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준 영화···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죠”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인 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해가 저물고 밤이 되면 남편 대현(공유 분)의 저녁밥을 차리기 바쁘다. 내 끼니보다는 딸 아영을 먹이는 데 여념이 없다. 바람이라도 쐬려고 공원에 가면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커피도 마시고 부럽다”는 직장인들의 비아냥에 기분이 상한다. 시나브로 쌓여가던 스트레스는 결국 마음의 병이 되고 만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정유미가 연기한 지영의 팍팍한 현실이다.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동명 밀리언셀러 소설을 각색한 김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 정유미를 만났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를 1982년생이라는 특정 나이에 빗댔지만, 남녀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시나리오에 있는 인물 그대로를 연기하면 내가 말하고자 했던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인물의 서사를 다룰 땐 내용이 희망적이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존경심이 생겼다고 했다. “어느 날은 아이를 안고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기띠를 매고 촬영했어요. 세 돌 된 아이가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던 거죠. 엄마들이 아이를 계속 안고 다니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죠.”

작품을 촬영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는 정유미는 촬영 현장에 따라 영화의 내용이 유동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원래 극 중 아이의 이름이 지원이었으나 출연했던 아이의 실제 이름인 아영으로 바꿔야 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촬영 현장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죠. 그래서 ‘지원아’라고 부르면 반응도 안 했어요. ‘아영아, 아빠 왔다’고 말하니까 쳐다보더라고요.”

세 가족이 함께 잠자는 장면을 찍을 땐 아이가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정유미는 “아이가 너무 말똥말똥해서 잘 기미가 안 보였다. 억지로 재울 수도 없어서 곤란한 상황이었다”면서 “할 수 없이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맞춰 촬영을 해야 했다. 진짜 엄마가 아이를 재우면 그 옆에 조심스럽게 누워서 촬영했는데, 되게 긴장감 넘치고 스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셋이서 눕기엔 좁은 공간이었는데, 공유 오빠가 다리가 길어서 힘들어했다”고 덧붙였다.

정유미는 극 중 지영의 엄마 미숙으로 열연한 김미경 선배의 모성 연기를 보고 울컥했다고 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정유미는 육아와 결혼 경험이 없어서 친구들의 조언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다고 한다. 촬영 현장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김도영 감독에게 의지했다. 그는 “소설을 먼저 접한 친구들이 지영이를 잘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웃었다.

“극 중 어린 지영이가 엄마 미숙(김미경 분)에게 ‘하고 싶었던 직업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보다 영화로 보니까 더욱 짠했어요. 영화를 보면서 엄마가 생각났죠.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텐데 자식들 키우느라 그걸 포기하면서 사는 게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키워줘서 감사했죠. 엄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윰블리’라는 애칭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지만 부모에겐 한없이 무뚝뚝한 딸이라고 했다. “연락을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죠. 개인적으로 나를 반성하게 한 영화에요.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내가 연기해도 될까 싶었죠. 무심한 딸이지만 멀리서나마 이번 영화를 계기로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고 싶어요. 부모님이 영화를 보시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요.”

정유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느꼈던 마음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오셔서 쉬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시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오고갈 텐데, 주변 사람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