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도 맘껏 기뻐하지 못한 박재정,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 (인터뷰)

박재정

19세 플로리다에서 온 박재정은 ‘슈퍼스타K5’의 우승자가 됐다

Mnet ‘슈퍼스타K5’의 우승자, 박재정의 표정은 어두웠다. 스스로 자신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떳떳하지 못하다고도 했다.

박재정은 15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을 마치고 프레스룸에 들어와 기자들과 마주했다. 들어서는 표정에 그늘이 짙었다.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꽃다발을 들고 나가는 그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앞으로 열심히 해 더 좋은 모습 보여달라. 응원하겠다”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반드시 열심히 해낼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올해 ‘슈퍼스타K’는 위기에 봉착했다. 실제로 결승 무대는 지난 네 번의 시즌을 지켜봐온 시청자들의 성에 차지 못했을 것이다. 심사위원의 평가도 혹독했다. 그러나 그것이 ‘박재정의 자격미달’이라던가, ‘박재정의 위기’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열아홉 플로리다 청년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그는 긴 여정의 끝에 선 우승자가 됐다. 100% 실력만으로 빚어낸 결과라고 말할 수 없다해서 그것을 모두 그의 지독히 좋은 운 탓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도리어 담백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인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엿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짧은 문답 속에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은 박재정에게 여느 우승자들보다 더 강하게 와닿는 표현이 됐다.

Q. 일단, 지금 기분은 어떤가.
박재정 :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실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 가사 실수를 했다. 좀 더 배워서 돌아오겠다. 좀 더 배우고 성장해서 여러분들 앞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내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

Q.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은.
박재정 : 오랜만에 아버지와 동생을 봤다. 같이 식사 하고 싶다.

Q. 지난 밤 잠은 제대로 잤나.
박재정 : 어제 너무 떨려서 잠을 못잤다. 계속 노래를 듣고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각만 했다.

Q. 무대에서 실수가 있었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박재정 : 너무 떨렸다. 솔직히. 결승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에 많이 떨렸다. 과연 내가 잘해서 올라간 걸까라는 생각도 했다. 또 결승 때 제가 어휴 큰 실수를 했다. 역대 ‘슈퍼스타K’ 생방송 중에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지 않나? 많이 속상하다.

Q. 본인의 문제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재정 : 곡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했다. 또 꿈꿔왔던 결승전에 서보니까 너무 떨렸다.

Q. 앞으로 MAMA 무대에 서야할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 각오는.
박재정 :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늘 같은 실수가 없도록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무대 보여드리고 싶다.

Q. 우승을 예감했나.
박재정 :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사실 한 단계씩 올라오면서 내가 상상한 것 이상, 더 높이 올라오게 돼 많이 놀랐다. 생방 무대가 일주일에 한 번이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었지만,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리이고, 절박한 자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을 생각하며 올라왔다. 우승보다는 ‘나를 보여주자.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다. 우승은 전부터 신경 안 썼다. TOP10은 신경 썼지만, 점점 올라올 때마다 (결과에는) 신경을 안 썼다.

Q. 우승하는 순간, TOP10 임순영이 많이 울었다.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재정 : ‘슈퍼스타K’가 (우리에게는) 방송으로 보여준 면 이상의 경험하며 느낀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추억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 탓에 순영 형이 울었던 것 같다.

Q. 시리즈의 우승자로서 포부나 각오를 말한다면.
박재정 :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생각한 것이 아쉬워도 일단 실수를 한 것은 과거의 일이라는 것.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한 분이라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재정

박재정이 ‘슈퍼스타K5’ 결승 무대에서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Q. 우승에 이렇게 기뻐하지 못하는 우승자는 처음이다. 지금은 그래도 기쁨을 누려야할 것 같은데.
박재정 : 우승해서 좋다. 정말 좋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것 같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것인가.
박재정 : 개별미션 때 기타를 쳤는데 많은 사람들을 보고 느꼈던 것이 내가 치는 주법의 기타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기타 연주를 놓았다. 나름 내게는 큰 다짐이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 이야기하면 앞으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싶다. 재즈 발라드도 하고 싶다. 또 큰 오디션에서 우승했지만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음악을 할 때 다양하면서도 내 색깔과 맞는 노래를 하고 싶다.

Q. 미국 플로리다에서 왔다. 우승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가. 학업문제도 있고.
박재정 : 우승 여부와는 별개로 나는 미국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고등학교 1년 과정을 남기고 왔다. 나는 한국에 남고 싶지만 부모님과 진지하게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

Q. 소속사 전속계약 등의 계획은.
박재정 : 실수를 하지 않는 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정했으니, 실수없이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을 만나고 싶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