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두렵지 않아”…’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자신감 (종합)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 글에는 ‘날씨의 아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어요. 그 동안 친구도 생기고 수많은 추억도 쌓았죠. 다음 작품으로 인사 드릴 때는 한국과 일본 사이가 좋아져있길 바랍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신천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날씨의 아이’는 도시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운명처럼 만나 알게 된 세상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 관객 371만 명을 동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당초 ‘날씨의 아이’는 10월 초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오늘(30일) 개봉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개봉이 연기돼 한국에 가지 못할까 불안했다”며 “‘너의 이름은.’ 개봉 때 관객들에게 다음 작품으로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날씨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일본의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라며 “어떤 의미에서는 세상이 조금씩 미쳐가고 있다. 그러한 세상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날씨의 아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컷./사진제공=미디어 캐슬

‘날씨의 아이’는 2017년 일본의 사회 분위기를 작품 속에 반영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번 영화의 주인공들은 ‘너의 이름은.’ 주인공들에 비해 돈이 없고 빈곤하다. 인터넷 카페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 때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도 저기에 가보고 싶다’ ‘저기에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 어차피 그런 집에 살 일이 없다고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반짝이는 세상보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그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날씨의 아이’ 속 배경은 비가 그치지 않는 도쿄다. 재난을 사랑으로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위안과 치유를 전달하고 싶었느냐고 묻자 그는 “최근 일본은 엄청난 폭우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자연재해가 되어버렸다”며 “비가 그치지 않는 사회를 보며 관객들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신은 없다. 오히려 사회에 반발 같은 마음이 더 컸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호다카는 도쿄가 잠기더라도 히나를 구하려 한다. 사회보다 여자를 선택한 거다. 어떤 사람이 보기엔 잘못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 도쿄가 물에 잠긴 게 호다카 만의 책임일까라고 질문하고 싶다. 호다카가 이기적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논쟁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영화 속에 담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관객들의 의견을 관찰하고, 관찰을 통해 다음 영화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영화를 보고 논쟁을 하는 게 나에게는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날씨의 아이’에서 호다카와 히나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정작 주변 어른들은 무능력하다. 이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나도 어른이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며 “지금의 기후 변화도 어른들이 원인이지 아이들에게는 책임이 없다. 긴 시간동안 생활하면서 쌓아온 것들이 지구의 모습을 바꾼 거다. 어린 아이들은 그 자체에 대해 책임이 없다. 환경 문제든 정치 문제든 어른들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떠미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아름다운 색채와 정교한 배경 묘사가 특징이다. 그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도쿄 전역을 돌아다니며 10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도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달아 찍은 뒤 3D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해서 선을 만든 뒤 색을 입히는 전통적인 방식도 많이 썼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섞어 배경과 미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호다카 역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는 다이고 코타로다. 그는 영화 ‘봉오동 전투’(2019)에서 유키오 역으로 출연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 영화에 출연한 건 전혀 몰랐다”며 “‘날씨의 아이’를 녹음할 때 한국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다이고 코타로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다. 2000명이 넘는 지원자들 중 오로지 목소리와 연기 실력만으로 뽑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의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별로 없다. 내가 하는 일은 영화의 흥행시키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영화의 흥행시키는 건 배급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잘 안되면 그 분들 탓을 하겠다”며 껄껄 웃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