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예상 나침반, “1994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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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 편이 불러온 ‘추억’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7’의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는 완성도 있는 이야기에 1994년의 문화 코드를 더해 전작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응답하라 1994’ 8회는 평균시청률 7.1%(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구 기준), 8.6%를 기록했고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인기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독 사건·사고가 잦았던 1994년, 그 시간을 살아가는 팔도 청춘이 모인 신촌 하숙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응답하라 1994’는 문화에 대한 충실한 재현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듯 당대 사건·사고까지 이야기에 적절히 녹여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텐아시아에서는 ‘응답하라 1994’와의 좀 더 밀도 높은 교감을 이어가고자 그 시절의 주요 이슈들을 꼽아봤다. 과연 1994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LG트윈스의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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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10일 LG트윈스가 94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 지었다. LG는 9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태평양 돌핀스와의 경기에서 정상흠이 완투하며 5대0으로 승리, 77승 43패를 기록하며 남은 6경기의 결과와 관계없이 페넌트레이스의 왕좌에 오르게 됐다.

농구와 함께 90년대를 휩쓸었던 야구. ‘응답하라 1994’에서는 야구를 단순히 당대 문화를 대표하는 소재로 그치지 않는다. 신촌 하숙집의 주인인 성동일이 극 중 쌍방울 야구단의 코치로 재직 중이라는 점, 성나정(고아라)의 남편 후보 1, 2위를 다투는 칠봉이(유연석) 또한 전도유망한 야구 선수라는 점에서는 문화와 드라마의 결합 밀도를 높이려는 ‘응답하라 1994’의 영리함이 읽힌다. 그런데  LG트윈스가 1990년 첫 우승을 차지한 이래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쥔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건 왜일까.

# 성수대교 붕괴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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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오전 7시 48분경.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중간 5번, 6번 교각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상판 50m가량이 떨어져 다리를 지나던 시내버스, 봉고, 승용차 등 차량 10대 이상이 다리 밑으로 추락했다. 다리의 붕괴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이원종, 우명규 서울시장이 잇따라 사임했고 전국 교량과 고가도로 등에 대한 긴급점검이 시행됐다. 압축 성장으로 인해 외형에만 치우친 사회발전이 낳은 각종 폐해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응답하라 1994’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앞서 ‘순천 가스 폭발 사고’로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에 마음을 졸였던 해태(손호준)의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응답하라 1994’는 1994년에 벌어진 사건들을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 소재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 국민을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사건이라면?  그 사건은 드라마에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소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 지존파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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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재산을 노려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5월 19일), 사회에 대한 증오심으로 무고한 시민을 납치 살해한 지존파(9월 21일) 및 훔친 택시로 여성들을 납치, 성폭행한 뒤 살해한 온보현(9월 27일) 사건 등이 잇따라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서울 형사지법 합의22부는 1994년 10월 31일 지존파 두목 김기환 외 5명에 살인, 시체유기, 사체손괴, 범죄단체조직 및 가입, 특수강간죄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지존파 살인 사건으로 파문이 일고 난 뒤 대한민국 밤거리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인면수심의 범죄는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 사회의 기형적인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한국 사회에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경제 성장의 음울한 그림자가 남긴 각종 사회 문제에 허무주의마저 횡횡했던 그 시절. 청운의 꿈을 품고 신촌 하숙집으로 한데 모인 팔도 청춘들이 그 시절을 겪어낼 모습도 ‘응답하라 1994’만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 서울 정도 6백 년 기념 타임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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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도 6백 년을 기념해 현대정공이 제작한 타임캡슐이 1994년 10월 29일 서울 중구 필동 타임캡슐광장에 묻혔다. 멸균 처리된 현물 및 영상자료 6백여 점의 수장품은 4백 년 뒤인 2393년 11월 29일 서울 정도 1,000년이 되는 날의 개봉을 기약하며 역사 속 한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타임캡슐은 시대의 일면을 보여주기 위한 초,중고 시험지, 화투, 삐삐, 워드프로세서와 같은 물건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1994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그때, ‘응답하라 1994’ 속 팔도 청춘들이 평생을 고이 간직하고자  타임캡슐 안에 넣을 물건은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추억일까, 아니면 열병과도 같은 젊은 날의 사랑이 남긴 아픈 기억일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