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비밀’, 비토커가 뽑은 드라마 속 최고의 순간 TO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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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커’를 아시는지.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다시 쓴 KBS2 ‘비밀’로 인해 탄생한 신조어다. ‘비토커’는 극 중 강유정(황정음)에 집착을 보이는 조민혁(지성)에게 부쳐진 ‘조토커(조민혁+스토커)’라는 수식에서 유래한 말로, ‘비밀’에 빠져 드라마 예습과 복습까지 마다치 않는 시청자를 일컫는다. ‘비밀’이 이처럼 수많은 비토커를 양산할 수 있었던 데는 스릴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사건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 무게감 있는 캐릭터의 호연의 힘이 컸다. 지난 14일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종방한 ‘비밀’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10개의 장면을 통해 정리해봤다.

S#01 비극의 전조

1회 방송화면 캡처

1회 방송화면 캡처

‘비밀’의 첫 회는 이미 네 남녀의 운명을 바꿔 놓을 비극을 암시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재벌 2세 민혁은 파티장에 자리한 여성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연인 서지희(양진성)이 아니라면 그에게 여성이란 자신이 마음껏 조종하는 RC카와 다를 바가 없다. 갈 길을 찾지 못하는 듯 파티장을 헤매던 RC카는 결국 어느 여성과 부딪힌 후 굉음을 내며 헛바퀴만 굴린다. RC카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민혁의 인생이 대입되는 순간이다.

‘비련의 여주인공’ 유정도 다르지 않다. 사랑에 눈이 멀어 검사가 된 남자친구 안도훈(배수빈)의 죄를 뒤집어쓰기로 하고도 도훈의 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온 유정은 기념일 케이크를 홀로 자르며 울분을 삭인다. 유정의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반으로 잘린 하트 장식만이 남아 있었다.

S#02 참을 수 없는 유혹의 순간

4회 방송화면 캡처

4회 방송화면 캡처

타이틀을 제외하고 ‘비밀’의 로고가 방송 중 처음 등장했던 4회. 유정이 감옥에 간 사이 도훈을 포섭하러 온 민혁은 도훈에게 선물이라며 시계를 내놓고 화면은 시계 박스 안 시계 초침을 클로즈업한다. 그리고 “이제는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죠”라는 민혁의 말과 갑자기 소리 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곗바늘들. 부모님의 기대와 자신의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연인을 감옥으로 보낸 그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S#03 그림은 감정을 담는다

2회(왼쪽), 5회 방송화면 캡처

2회(왼쪽), 5회 방송화면 캡처

민혁에 대한 세연(이다희)의 마음은 절대로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친구로만 여기는 민혁의 태도에 남몰래 속병을 앓던 세연은 소파에서 잠이 든 그를 보며 캔버스에 ‘민혁에 대한 사랑’을 그려 넣었다. 그러나 결혼을 놓고 민혁과 몇 번의 다툼을 겪고 난 뒤 그녀가 그리는 그림 속에는 민혁의 모습은 없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불분명한 공간에 홀로 서있는 여자의 모습은 세연이 느끼던 외로움과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S#04 폭풍의 언덕

7회 방송화면 캡처

7회 방송화면 캡처

연인의 죽음으로 복수에 눈이 먼 민혁에게 세연은 한 권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폭풍의 언덕’, 사랑이 불러온 복수는 비극을 맞게 된다는 상투적인 결말이 곧 자신들이 겪게 될 일이었다는 걸 민혁과 세연은 알고 있었을까. 세연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민혁도 훗날 유정이 쓴 감상문을 읽고 복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S#05 똥차가고 벤츠온다

3회(왼쪽), 9회 방송화면 캡처

3회(왼쪽), 9회 방송화면 캡처

사랑하는 연인을 감옥으로 보낸 도훈은 과거에 자신과 유정이 인연을 맺은 버스정류장으로 향하지만, 그곳에 유정은 없었다. 반면 홀로 버스정류장을 찾은 유정의 곁에는 그녀에 대한 마음의 변화를 감지한 민혁이 있었다. 수시로 오고 가는 버스처럼, 그들은 지난 기억을 흘려보내고 현재의 감정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S#06 마지막 희망은 강물 속으로

10회 방송화면 캡처

10회 방송화면 캡처

모든 걸 알아버린 유정은 도훈에게 물었다, “비 오는 날 아버지(강남길)를 태우고 간 게 오빠가 맞느냐”고. 유정의 질문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어두운 밤 강가를 향한 도훈은 손에 든 무엇인가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허공에 내던졌다. 그 순간, 그가 버린 것은 단순히 유정 아버지의 팔찌가 아니라 그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양심이었다. 이후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느낀 도훈은 민혁과 유정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S#07 욕망의 잔을 받아 들다

10회 방송화면 캡처

10회 방송화면 캡처

민혁과 유정의 본격화된 로맨스는 남겨진 두 남녀를 파멸로 이끌고 있었다. 민혁의 냉대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세연은 끝내 도훈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며 무너졌고, 와인잔 가득 채워진 욕망의 잔을 받아든 도훈은 끝내 한 가닥 남은 회생의 기회마저 져버린 채 잔인한 욕망의 굴레에 온몸을 내던졌다. 엇나가버린 세연의 마음의 칼끝은 도훈을 관통해 민혁에게로 향하고 있었지만, 이미 세연에게 마음을 빼앗긴 도훈은 그녀의 슬픔과 분노까지도 모두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는다.

S#08 흐린 거울 속의 그대

13회 방송화면 캡처

13회 방송화면 캡처

민혁의 냉대에 상처받은 세연이 걱정됐던 도훈은 그녀를 찾았지만, 두 남녀의 마음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유정을 배신할 만큼 성공에 대한 욕심과 세연에 대한 사랑으로 눈이 멀어버린 도훈의 모습은 와인으로 뒤범벅된 거울에 비친 흐리멍덩한 실루엣과 닮아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내달라고 부탁했던 세연은 다음날 아침 지난밤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무적인 태도로 도훈을 차갑게 대한다. 도훈은 그 마음까지 받아주려 했지만, 민혁의 사랑만을 갈망하는 세연에게는 그 시도도 무의미했다.

S#09 자동차는 사랑을 싣고

12회(왼쪽), 13회 방송화면 캡처

12회(왼쪽), 13회 방송화면 캡처

이들은 사랑을 확인하는 법도 남달랐다. 복수로 시작된 사랑을 독특함의 증명이라도 하듯, 유정과 민혁은 자동차와 버스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완전히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깨달은 민혁은 계속해서 유정에게 마음을 표현했고, 감정에 확신이 없던 유정은 그를 피한다. 하지만 결국 봉안당을 찾았다가 마주친 유정과 마주친 민혁은 그녀의 상처까지 껴안으며 전에 본 적 없는 ‘상처 백허그’를 선보인다. 그들의 로맨스가 본격화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S#10 어둠 속의 괴물을 보다

15회 방송화면 캡처

15회 방송화면 캡처

도훈은 유정의 복수에 대한 분노로 결국 그룹의 비밀 자료를 넘기고, 궁지에 몰린 민혁은 세연과의 결혼을 결심한다. 세연을 위한 행동이 결국 그녀를 떠나가게 했다는 것을 깨달은 도훈과 빈껍데기만 남은 민혁과의 결혼을 앞둔 세연의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 세연은 도훈을 홀로 남겨둔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 어둠을 응시하는 도훈의 눈빛, 그는 지난했던 복수가 남긴 어두운 비극의 실체를 알면서도 결국 그녀를 말리지 못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