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나우(43)] 안병웅, “붐뱁 대중화를 이끄는 랩스타가 되고 싶다”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8’의 시작과 끝에서 모두 깊은 인상을 남긴 안병웅./ 사진제공=Mnet

안병웅은 Mnet ‘쇼미더머니8’(이하 ’쇼미8‘) 첫 회에서부터 눈에 띄었다. 긴장을 압도한 듯한 실력과 1990년대 붐뱁을 충실하게 구현한 랩 덕분이다. 본격적인 크루 대항전을 앞두고 떨어졌으나 파이널 생방송엔 더콰이엇, 칠린호미와 함께 스페셜 무대에 올랐다. ‘쇼미8’ 탈락자 중 가장 아쉽다는 평을 듣는 래퍼인 만큼 많은 힙합 레이블과 음반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안병웅은 ‘쇼미8’에 출연하기 전부터 떠오르는 루키였다. 2017년 청소년 힙합경연대회인 ‘ROOKIES OF KAC’(이하 ‘KAC’)에서 대상을 탔고, 2018년엔 프리스타일 콘텐츠 ‘오픈 마이크 스웨거’에서 준우승했다. 1등을 한 포이 뮤지엄의 앨범 ‘Boom Bap King(붐 뱁 킹)’엔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믹스테이프 ‘Bartoon:36(바툰:36)’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재즈 힙합 비트와 붐뱁, 안병웅 특유의 톤이 맞물려 미완성된 원석처럼 빛을 냈다. ‘쇼미8’이 긁지 않은 복권, 안병웅이 앞으로 터뜨릴 잭팟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10. ‘쇼미8’ 파이널 때는 프로듀서로 참여하지 않은 더콰이엇과 무대에 올랐다. 어떻게 성사된 무대였나?
안병웅: ‘쇼미8’에서 탈락한 직후 제작진에게 무대 제안을 받았다. 칠린호미랑 비트 메이커를 누구로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더콰이엇 형 얘기가 나왔다. 바로 형네 집으로 가서 비트를 받아 랩을 녹음했다. 형이 무대는 안 서셔도 됐는데 우리가 살짝 설득했다. 형이 못 이기는 척 들어줬다.(웃음)

10. 크루 MSF 멤버들과 서울 망원동 작업실에서 같이 지내는 모습을 종종 공개해왔다. 요즘도 멤버들과 음악 작업 중인가?
안병웅: 태빈 형은 MSF에서 빠지는 걸로 최근 합의를 봤다. 이젠 캔디드 크리에이션(이하 캔디드) 형과 크루가 아닌 팀으로 함께 갈 것 같다. 재지팩트처럼 말이다. 캔디드 형이 믹스테이프 ‘바툰:36’에 붙은 ‘36’도 행운의 숫자처럼 붙여줬다. 지금 캔디드 형과 작업 중인 앨범은‘바툰:36’의 후속작이 될 예정이다.

10. ‘바툰:36’에 대해 소개를 해준다면?
안병웅: 전반적인 믹싱은 아쉽지만 랩 메이킹은 굉장히 좋다. 또 트랙 하나하나를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루니툰이나 심슨 같은 고전 만화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서 만화에 나오는 사운드도 넣었다. ‘바툰:36’엔 인천에 살 때의 일상을 담았고, 지금 작업 중인 후속 앨범엔 ‘쇼미8’ 출연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한 심경을 담았다.

10. 앨범 뿐만 아니라 자신의 타투에도 심슨을 새겨넣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일 것 같은데.
안병웅: 유치원 때 톰과 제리를 보면서 놀이공원에 갔던 것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의 동심에서 영감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내 음악에 재즈 성향이 많이 묻어있는 것도 어렸을 때 본 만화들 속 BGM에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의 소리들을 찾다 보니까 랩도 붐뱁으로 하게 됐고, 나스나 비기(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앨범을 많이 들었다.

10. 특유의 톤 덕에 ‘리틀 릴보이’와 같은 말도 많이 들었다.
안병웅: 나는 변성기도 없었고 어렸을 때부터 목소리가 얇았다. 랩을 일부러 얇게 한다거나 누군가를 따라 해서 낸 소리는 아니었다. 다만 성대도 근육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원하는 톤이 나올 때까지 성대를 근육처럼 다듬었다. 그래서 지금 이 스타일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한테는 새로운 톤이다.

