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헤이즈 “가을, 너무 쓸쓸해 하지 마세요”

[텐아시아=우빈 기자]

13일 오후 6시 다섯 번째 미니앨범 ‘만추’를 발표하는 가수 헤이즈. / 사진제공=스튜디오 블루

“공감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언제나 솔직하게 풀어내는 저만의 색을 잃지 않고 싶어요. 지금처럼 솔직한 음악을 계속하고 싶고 또 할 겁니다. 앞으로도 포장하지 않는 싱어송라이터가 될게요.”

헤이즈가 13일 오후 6시 다섯 번째 미니앨범 ‘만추’를 발매한다. 지난 7월 공개한 싱글 ‘위 돈 톡 투게더(We don’t talk together)’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만추’는 헤이즈가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본 ‘가을’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자작곡들로 이뤄졌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만추(feat.크러쉬)’를 비롯해 ‘일기’ ‘다음(DAUM(feat.콜드))’ ‘얼고 있어’ ‘미스드 콜(missed call)’ 등 6곡이 수록됐다. ‘떨어지도 낙엽까지도’는 피아노 선율이 재지(Jazzy)한 비트와 어우러진 곡으로 ‘모든 아픔은 더 나은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라는 헤이즈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다. ‘만추’는 연인과 이별을 앞둔 곡으로 헤이즈의 몽환적인 보컬과 크러쉬의 감각적인 보컬이 조화를 이룬다. 앨범 발매를 앞둔 헤이즈를 서울 연남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어떻게 쓰게 됐나요?
헤이즈 :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고 떨어지는 낙엽을 떠올리면 조금 슬프고 아련한 느낌을 주잖아요. 어느 날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는데 낙엽이 떨어진 후 나뭇가지가 앙상해지고 추운 겨울이 오지만, 이게 지나면 결국 따뜻한 봄이 오고 꽃이 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랑과 인생에 빗대어 봤을 때 이별도 당장은 힘들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들도 더 나은 날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생각에 이 노래를 쓰게 됐어요.

10. 다른 타이틀곡 ‘만추’는 어떤 곡인가요?
헤이즈 : ‘만추’에는 상황이 있어요. 한 여자가 눈빛만 봐도 모든 걸 아는 연인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걸 눈치 채게 된 상황이에요. 하지만 만나는 동안 날 사랑했고 소중하게 아껴준 걸 알기 때문에 배신감보다는 이유가 있을 거고, 내게도 잘못한 게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연인이 미안해하지 않게 내가 차갑게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마음을 담았어요. 연인의 입에서 직접 ‘다른 사람이 생겼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각자의 길을 가자고 하는 장면을 그린 곡이에요.

10. 제목을 왜 ‘만추’로 지었나요?
헤이즈 : 이 상황의 계절적 배경이 늦가을이에요. 한 겨울에 이별하면 더 힘들 것 같고, 추워서 밖에도 잘 못 나가는 데 집에서 홀로 힘들어해야 하잖아요. (웃음) 가을이면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것 같아서 ‘만추’로 지었어요. 노래에 ‘너무 추워지기 전에 잘됐어’라는 가사도 있어요.

10. ‘만추’의 피처링을 크러쉬가 맡았어요. 많은 남자 가수가 있는데 크러쉬와 함께 한 이유가 궁금해요.
헤이즈 : 따뜻한 이미지와 음색이요. 노래 속 남자가 바람은 폈지만 원래 그럴 것 같은 이미지의 사람이 아니라 순하고 착한 남자 이미지여야 했어요. 또 미안한 마음을 잘 전달해줄 수 있어야 했고, 나쁜 남자라는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딱 크러쉬님 밖에 없더라고요. (웃음) 감사하게도 바로 승낙해주셔서 함께 하게 됐어요.

가수 헤이즈는 “캔디맨 선배의 ‘일기’는 과거 싸이월드 BGM에서 빼놓지 않았을 만큼 좋아했던 곡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리메이크해 3번 트랙에 수록했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스튜디오 블루

10.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와 ‘만추’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이유는?
헤이즈 : 원래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만 타이틀곡이었어요.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작년 가을에 만들어놓은 곡이라 여유 있게 완성해두고 앨범을 발매할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늦가을에 대한 영감이 있으니 한 달 전쯤 ‘만추’ 작업을 시작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애정이 확 가서 타이틀곡을 ‘만추’로 바꾸려고 했는데 회사에서는 바꾸는 건 아니고 더블 타이틀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죠.

