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멜로가 체질’ 이주빈 “롤모델은 김혜수·서현진…질리지 않는 배우 되고파”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이주빈,인터뷰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이소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주빈. / 이승현 기자 lsh87@

“연기를 정말 오래 하고 싶어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이소민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이주빈이 활짝 웃으며 한 말이다. 이주빈은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를 준비하다 멈췄다. 간절하지 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의 소중한 기회를 뺏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그는 온라인 광고를 통해 연기의 맛을 알았다. “여러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접어든 연기자의 길. 지난해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데뷔한 그는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내딛는 중이다. ‘멜로가 체질’에 이어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도 연달아 출연하며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이주빈을 텐아시아 인터류룸에서 만났다.

10. 어떻게 ‘멜로가 체질’에 출연하게 됐나요?
이주빈 : 지난해 12월 말쯤 1차 오디션을 봤어요. 소민 역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이병헌 감독님 작품도 좋아했는데 그 대본으로 오디션을 본다는 것도 기뻤어요. 14쪽 분량의 대본을 달달 외우고, 소민처럼 화려하게 화장을 하고 갔죠. 오디션을 볼 때 소민과 한주(한지은 분) 역 두 가지를 준비해서 갔어요. 소민을 먼저 하고 한주를 하려고 할 때 “소민을 하고 싶어서 온 것 같다. 한주는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두 달이 넘도록 2차 오디션에 대한 이야기가 없길래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지난 2월에 연락이 왔어요. “3월말부터 촬영을 시작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소민 역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10. 소민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습니까?
이주빈 : 독특하고 털털하고 통통 튀는 매력에 어딘가 짠하고 쓸쓸해 보이는, 감싸주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무척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10. 오디션 때는 어떻게 준비해서 갔나요?
이주빈 : 우선 소민이 화려한 스타니까 화장으로 힘을 많이 줬어요.(웃음) 귀걸이도 화려한 걸로 고르고, 평소에 치마를 잘 안 입는데 예쁜 블라우스에 치마까지 입고 갔죠. 대사는 엉뚱하고 까칠하면서도 생각이 없어 보이는 면을 다 갖고 있어서, 과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제 말투로 했어요.

10. 최종 합격 소식을 한 달 전에 들어서 준비 시간이 빠듯했겠습니다.
이주빈 : 오디션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해서 괜찮았어요. 소민은 스타였다가 인기가 떨어져 내려가고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를 참고했고, 백치미는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을 보면서 조금씩 공부했어요. 그리고 극중 매니저로 나온 이민준 역의 김명준과는 실제로 친한 사이여서 오디션 준비도 같이 했어요. 같이 작품에 합류하게 돼 무척 기뻤고 신기했죠. 촬영장에서 제작진도 “진짜 소민과 민준을 보는 것 같다”고 해주셨어요.

10. 첫 촬영 때 기분은 어땠어요?
이주빈 : 큰 역할이고 하고 싶었던 작품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고 부담도 컸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정신이 없더라고요.(웃음) 많이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이병헌 감독님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터치가 없는 분이어서 그때부터 조금 편해졌어요.

10.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습니까?
이주빈 : 4회에 매니저 민준에게 음식을 강요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미안했어요. 소민은 다이어트 중이라 못 먹어서 민준의 입이 터지기 직전까지 음식을 넣으면서 “이것도 먹어봐”라고 하죠.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괴롭히는 게 미안하고 스스로도 좀 섬뜩해서 기억에 남네요.(웃음) 그리고 민준과 야외 활동을 많이 했어요. 오락실에서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런 것도 다 기억에 남습니다.

10. 오디션 때부터 같이 준비했다니, 극중 소민과 민준의 호흡이 찰떡이었던 이유가 있었군요.
이주빈 : “우리도 소민과 민준처럼 편하게 지내자”라고 해서 말도 편하게 했고, 어느 순간부터 극중 인물처럼 편하고 자유롭게 지냈어요.

10.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의지도 했겠죠?
이주빈 : 거의 두 사람이 붙는 장면이어서 촬영하기 전부터 기분 좋은 부담이 있었어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김)명준이가 많이 받아줬죠. 소민이는 까칠하고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인물이어서 받아주는 사람이 잘해주지 않으면 혼자 튀거든요. 그런 부분을 명준과 이은정 역할을 맡은 전여빈이 잘 살려준 것 같아서 고마웠죠. 시청자들도 그래서 더 소민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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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빈. / 이승현 기자 lsh87@

10. 방송 이후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이주빈 :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유롭게 다니는 편인데, 종종 “잘 보고 있다”며 알아봐 주셔서 시청률은 1%였지만 반응은 뜨겁다는 걸 느꼈습니다.(웃음) 다른 작품의 오디션을 보러 갈 때도 제작진이 ‘멜로가 체질’을 잘 봤다고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10.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게 있나요?
이주빈 : 소민이란 역할이 아주 잘나가다가 서서히 내려가는 스타여서 그 친구만의 살아남는 방법,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유명인으로서의 마음가짐, 스트레스 해소법 같은 거죠. 처해진 상황을 우울해 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하면서 알차게 보내는 방법도 알았고요. 무엇보다 일을 할 땐 프로페셔널하잖아요.(웃음)

