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다른 길 위에 섰어도 결국 다시, 가족…‘니나 내나’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니나 내나’ 포스터. /사진제공=명필름

영화 ‘니나 내나’는 엄마로부터 버려진 3남매, 성소수자를 식구로 둔 가족들의 사랑과 용서, 화해를 다뤘다.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그리고 살갑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보는 이를 살며시 미소 짓게 하고,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영화다.

진주에 사는 3남매의 장녀 미정(장혜진 분)은 오래 전 가족을 떠난 엄마로부터 ‘보고 싶다’는 한 줄이 적힌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미정은 망해가는 웨딩홀에서 일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끔찍해 오히려 가족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사진사인 둘째 경환(태인호 분)은 곧 아빠가 된다. 내색하진 않지만 장인에게 물려받은 사진관을 어쩔 수 없이 닫게 되면서 가장이 된다는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근심이 많다. 진주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부산에서 지내고 있는 막내 재윤(이가섭 분)은 SF소설 작가다.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는데 말을 하지 않은 게 왠지 거짓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3남매의 아버지는 꼬장꼬장 꼰대 기질이 다분하다.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는데 치매 증세를 보이게 된다. 엄마의 편지를 받은 3남매는 당혹스러워 했지만 결국 함께 엄마를 만나기 위해 파주를 향해 나선다. 미정의 딸 규림(김진영 분)도 동행한다. 파주에 도착한 3남매는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하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한 심정으로 장례식장을 지키게 된다.

영화 ‘니나 내나’의 한 장면. /사진제공=명필름

‘니나 내나’라는 제목은 ‘너나 나나’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내 인생이나 네 인생이나 다 비슷비슷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멀리서 보면 다 똑같아 보이는 삶도 각자에겐 너무도 치열하다. 이처럼 영화는 멀리서 보면 아주 잔잔하고 별 것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심하게 요동치는 삶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하지만 영화에는 극적인 반전이나 극심한 갈등이 없다. 그렇게 평범한 인물들의 굴곡진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개해 나간다.

영화는 가깝고도 먼 가족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낼 수 없는 3남매다. 엄마를 찾아 나선 3남매의 여정은 진주에서 시작해 부산을 거쳐 파주에 이르렀다가 충북 금강휴게소를 거쳐 돌아온다.

함께 시작한 여정에서 3남매는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하기도 한다. 경환은 도중에 만삭의 아내로부터 분만 징후가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진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고, 재윤은 헤어졌던 애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일산으로 향하기도 한다. 규림은 캐나다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아빠가 파주의 한 식당에서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아빠를 만나고 싶어 이유도 말하지 않고 엄마에게 내내 “용돈 좀 달라”고 조르던 규림이었다. 엄마의 거짓말과 아빠의 불륜은 규림에게 충격을 안긴다.

영화를 연출하고 각본을 쓴 이동은 감독은 “가족은 출발지가 같지만 목적지가 다른 사람들 같다”며 “완벽히 동그란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울퉁불퉁해도 그대로 아름다운 가족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탈은 있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족들은 모두 함께하게 된다. 용서와 화해의 시간이 된 여정이다. 3남매는 오래 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났던 엄마도 이해하고 다시 받아들이게 된다.

3남매를 연기한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은 모두 부산 출신이라 본토 발음 그대로의 거슬리지 않는 사투리 연기를 보여준다. 엄마에 대한 원망을 안고 있는 딸로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려는 장녀이자 엄마로서 장혜진의 깊이 있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태인호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은 예비 아빠 경환의 근심 어린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가섭 역시 비밀을 안고 있는 재윤의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