했다. 서동현은 ‘쇼미8’에서 가장 놀라움을 안긴 출연자였다. 신선함으로 중무장한 싱잉 랩으로 버벌진트에게 합격 목걸이를 받은 후 세미파이널까지 직진했다. 2003년생, 고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됐지만 허를 찌르는 재치가 담긴 랩으로 기성 래퍼들의 연륜을 넘어섰다. 특히 미누, 래원, 베이니플과 함께 한 10대 싸이퍼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서동현은 ‘쇼미8’ 종영 이후 하이어뮤직에 바로 발탁됐다. 그가 10대 싸이퍼에서 뱉은 랩처럼 이제 서동현은 올라갈 일만 남은 ‘다음 세대 아이’다.

10. ‘쇼미8’ 종영 이후 어떻게 지냈나? ‘쇼미8’ 촬영과 중간고사 기간이 겹쳤겠다.
서동현: 종영 이후 바로 좋은 회사(하이어뮤직)와 계약해서 회사에 있는 형들과 친해지고 ‘쇼미8’ 전국 투어 콘서트도 돌고 있다. 화보도 찍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의 삶을 꿈꾼 건 아니지만 막상 해보니까 재밌다. ‘쇼미8’ 파이널 이틀 후에 중간고사가 시작돼 공부는 많이 못했다.

10. 하이어뮤직과의 전속계약은 어떻게 이뤄졌나? 다른 힙합 레이블들에서도 제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서동현: 존경하는 분들한테 가볍게 연락은 받았다. 하이어뮤직이 가장 먼저 영입 제안을 했다.

10. 왜 기리보이가 있는 저스트뮤직이 아니라 하이어뮤직에 들어갔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직접 밝혀준다면?
서동현: 제일 먼저 연락을 해준 것도 큰 부분이고, 가고 싶었던 레이블이기도 했다. 기리보이 형을 알기 전인 ‘쇼미8’ 출연 전부터 제일 많이 샷아웃(Shout out, 래퍼들이 가사에서 존경 등의 의미로 다른 대상을 외치는 것)했던 레이블이었다. 부모님이 하이어뮤직 하면 떠오르는 밝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원했던 것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성향도 맞는 것 같고, 회사 사람들도 좋아 보였다.

10. 하이어뮤직의 막내였던 하온 대신 새 막내가 됐다. 소속 아티스트들과는 좀 친해졌는지?
서동현: 우디고차일드 형은 ‘쇼미8’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온 형은 내가 막내라고 운동화도 사주고 잘 챙겨줬다.(웃음) 우기, 식케이 형과도 엄청 빨리 친해진 것 같다.

10. 하이어뮤직에 들어갈 때 박재범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서동현: 하이어뮤직과의 첫 미팅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때 박재범 형이 월드투어 중이었는데 잠깐 귀국했을 때 하이어뮤직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 시간 정도 대화를 하면서 나한테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고 나는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거기서 진정성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하이어뮤직에 들어온 이후에도 나한테 아직 ‘동현 씨’라고 한다.

10. 음악을 위해 자퇴한 고등학생 래퍼들도 많은데 대원외국어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당당히 랩 실력을 보여줘 오히려 반전이었다.
서동현: 한 번도 자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하다. 지금도 딱히 자퇴할 생각은 없다. 또 기리보이 형이 공부도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자주 말해줬다.

10. 기리보이와는 특별한 우정을 쌓은 것 같다.
서동현: 형이 나를 아들처럼 잘 챙겨준다.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도와주고 진심으로 아껴준다. ‘쇼미8’을 하면서도 자주 만났고, ‘쇼미8’이 끝난 이후에는 더 친해졌다. 형이 언젠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동현이) 아빠도 아닌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뭉클했다. 확실한 건 기리보이 형과는 단순한 출연자와 프로듀서 관계 그 이상이라고 느낀다. 나이 차는 나지만 말도 잘 통하고 형과 있으면 재밌다. 그렇게 착한 사람은 몇 명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기리보이 형이 너무 착하기도 하다. 나도, 형도 서로에게 많이 의지한다.

