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마지막까지 침해 당한 故 설리의 프라이버시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고인이 된 가수 겸 배우 설리. / JTBC2 ‘악플의 밤’ 방송화면.

“사람한테 상처를 크게 받았어요.”
17일 영결식과 함께 사랑하는 이들과 영원한 이별을 한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생전에 방송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자신의 병원 검진 기록 차트가 유출돼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고,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프라이버시(Privacy)를 존중받지 못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의 기록이 담긴 119구급대의 활동 동향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됐다. 소방당국은 17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생전 방송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지 않아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고인의 말이 무색하게, 마지막까지 설리는 누군가의 저속한 호기심에 또 한 번 상처받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19구급대의 활동 동향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된 데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 조사 결과 이 문건은 동향 보고를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지난 14일 오후 3시 20분께 한 직원에 의해 SNS로 유출됐으며,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정요안 청문감사담당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누구보다 모범이 돼야 할 소방공무원이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사실은 매우 부끄럽고 실망스럽다. 문건을 유출한 내부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문책할 예정”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가수 겸 배우 설리. / JTBC2 ‘악플의 밤’ 방송화면.

설리는 앞서 지난 7월 19일 방송된 JTBC2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를 다 해봤는데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의사가 ‘산부인과 검사만 남았는데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산부인과에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나를 보고 ‘임신했다’는 소문이 났고, 병원 직원이 검진 기록이 적힌 차트도 사진을 찍어 유출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다른 출연자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설리는 “지금까지 병원에서 소문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당시를 떠올리면서 담담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날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설리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누군가는 사과를 했지만,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당사자는 없는 이 현실이 애통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