10. 두 곡 중 어떤 곡이 더 반응이 올 것 같나요?
헤이즈 : 저는 ‘만추’일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만추’가 제가 처음 해보는 시티팝(City pop) 장르예요. 신곡을 발매하고 팬들과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예전에 하던 음악들이 그립다는 말이 많았어요. ‘헤이즈 노래 점점 산으로 가네’라는 반응들도 있더라고요. 곡을 쓰는 사람이지만 대중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어요. ‘만추’를 작업하면서 내가 기존에 하던 음악과는 다르지만, 소화할 수 있는 장르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마음에 들어서 (반응이) 기대가 되고, 어색하게 느끼진 않으실 것 같아요.

10. 2017년 ‘비도 오고 그래서’ ‘널 너무 모르고’ 등 여름에 낸 곡들이 히트하면서 여름 음원차트의 강자가 됐어요. ‘장마 연금’이라는 별칭도 있죠. 이번 앨범을 내면서 가을 시즌송에 도전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나요?
헤이즈 : 제가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하고 계절 중에는 가을을 좋아해요. 언젠가 가을에 앨범을 내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를 쓰면서 다른 수록곡을 채워나갔어요. 주제가 가을이라고 해서 시즌송을 노린 적은 없어요.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닙니다. (웃음)

10. 지난해부터 최근 한 달까지 작업한 노래들로 이뤄진 앨범이라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을 것 같아요.
헤이즈 : 사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설정을 해놓고 가사를 썼어요. 눈을 감는 날 살아왔던 날들을 떠올리면 당시에는 견딜 수 없이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 역시 아름다운 날이고 돌아가고 싶은 날들일 거라는 생각을 했죠. 슬픈 게 아니라 그 너머의 아름다운 세계를 상상했어요.

10. 이번 앨범으로 주고 싶은 메시지는요?
헤이즈 : 살아가면서 이별도 하고 힘든 일도 겪을 텐데 그 모든 게 지나고 나면 보다 나은 날이 온다는 걸 생각하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그럴 거다’가 아니라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쓴 가사기 때문에 노래로 위로를 받으셨으면 해요. 쓸쓸한 가을이지만, 쓸쓸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헤이즈는 “365일 음악 작업을 한다. 하나의 앨범이 완성되면 다음 앨범을 바로 구상하는데, 그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스튜디오 블루

10. 헤이즈 음악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곡이 경험에서 탄생하는 거예요. 자신의 경험담에서 나온 가사이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솔직하죠. 대중들은 그 가사에 공감하고 열광하지만, 가사 속 당사자는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불편함을 느끼진 않을까요?
헤이즈 : 남들은 몰라도 가사의 당사자는 ‘내 이야기구나’라는 걸 알겠죠. 그래서 저도 ‘이런 것까지 노래 가사로 써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건 너무 한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게 제가 노래를 쓰는 방식이고 원동력이에요. 어떤 때는 제가 독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웃음)

10. 본인의 경험에서 노래의 영감을 얻기 때문에 소재 고갈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헤이즈 : 저도 그 고민이 커요. 활동을 활발하게 한 이후부터는 삶에 큰 변화가 없어요. 제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놀러 다니는 성격도 아니에요. 행사 시즌 외에는 집에서 곡만 만들기 때문에 ‘이러다가 영감이 없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살다 보면 사소한 거라도 일이 생기니까 그 안에서 소재를 떠올리려고 해요. 영화나 책을 통해서 영감을 얻어보려고 했지만 아직 그런 적은 없어요. 상상하면서 가사를 쓴 적이 없어서 경험이 아닌 가사는 도전이 아닐까 해요. 평생 혼자 살진 않을 테니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거나 많은 걸 느끼면 새로운 주제의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아요.

10. 신곡을 발표했다 하면 음원차트를 장악해요. 최근에는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OST 까지 차트 정상에 올랐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헤이즈 음악의 특별함’은 뭘까요?
헤이즈 : 제가 시대적인 운을 정말 잘 타고 났다고 생각해요. 제가 데뷔할 때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관심이 오를 때였어요. 노래가 나오면 일단 들어보자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뜬 것 같아요. 음악으로 본다면 사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해서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늘 ‘그냥 내 갈 길을 간다’는 마음으로 작업해요. 내가 하는 음악 색깔, 내가 쓰는 가사는 나만 가진 거라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누군가를 이겨야겠다, 이기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아요. 앨범을 구상하고 노래를 만드는 게 제일 재밌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거니까요. 그런 것들을 알아주시는 게 아닐까요?

10. 앞으로 활동 계획은?
헤이즈 :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페스티벌과 대학 공연을 활발하게 할 예정이에요. 겨울쯤에 유럽 투어로 현지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