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82년생 김지영’, 따스한 온기로 깊은 여운을 전하다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30대 전업주부 지영(정유미 분)은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온종일 딸 아영을 돌보고, 남편 대현(공유 분)의 저녁밥을 차리고 나면 크나큰 공허함이 찾아온다. 결혼 전과 달라진 일상에 점점 지쳐가던 지영은 해가 지면 심장이 쿵 내려앉을 정도로 갇힌 기분을 느낀다.

대현은 딸 아영과 아내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퇴근하면 옷도 갈아입지 않고 딸부터 씻길 정도로 꽤 가정적이다. 하지만 그에겐 남모를 고민이 있다. 아내가 다른 사람이 된 듯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 갈수록 낯빛이 어두워지는 지영을 보며 마냥 걱정이 앞서지만 지영은 씩씩한 척하며 괜찮다고만 한다.

명절을 맞아 찾아간 시댁. 지영은 시어머니와 함께 제사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아픈 아내가 눈에 밟힌 대현은 설거지라도 하려 하지만, 시어머니가 지영에게 핀잔을 준다. 명절 내내 스트레스가 쌓인 지영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친정에 가려고 하지만 난데없이 들이닥친 시누이 때문에 불만이 폭발한다. 결국 다른 사람처럼 빙의가 된 채 시어머니에게 한마디 하고야 만다. 이후 집 안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자 대현은 황급히 지영을 이끌고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대현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지영의 증세에 불안함을 느낀다. 지영이 상처받을까 봐 사실대로 말도 못 한 채 전전긍긍한다. 대현은 산후우울증을 겪는 지인들을 언급하며 지영에게 정신건강 클리닉에 가볼 것을 제안한다. 한편 지영은 전 회사의 절친한 동료였던 혜수(이봉련 분)에게서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김 팀장(박성연 분)이 새 회사를 차린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에 지영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재취업의 희망을 꿈꾸기 시작한다.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은 김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동명 밀리언셀러 소설을 각색했다. 원작은 가부장적 사회와 마주한 30대 여성이 겪는 차별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당대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도 얻었지만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 때문에 영화는 제작 과정부터 논란을 겪기도 했다.

영화는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30대 여성의 삶을 담고 있지만, 가족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공감을 건넨다. 한 여성이 겪는 차별을 직설적으로 다룬 원작과 달리 아내를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남편, 딸을 향한 엄마의 뜨거운 애정을 통해 원작의 까칠한 색깔을 완화했다. 그럼으로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공감대를 넓힌다.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김도영 감독은 “남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가 용기를 내서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오로지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서만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영화에서는 나중에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말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이야기로 전하기 위해 내용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정유미는 지영 그 자체가 돼 담담하면서도 따스한 위로를 건넸다. 공유는 원작의 무능력한 남편 대신 함께 고민하고 위로해주는 남편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지영의 엄마 미숙을 연기한 김미경의 모성애 연기가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딸의 아픔을 알고 오열하는 모습은 엄마라는 이름에 담긴 무한대의 공감과 애정을 담아냈다. 이얼(지영의 아빠 영수 역), 공민정(지영의 언니 은영 역), 김성철(지영의 동생 지석 역)도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구현하는 데 제 역할을 다했다.

젠더 이슈로 치열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 영화를 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다. 공감의 메시지로 위로를 얻을지, 불편함을 느낄 지는 관객들 몫이다.

오는 23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