10. 드라마는 처음인 이병헌 감독과의 호흡에서 특별한 점도 있었습니까?
이주빈 : 디렉션을 재미있게 주는 감독님이에요. 화를 내거나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이렇게 한 번 바꿔볼까?”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라는 식이죠. 감독님이 연기를 잘하세요, 하하. 현장을 항상 재미있게 해주시죠. B팀을 이끈 김혜영 감독님도 정말 좋으세요. 촬영장에서 다들 “엄마”라고 부를 정도였죠.

10. ‘멜로가 체질’의 마지막 회에 특별 출연한 정소민과의 연기 호흡도 인상 깊었어요.
이주빈 : 대본을 보고 누가 할까 궁금했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기다려졌어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인사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죠.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촬영 분위기도 유쾌했고요.

10. 실제 대학교 선후배이기도 한 전여빈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이주빈 : 10년 전에 같은 수업을 들은 적 있는데 학년이 달라서 자주 마주칠 기회는 없었어요. 굉장히 예쁘고 맑고 순수한 친구가 있어서 눈길이 갔는데, 이번 작품으로 만나서 무척 반가웠죠. (전)여빈이는 흥도 많고, 따뜻한 성격이어서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오디션을 준비할 때는 역시 같은 대학의 학과 선배인 한주 역의 한지은, 전여빈의 캐스팅을 전혀 모를 때여서 촬영장에서 보고 신기했어요. 배울 점이 참 많았죠.

10. 은정 외에는 천우희, 한지은과는 마주치는 장면이 적어서 아쉽진 않았어요?
이주빈 : 천우희는 워낙 멋있다고 생각한 선배님이어서 같은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고, 영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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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빈. / 이승현 기자 lsh87@

10. 가장 인상 깊은 대사가 있나요?
이주빈 : 썰매를 타러 간 상황에서 “스케줄 없어도 돼”라면서 애써 밝은 척, 담담한 척하는 장면이 있는데 연기를 하면서도 짠했어요. 오디션을 몇 년 동안 봤는데 한 번도 캐스팅된 적 없는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더 공감했고요. ‘나는 정말 끼가 없는 건가? 뭐가 부족하지?’라며 우울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거든요. 소민이 그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하니 애잔했어요.

10. 실제 자신과 소민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됩니까?
이주빈 : 비슷한 부분도 있고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어요. 비슷한 건 단순하고 털털한 모습이고요. 다른 건 소민은 거침없고 결단력이 있는데 저는 약한 면이 있거든요. 단단한 친구인 소민에 비해 저는 아직 여리죠.

10. 후반부로 갈수록 은정과의 관계가 끈끈해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이주빈 : 배우마다 색깔이 다르잖아요. 대본을 보면서도 은정이란 역할은 누가 할까 궁금했는데 여빈이가 정말 잘했죠. 대단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여빈이 덕분에 소민이란 인물도 더 매력적으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방송을 통해 본 건데, 소민은 항상 자신의 이야기만 하니까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지 않아요. 소민이 실컷 얘기하고 있을 때 은정이가 저런 표정으로 바라봤구나, 엄마 같은 모습으로 보고 있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은정과 민준이 소민을 사랑스럽게 만들어준 거죠.

10. 애틋함도 생겼겠어요.
이주빈 : 신기한 게 은정이의 표현이나 표정을 보면 울컥할 때가 있어요. 이게 배역 때문인지, 전여빈이란 배우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신선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10. 기술적으로 연기가 좀 늘었습니까?
이주빈 : 초반에는 제 연기가 어떤지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떤 지점이 아쉽고 부족한지를 보완할 수 있게 됐죠. ‘아쉽다’는 포인트를 잘 몰랐는데 아주 조금이지만 ‘이 부분이 아쉽다’라는 걸 알았죠. 연기는 실전인 것 같아요. 결국 다양한 경험과 상황을 겪으면서 나오는 것 같고요.

10.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연기가 흥미롭나요?
이주빈 :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연기를 할 때 항상 진실되게 하라고 배웠는데, 사람들이 공감하고 설득할 수 있는 표현, 그게 바로 연기의 기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오랫동안 분석하고 고민하는 편이에요. 안 보이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까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고 함부로 하는 게 아니구나, 모든 장면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도 알았어요. 아무리 분량이 적어도 대충하면 안 된다는 것도 배웠죠.

10. 배우로서의 목표는 뭔가요?
이주빈 : ‘멜로가 체질’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하고 감사해요. 사람이 사는 것도, 작품이라는 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현재에 충실하고,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해내면 더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서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은, 내면적으로 단단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닮고 싶은 배우를 꼽자면 서현진, 김혜수 선배님이에요. 연기할 때 가장 멋지고,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