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박명수 : 쌍꺼풀 수술을 했다. 닭집을 차렸다. 1인자의 자리를 노렸다. 가수 활동을 했다. 1인자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거성쇼’를 진행했다. 결혼을 했다. ‘민서 애비’가 됐다. 의외로 퀴즈를 잘 풀기도 했다. 급성간염에 걸렸다. 자신이 부른 노래가 1등을 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의 인생을 보며 웃는다. 미국에 <트루먼 쇼>가 있다면 한국에는 <박명수 쇼>가 있다. 그의 지난 인생, 그리고 예능.

이승철 : 가수. 박명수는 1992년 MBC <스타 닮은꼴 대회>에서 이승철 성대모사로 TV에 데뷔 했다. 박명수는 김태원의 권유로 2004년 이승철과 김태원이 재결합한 부활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데뷔 당시 박명수는 이승철 성대모사 외에 특출 난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쌍꺼풀 수술을 밝혀 스스로 놀림감이 됐고, 계속 ‘우이씨!’를 유행어로 밀면서 ‘안 되는 유행어를 밀려는 개그맨’이 되려 했으며, 이름을 어필해 ‘가스명수’ CF를 찍었다. 다른 코미디언들이 미리 준비한 연기로 웃겼다면, 박명수는 웃기든 못 웃기든 자신의 실제 이야기로 대중에게 다가선 셈. 이 때문에 박명수는 인기와 별개로 자신의 존재감을 꾸준히 알렸고, 자신의 캐릭터만으로 CF에도 출연했다. 그의 ‘인생 개그’는 이때부터 시작된 건지도. 이승철은 박명수에 대해 “어떨 때는 내 이름표를 달고 일하는 웨이터를 보는 것 같다. 나를 홍보해주는 사람 같아서 더욱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경실 : 박명수가 가장 어려워하는 방송인. 박명수가 신인시절 자신이 진행하는 코너에서 연기를 못하자 크게 혼낸바 있다. 이밖에도 박명수는 수많은 선배 개그맨들에게 “너 안돼”라는 말을 들었고, 초등학교 시절 생활 기록부에는 “천진하고 명랑하나 주관이 없고 나태하며 인내력 크게 모자람” “소견이 좁고 경솔하며 나이에 맞는 행동을 못함” 이라는 말이 적혀 “생활 기록부 때문에 (생활 기록부를 공개해야 하는) <해피투게더 프렌즈>에 출연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였다. 박명수는 살면서 “너 된다”라는 말을 거의 듣지 못한 것이다. 이에 박명수는 중학교 교과서를 외워 개그에 활용하고, 정치인 성대모사까지 하는 등 온갖 코미디를 다 해봤다. ‘막 던지는’ 그의 애드립이나 때론 부모마저 소재로 삼는 비난 개그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셈. 박명수는 “나 같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해 학생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정말 존경받아야하는 인물이 아닌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형수 : 박명수의 동생. 박명수와 함께 ‘탈모 극복을 위한 무한열정’을 내세운 거성닷컴을 운영 중이다. 치킨, 피자, 흑채, 심지어는 웨딩 사업까지 한 박명수의 사업 경력은 유명하다. 그는 끊임없이 사업을 개그 소재로 삼으며 방송 활동에도 탄력을 받았다. 당시 진짜 ‘거성’은 아니었던 그의 처지와 어설픈 사업 욕심이 맞물려 ‘안 되는데 애 쓰는’ 특유의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박명수는 “사업이 대박나 외제차를 타게 되더라도 가게에 와서는 오토바이 타고 배달을 나가는” 정신으로 직접 배달을 나갔고, 월 매출 1억 원에 육박하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박명수는 “방송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재테크”고, “방송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치킨사업 등의 화제를 계속 이끌어간다”고 생각한다. 또한 박명수는 아버지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업을 찾다 치킨 집을 차렸고, 아버지가 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하자 사업을 접었다.

이휘재 : 박명수와 ‘프린스’라는 듀엣을 결성할 뻔 했던 MC. 박명수는 ‘바다의 왕자’, ‘탈랄라’ 등 지금까지 꾸준히 노래를 발표해왔다. 이 곡들은 대부분 발표 당시에는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부족한 가창력으로 ‘오동도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명수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앨범을 통해 대중에 한 번 더 회자될 수 있고, 인터넷 검색순위 1위”도 해볼 수 있기 때문. 박명수의 절대로 화려하지 않은 가수 활동은 그에게 ‘하찮은’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했고, 인기를 얻은 뒤에는 각종 행사 레퍼토리가 됐으니 장기적으로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듯. 또한 박명수는 자신의 현재 장모가 아내와의 결혼을 반대하자 원태연에게 가사를 부탁, ‘바보에게 바보가’를 불러 승낙 받았다.

