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더 킹: 헨리 5세’, 혼돈에 찬 왕의 눈빛을 아로새긴 티모시 샬라메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더 킹: 헨리 5세’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15세기 초, 할(티모시 샬라메 분)은 아버지 헨리 4세(벤 멘델슨 분)와 반목을 일삼는다. 할은 독재자인 아버지도, 아버지의 부질없는 야욕으로 이어지는 전쟁도 넌더리가 난다. 왕좌에는 뜻이 없는 할은 가난에 찌든 동네 이스트칩에서 주정뱅이 기사 존 폴스타프(조엘 에저턴 분)와 어울리며 술과 여자에 취해 있다.

할은 헨리 4세의 폭압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킨 기사 헨리 퍼시(톰 글린카니 분)와 맞대결한다. 할은 대결에서는 승리하지만, 살인이 영혼을 더럽히는 짓임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왕실 고문 윌리엄 개스코인(숀 해리스 분)이 할을 찾아온다. 아버지가 후계자로 지목한 할의 동생이 죽었노라며 임종이 다가온 아버지의 왕위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스물여섯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할, 즉 헨리 5세에게 이웃 나라들로부터 즉위 선물이 쏟아진다. 프랑스의 왕세자(로버트 패틴슨 분)는 고작 테니스공이 전부인 무례한 선물을 보내오지만, 할은 평화를 원하기에 짐짓 모른 척한다. 그런데 프랑스의 왕명으로 할을 죽이려는 목적의 암살자가 자백을 하며 정체를 드러낸다. 할은 프랑스를 침공할 결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영화 ‘더 킹: 헨리 5세’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The King)’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미쇼와 배우 조엘 에저턴이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데이비드 미쇼는 “날것의 더럽고, 그러면서도 역사적으로 진정성 있지만 또 동시에 약간은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을 주는 세계를 구축하고 싶었다. 에저턴과 나는 초기부터 이 영화가 권력에 관한 것이고, 위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대단히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받다가 광기 어린 모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시대극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아리 알렉사 65(Arri Alexa 65) 카메라로 진행된 디지털 촬영은 생지옥과도 같은 전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병사들의 몸 위로 묵직하게 드리워지는 갑옷, 두텁고 질척거리는 진흙에서 미끄러지는 말, 영국 장궁병들의 강고한 화살비, 병사들을 짓누르는 고통이 스크린을 파고든다. 또한 음악을 맡은 니콜라스 브리텔은 저음이 주를 이루는 현악 오케스트라와 소년 합창단의 소리로 청년 할에서 군주 헨리 5세로의 노정을 품는다.

헨리 5세의 끈끈한 절친과 팽팽한 맞수 역으로 등장한 조엘 에저턴과 로버트 패틴슨은 견고한 연기로 극에 긴장을 더한다. 프랑스 왕세자의 누이인 캐서린(릴리 로즈 뎁 분)은 미숙하고 쉬이 기만되는 헨리 5세의 본질을 꿰뚫고, 헨리 5세의 여동생이자 덴마크 왕비인 필리파(토마신 맥켄지 분)는 오라버니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헨리 5세에게 진실을 들려주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꽤 흥미롭다.

티모시 샬라메는 그의 감정을, 감각을, 경험을 관객인 우리의 것으로 치환하는 순간을 맛보게 하는 놀라운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도 청년의 순수함과 이성을 잃고 권력자의 쓰디쓴 외로움을 맛보면서 서늘한 광기에 젖어드는 인물화를 거침없이 그려냈다. 혼돈에 찬 왕의 눈빛을 아로새긴 티모시 샬라메를 마주할 수 있다.

10월 23일 개봉. 넷플릭스 11월 1일 공개. 청소년 관람불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