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 큰 울림”…‘니나 내나’ 장혜진·태인호·이가섭이 찾은 가족의 의미(종합)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태인호(왼쪽부터), 이동은 감독, 장혜진, 이가섭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니나 내나’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영화 ‘기생충’으로 주목 받은 배우 장혜진이 따뜻한 가족극 ‘니나 내나’로 돌아왔다. 영화에서 3남매로 나오는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은 오래 전 집을 떠난 엄마로부터 편지를 받은 후 엄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세 남매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갖게 된다. 엄마에 대한 원망을 안고 있는 딸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장혜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세 남매가 사는 곳은 부산과 진주인데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모두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 구사가 자연스럽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영화 ‘니나 내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동은 감독과 배우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가족은 좁게 생각하면 혈연관계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2014년 쯤 가족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상처를 주기도 쉽고 화해하기도 어려운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제목을 ‘니나 내나’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는 ‘정분’이었는데 좋은 의미지만 사람들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며 “미정의 대사에 ‘우리가 사는 게 달라보여도 너나 나나(니나 내나) 비슷하다’는 게 있는데 그게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니나 내나,장혜진

세 남매 중 맏딸 미정 역을 맡은 배우 장혜진. /서예진 기자 yejin@

이 감독은 “가족은 출발지가 같지만 목적지가 다른 사람들 같다”며 “완벽히 동그란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울퉁불퉁해도 그대로 아름다운 가족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니나 내나’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기억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기도 했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겠다는 도약의 의미를 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장혜진은 “이동은 감독님은 내가 제일 친한 친구의 동생이다. 어릴 때부터 나의 모습을 잘 알고 있어서 ‘누나’라고 부른다”며 “감독님이 시나리오와 그림이 그려진 책을 함께 주셨는데 한 번에 술술 읽혔고 인물들에 너무 공감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 영화 촬영에 앞서 ‘기생충’ 촬영으로 체중을 불렸던 장혜진은 “보름 만에 급하게 체중을 좀 줄였다. 사투리를 써서 연기할 수 있어서 편했고 태인호, 이가섭과 함께 한다고 해서 ‘만세’를 불렀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이번 영화에서 세 남매 중 딸 미정 역을 맡았다. 가족을 끔찍이 여기지만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기생충’ 관련 인터뷰에서 장혜진은 자신이 귀여운 사람인데 캐릭터에 귀여움이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고 한 적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미정은 나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극대화해 표현해주는 캐릭터”라며 쑥스러워했다. 이어 “평소 이 정도로 사랑스럽지는 않은데 무뚝뚝하고 욱하기도 하는 충숙(‘기생충’ 배역 이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연기를 그만뒀다가 다시 하면서 느꼈던 기쁨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연기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관객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깔끔하게 연기했어야 했나 부끄럽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태인호,니나 내나

세 남매 중 둘째 경환 역을 맡은 배우 태인호. /서예진 기자 yejin@

태인호는 세 남매 중 둘째인 사진사 경환을 연기했다. 태인호는 “상업영화를 할 때 이런 소소한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감독님이 제안해주셔서 냉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작품에서는 샤프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봐왔는데 인터뷰에서 부산 사투리를 하는 걸 본 적 있다. 소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태인호가 가진 모습이 경환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가섭은 SF소설 작가인 막내 재윤 역을 맡았다. 이가섭은 “시나리오와 그래픽노블을 함께 받았는데 너무 잘 읽혔다. ‘나에게 가족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 시나리오가 계속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가섭,니나 내나

세 남매 중 막내 재윤을 연기한 배우 이가섭. /서예진 기자 yejin@

이가섭은 전작 ‘폭력의 씨앗’과 ‘도어락’에서 거칠고 서늘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했다.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가섭은 선배 배우들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선배님들의 눈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시작할지 느껴졌다. 내가 연기하면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선배님들이 대사 한마디를 주면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게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또 “이 작품을 하면서 촬영 외 시간에도 선배님들과 장난스러운 이야기도 많이 하고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얘기를 많이 했다. 행복했던 시간들에 비례해서 좋은 호흡이 나왔다”고 자랑했다.

태인호도 장혜진의 밝은 성격 덕에 촬영이 즐거웠다고 하자 장혜진은 “내가 많이 밝긴 하다”고 즐거워했다. 또한 “내가 부족한 모습을 두 배우와 딸로 나오는 김진영에게 가리지 않고 오픈했는데 주변에서 많이 케어해줬다. 나를 잘 받아주고 같이 얘기해줘서 오히려 내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이렇게 행복하게 촬영해도 되나’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두 배우와 감독님과 또 같이 하자고 ‘구두 계약’을 했다. 동향이기도 하지만 성향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작은 영화지만 울림은 작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가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서 흥행되면 좋긴 하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오신 관객들이 마음에 작은 웃음 하나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니나 내나’는 10월 중 개봉할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