10. 랩이 비슷하게 들린다란 비판도 받았었는데.
안병웅: 나중에 깜짝 놀랄 준비나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 라임 배치는 다른 국내 래퍼들과 수준이 다르다. 이번에 준비 중인 EP에서도 느낄 수 있을 거다.

반전의 ‘순정 래퍼’ 안병웅./ 사진제공=마이크 스웨거

10. 새 EP에선 어떤 점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안병웅: 피처링 진부터 앨범의 스토리까지 완벽하다. ‘쇼미8’에 출연한 래퍼들이 낸 앨범 중 최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10. 앨범 작업은 꽤 마무리가 됐나 보다.
안병웅: 80% 정도 됐다. 얼마 전엔 캔디드 형이랑 영상 작업이 가능한 지인과 송캠프도 다녀왔다. 믹스테이프에 수록된 트랙 ‘메리제인’의 주인공인 예전 여자친구이자 첫사랑이 송캠프에 가서도 떠올라서 가사를 썼다. 앨범 작업기를 포함해서 일상을 촬영한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들도 유튜브에 올라갈 예정이다.

10. 순정 래퍼같은 면모가 느껴진다. 지금 21살이니 KAC에서 1등을 했을 땐 19살이었다. 같은 해 방영했던 ‘고등래퍼1’에 지원을 해봤을 법도 한데.
안병웅: ‘고등래퍼1’이랑 시즌2에도 지원했다.(웃음) 내 랩을 광고에도 쓴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쓰이진 않았다. 그렇게 제작진과 자꾸 연락이 두절됐던 것이 실력을 더 갈고닦도록 만든 기름 역할을 했다. ‘쇼미더머니7’엔 지원해놓고 안 나갔다. ‘쇼미8’에 지원하기 전까지 1년 동안 붐뱁을 깊게 팠고 나만의 것을 찾아 나갈 수 있었다.

10. ‘오픈 마이크 스웨거’에서 최종 5인에 들고 2위까지 한 것이 당시 힙합계에선 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안병웅: 내가 ‘오픈 마이크 스웨거’에 출연한 것을 보고 기리보이 형이 먼저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을 줬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에 임상 실험, 상하차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음악을 계속 하고 있을 때라 DM을 받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기리보이 형이 자신이 만든 비트에 랩을 해볼 기회도 주곤 했다.

‘뉴스쿨’로 떠오른 붐뱁 키드 안병웅./ 사진제공=마이크 스웨거

10. 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안병웅: 조금 어두운 이야기다. 중학교 1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갔는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겪지 말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할 정도다. 나도 맞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라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싸웠지만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빈지노, 도끼 형의 노래를 듣게 됐다. 멋있었고, 내가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가사를 적기 시작한 건 고1 때부터다. 그땐 도끼 형처럼 가사를 쓰고 싶었다.

10. 랩 네임은 계속 안병웅으로 갈 계획인가?
안병웅: 새로운 랩 네임을 아직 못 정한 상태다. 원래는 ‘영비’나 ‘비영’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양홍원이 ‘고등래퍼1’에서 영비로 나왔다.(웃음) 해외 진출도 하고 싶어서 영어로 들었을 때도 꽂힐 수 있는 랩 네임을 만들고 싶다.

10. 여러 회사들로부터 영입 제안을 많이 받았다. 전속계약 체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안병웅: ‘쇼미8’ 마지막 무대 이후 겪은 일이 가장 큰 계기였다. 래원이도 카니발을 타고 가는데 나 혼자만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때 회사로부터 관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힙합 레이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10. 앞으로는 어떻게 음악 활동을 하고 싶은가?
안병웅: 랩 스타가 되고 싶다. 대중적인 음악을 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하는 음악을 대중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다. 붐뱁의 대중화를 위해 내 역량도 더 넓힐 계획이다. 내 것만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트렌디한 요소도 섞고, 비주얼을 통해서도 대중을 유입시키고 싶다. 지금도 이를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박재범 형처럼 해외에서도 성공하고 싶다. 미국 재즈 음악가 쳇 베이커가 백인이었음에도 흑인 음악계에서 인정받은 것처럼, 한국 래퍼들도 미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래퍼들보다 잘하는 국내 래퍼들도 많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