정석권 : 요즘에는 다른 활동도 많은 박명수의 매니저. <무한도전>에서는 박명수가 그를 막 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정석권이 한 신인과 계약을 잘못하면서 생긴 몇 천만 원의 빚을 갚아주기도 했다. 또한 박명수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의 적금 통장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지난 몇 년간 조용히 기부를 해오기도 했다. 그가 아무리 호통을 쳐도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이유.

박민서 : 박명수가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한 딸. 박명수는 아내가 인터넷의 반응에 민감해 할까봐 딸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아내는 박명수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읽어보고 그 중 좋은 의견만 그에게 말할 만큼 좋은 금슬을 유지하고 있다. “아내를 보면 결혼이 인생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할 정도. 하지만 그는 결혼 전, 후 방송활동에서 슬럼프를 겪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러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맡았지만, 모두 조기종영됐다. 이전까지 생존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는 멘트를 주로 했던 그에게 프로그램 전체를 봐야하는 메인 MC는 잘 맞지 않았던 것. 또한 결혼 이후 그는 더 이상 비난을 쏟아 붓는 ‘악마의 아들’이 될 수 없었다. 결혼 후 <무한도전>에서 자신이 실수하자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 박명수는 “결혼 후 콘셉트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서 애비’의 힘겨운 인생 시작.

유재석 : 박명수와 여러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MC. “독한 개그를 하는 나와 이를 유화 시켜줄 수 있는 재석이는 여러 면에서 서로 받쳐줄 수 있는 성향”이라고 말한 것처럼, 박명수가 자기중심적인 멘트를 던지면 유재석이 이를 되받아 웃음으로 터뜨린다. 특히 최근 들어 유재석은 박명수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박명수가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유재석은 은근슬쩍 그의 가족사를 들춰내면서 박명수가 만만찮은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몰아간다. 이는 결혼 후 더 이상 ‘악마의 아들’같은 독기를 부릴 수 없고, 인기를 얻으면서 더 이상 안 나가는 개그맨 콘셉트만을 유지할 수도 없는 박명수가 ‘불쌍한 민서 애비’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또한 유재석은 박명수가 치킨 사업을 할 동안은 치킨 CF에 출연하지 않았다.

명카 드라이브 : 한 때 명시카이기도 했던 박명수와 소녀시대의 제시카, 작곡가 이트라이브가 함께한 그룹. 이들이 함께 발표한 ‘냉면’은 박명수에게 가수 데뷔이후 최초로 차트 1위곡이 되었다. 가수 활동 자체가 모두에게 놀림감이 됐던 박명수가 1위를 했으니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역전이라 할 수 있을 듯. 이는 물론 제시카와 이트라이브의 가세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무한도전> 안에서 만만찮은 팬덤을 만든 박명수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박명수가 급성 간염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사람들이 보여준 많은 관심과 걱정은 그의 인기를 새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하찮은’이 ‘짠한’으로 바뀌는 순간. 뭘 해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듣던 개그맨은 이렇게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열심히 사는 남자가 됐다.

김태호 : <무한도전>의 PD. 박명수가 “<무한도전>이 있기에 <해피투게더>가 있고 <2시의 데이트>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무한도전>은 박명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박명수에게 ‘거성’, ‘악마의 아들’, ‘하찮은’ 등 수많은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 <무한도전>이다. 특히 최근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스토리의 중심이 되곤 한다. 그는 ‘프로젝트 런어웨이’의 우승자였고, ‘궁 밀리어네어’에서 가장 많은 답을 맞췄으며, ‘박명수의 기습공격’에서는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곧 방송될 ‘소원을 말해봐’도 멤버들이 박명수의 소원을 들어주는 아이템. 유재석이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되어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동안, 박명수는 좌충우돌 하면서 예상치 못한 드라마를 만든다. 그 사이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실제 모습을 캐릭터화 시킬 수 있었다. 선배에게 “넌 안 돼”라는 말을 들었던 개그맨은 생계에 대한 절박함으로 뭉친 ‘악마의 아들’이 되었고, ‘악마의 아들’은 어느덧 최고의 ‘2인자’를 지나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사는 ‘민서 애비’가 됐다. 누군가는 인생이 힙합이 되지만, 누군가는 인생 자체가 예능이 된다. 그가 ‘하찮은’ 사람이건 뛰어난 ‘2인자’이건, 아마도 대중은 그를 계속 바라보지 않을까. 어느새 그는 뭘 해도 짠한 구석이 있는 ‘박명수’가 됐으니 말이다.

Who is next
박명수가 카메오 출연한 MBC 의 최철호가 출연했던 영화 의 주연 김혜수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