10. ‘쇼미8’에서 기리보이가 있던 BGM-V 크루와 함께했다. 곡을 만들면서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서동현: 당시 기리보이 형이 갖고 있던 비트를 다 보내주고 나한테 고르라고 했다. 그때 정말 나를 아낀다고 생각했다. 녹음도 형 집에서 직접 했다. 형이 갖고 있던 브랜드 옷도 많이 주고…되게 감사했다.

10. ‘쇼미8’ 공동 3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나?
서동현: 파이널 생방송의 3위까지 갈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지원 영상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 내가 잘하는 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지원할 때는 아예 몰랐다. 또 ‘쇼미8’가 합격하기가 되게 어려우니까 기준도 높게 잡았다. 붙은 후에도 라운드마다 이번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10. ‘고등래퍼’나 이전 시즌 ‘쇼미’에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쇼미8’에만 지원한 이유는?
서동현: 예전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취미 생활을 하기가 부담되고, 부모님도 음악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고 공부에 완전히 집중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서 음악을 3년 동안은 머릿속에서 지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전에 ‘쇼미8’에 지원해서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미련이 없겠다고 생각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원한 거다. 참가자 접수가 연장된 마지막 날에 학교 시험이 끝나자마자 영상을 찍어서 보냈다. 원래는 대학교에 들어간 다음 음악은 취미로 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펼칠 음악 세계가 기대되는 서동현(빅나티)./ 사진제공=하이어뮤직

10. 랩 가사를 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
서동현: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즈음에 처음 써 봤다. 그리고나서 3학년 겨울 방학 때 하나 써 본 것이 전부다.

10.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나 보다.
서동현: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클라리넷을 8년 정도 배웠다. 그땐 클래식을 많이 들었다. 어머니가 음악을 좋아해서 차를 타고 다닐 때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많이 틀어줬다. 그때 알게 된 싱어송라이터 짙은도 굉장히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빈지노의 ‘Dali, Van, Picasso(달리, 반, 피카소)’를 듣고선 충격을 받았다. 나도 그런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빈지노에 대해 찾아봤는데 ‘인간 임성빈’이 가진 생각과 행보도 멋있었다.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것이 그의 행보에서 증명됐다. 음악이 일단 너무 좋고 누구에게나 아이콘 같은 뮤지션이 됐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10. 자신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동현: 단점일 수도 있지만 길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엄청 많은 것 같다.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쇼미8’에서 보여준 것은 싱잉 랩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싱잉 랩만 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그 외의 부분들도 빨리 보여주고 싶다.

10.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
서동현: 다음에 뭘 보여줄지 기대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장르가 클래식이든, 발라드나 록이든, 힙합이든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의 기준은 듣기에 좋은 음악, 위로가 되는 음악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 때 프로듀싱도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배우고 싶다.

10. 자신이 위로받았던 음악은 무엇인가?
서동현: 재지팩트 정규 1집 ‘Lifes Like(라이프스 라이크)’ 중 ‘Smoking Dreams(스모킹 드림스)’다. 가사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고 멜로디가 오묘하게 위로가 된다. 올해 초에 고민이 많아졌을 때 이 노래와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자주 들었다.

10. 힙합의 어떤 면을 좋아하나?
서동현: 힙합은 다른 장르와 접목해보고 싶은 장르다. 예를 들어 발라드나 밴드 음악은 전개 형식을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힙합에선 싱잉 랩도 있고 알앤비도 있고, 멜로디 자체가 없는 랩도 있다. 장르적인 다양성이 크다는 점을 제일 좋아한다.

10.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서동현: 재지팩트처럼 재즈와 접목한 힙합을 보여주고 싶다. 빠른 시일 내 이뤄지진 않을 거고 힙합과 거리가 멀 수도 있겠지만 밴드 사운드도 해보고 싶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